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헌 아주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
정용헌 아주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

[투데이에너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에너지소비 또한 급감해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천연가스와 LNG도 수요 절벽에 직면해 국제 가격이 거의 역사적 최저점에 근접하는 양상을 보였다.

수요 부족으로 인한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한 국제 LNG 가격은 단기적으로 상당히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기 계약상의 가격 공식도 수요자에게 유리하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일본으로 도입되고 있는 LNG spot 가격은 mmbtu 당 2달러 중반에서 4달러 가까이 회복했지만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수급의 불균형으로 세계 천연가스 시장은 수요자 중심 시장(Buyer’s market)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계 천연가스 시장이 계속 수요자 중심 시장이 될 것인가에는 큰 의문이 든다. 그 이유는 수급측면의 변화와 국제 정세의 변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대응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신재생에너지와의 청정성과 경제성 경쟁은 천연가스의 미래에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여건 변화가 세계 천연가스 시장이 현재의 수요자 중심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가 비좁고 바람, 태양광 등 신재생의 부존자원에 제약이 많은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볼때 에너지 공급안보의 강화와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케 하는 수단이 천연가스 사용의 확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잘 발달된 조선산업과 하류부문의 인프라 및 사업역량을 바탕으로 천연가스 산업의 수출산업화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LNG를 수입함으로써 연료의 다변화를 이룰 수 있으며 그 경제적, 환경적 혜택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천연가스를 연료로서만 볼 것이 아니라 수출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천연가스의 산업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중류와 하류부문에 집중돼 있다. 천연가스 산업 전반의 가치사슬(value chain)측면에서 보면 상류부문의 부가가치가 중-하류부문 보다 현저히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의 해외자원 개발 실패를 딛고 보다 공세적으로 천연가스 해외자원 개발 추진을 고려할 시점에 이르렀다. 그 이유는 해외 천연가스 자원의 자산가격이 매우 낮은 상태이고 동 산업의 전후방 연계 효과가 크며 천연가스 사업의 미래가 불확실한 측면은 있지만 그래도 매우 밝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는 석탄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자원은 천연가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는 국제에너지기구가 2011년 표방했던 ‘천연가스의 황금기’에 곧 접어들 수도 있다.

과거 우리 공기업은 경험 미숙과 판단 착오 그리고 시장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여러 번의 자원개발 기회에서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다 겪고 지나온 시행착오이며 신입생의 ‘수업료’지불로 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곧 신재생에너지의 시대가 올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국제기구와 석유회사의 에너지수급 전망은 화석연료의 시대가 적어도 2040년 이후까지 전개될 것이라는 데에 이의가 없다.

그렇다면 화석연료 중 가장 환경 친화적인 천연가스가 석유와 석탄을 상당 부문 대체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 성장성이 높은 천연가스 산업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상류부문, 즉 자원개발사업에 참여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로 보인다.

2017년 발간된 아시아 개발은행 ADB의 인프라 건설 수요에 대한 보고서인 ‘Meeting Asia's Infrastructure Needs’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투자 특히 전력발전부문에 대한 투자수요가 2016~2030년 기간 동안 14조7,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신규 발전소의 대부분은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석탄과 천연가스 화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향후 천연가스의 수요, 발전소 및 송배전 수요, 건설자재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의 제2·3의 도약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준비의 하나가 천연가스 상류부문의 진출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원의 확보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국내적으로 대기 오염의 개선, 기후변화 대응, 경제성장을 위해 적어도 10~20년 동안은 천연가스의 소비를 진작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제 천연가스 시장을 보면 천연가스의 공급이 수요를 넘어 마냥 지속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또한 국제 정세가 급변하게 되면 천연가스를 포함한 에너지 공급의 위기는 언제든지 찾아 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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