[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한국인은 에너지 전환의 과정이 공정하고 포용적인 것을 중요시하며, 이해관계자 참여에 바탕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탈석탄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인식격차를 해소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후사회연구소(CNCITY마음에너지재단 부설연구소)와 사단법인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지난 26일 조기폐쇄를 앞둔 석탄화력발전소 관계자와 지방정부·지역의 환경시민단체 관계자 등 이해관계자 심층인터뷰와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공정한 전환을 위한 한국적 맥락 탐색 : 석탄발전 부문을 중심으로’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책임을 맡은 한빛나라 기후사회연구소 박사는 “2018년 제24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실레지아 선언’이 채택되면서 ‘공정한 전환’이 글로벌 기후논의의 주류 담론으로 발전했는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비주류 담론을 구성하며 정책 의제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라며 “이번 연구는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공정한 전환 논의 현황을 살펴보고 다양한 국내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폭넓게 청취해 ‘공정한 전환’ 정책 수립을 위한 한국적 맥락을 탐색해봤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지난 7년간(2010~2017년)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가파르게 늘면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석탄발전 지역은 공정한 전환을 통해 먼저 전환의 기회를 누림으로써 석탄 폐지를 지역발전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공정한 전환이 에너지 전환에 따른 피해의 보상이나 복지 차원의 대책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경제적 기회라는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고용, 산업, 지역 차원의 공정한 전환을 도모할 것은 제안한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지원과 투자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공정한 전환 기금이 사회적 책임투자를 견인하도록 설계해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공정한 전환 기금의 보상과 정책 수혜자의 범위, 기금의 집행 목적과 범위에 대한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보고서는 연내 폐쇄를 앞둔 보령 1·2호기 관계자와 당진 1~4호기 관계자, 해당 시·도 관계자, 지역의 환경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 간의 인식 차이를 분석하고 국민인식조사를 통해 공정한 전환에 대한 한국의 사회적 토양을 진단, 실효성 있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기본 조건을 제시한다.

공정한 전환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비선호 하는 에너지원은 석탄으로 71%가 석탄화력발전 폐지에 찬성했으며 과반수는 발전소 설계수명보다 이른 2030년~2040년 석탄발전을 완전 폐지하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발전의 결과보다 과정의 공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인은 반대의 경우보다 4배 이상 많았으며(56% vs 12%), 절대 다수(84%)는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 공정한 전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의 결과와 과정에 대해서는 국내 재생에너지의 잠재량 부족, 관련 기관의 준비 부족,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실패, 전기요금 인상 등에 대한 우려와 의구심이 혼재해 있었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전환 스케줄, 전기요금 인상, 공정한 전환 정책의 수혜자 범위와 지원 내용, 재원 마련 방안 등과 관련해 이해관계자 그룹 간, 이해관계자 그룹과 일반시민 간에 상당한 인식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며 이는 한국의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보다 과감한 탈탄소 목표를 설정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인식의 격차를 줄이고 효과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대화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보고서는 이해관계자와 일반시민 모두 성공적인 사회적 대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는 데 주목하며 정부는 정책 수립부터 평가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그리고 다양한 층위의 지역 단위에서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고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전환의 주체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 에너지 정책을 관할하는 산업부에 탈석탄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노동계나 지방정부와의 대화 창구가 부재한 실정을 고려해 사회적 대화가 실효성 있는 제도로 기능하도록 이를 제도화할 것을 주문했다.

기후변화가 기존의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정한 전환은 현대 사회의 고질적인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고 기후변화 시대에 전환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예방하는 심층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략이다.

이번 연구는 국내 석탄발전부문을 중심으로 ‘공정한 전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쟁점을 분석하고 그 가능성을 모색함으로써 다양한 사회정책적 함의를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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