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에 주요 에너지기업이 단기 위기대처에서 장기대응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기업전략 수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저유가 시기만 하더라도 주요 에너지기업들은 석유·가스 투자에 자신을 보였지만 코로나19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전과 다른 위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탈탄소화 진행에 따라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코로나19는 이같은 우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Royal Dutch Shell과 BP는 저유가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자사 보유 자산 가치를 각각 220억달러와 175억달러 정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Shell의 총자산은 4,043억달러, BP는 2,952억달러에 달했다.

일부 에너지기업들은 지난해 말에도 사업 전망을 수정하고 자산 규모 축소를 계획한 바 있으며 미국 Chevron과 스페인 Repsol은 자산규모를 각각 100억달러와 48억달러 하향 조정한 바 있다.

1년 전의 당초 전망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하향된 이들 기업의 자산 가치는 중대한 구조적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Wood Mackenzie의 분석에 따르면 중·장기 유가 전망에 따른 이같은 자산 가치 조정은 단순한  회계 상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에 또 다른 타격을 줄 수 있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년 동안 ‘좌초 자산(stranded asset)’ 발생 가능성을 부정하던 경영진들도 자사의 석유·가스 매장량과 정제자산이 경제성을 잃을 수 있으며 막대한 매장량이 아예 개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공식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Financial Times지는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대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 노력한다면 9,0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석유·가스 자산 개발이 불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코로나19로 더 청정한 연료로의 에너지 전환이 가속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 석유·가스 기업은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하고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BP와 Total은 태양광과 풍력 프로젝트 설치·운영 기업을 인수하거나 다른 기업과 함께 해당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Shell도 통합 전력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이들 기업 모두 수소에 대한 투자를 타진하고 있으며 아직 관련 투자 규모가 크지 않지만 향후 2030년까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Chevron과 ExxonMobil, 국영석유기업들은 여전히 화석연료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석유 수요가 감소하면 생산비가 낮은 사우디 Aramco와 러시아 Rosneft가 화석연료 개발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BP와 Shell의 자산 평가인하만으로 기업 전략에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BP와 Shell의 최근 평가인하는 기업 회계처리 문제라고 판단했으며 다른 전문가들은 경영진 교체 등에 따라 기업 전략이나 구조를 개편하는 것뿐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해 기후변화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전환에 엇갈리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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