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생산이 일반보일러 생산을 앞지르며 국내 가정용 보일러 시장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보일러 시장이 콘덴싱보일러로 탈바꿈하게 된 이유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지급된 친환경보일러 지원금이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 4월3일부터는 친환경보일러가 의무화되면서 보일러 시장의 변화를 가속한 것이다. 

보일러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의무화 이전인 올해 1분기에도 콘덴싱보일러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약 12% 증가했으며 2분기 판매량 역시 전년동기대비 약 83%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콘덴싱보일러 판매 증가는 국내 보일러 시장이 일반보일러에서 콘덴싱보일러로의 전환점으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전체 가스보일러 중 콘덴싱보일러 판매 비중을 분석해보면 올해 1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6%p 늘어난 48%를 기록했으며 2분기 들어 5월까지는 30% 이상 증가해 80% 가량을 기록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콘덴싱보일러 보급 지원사업으로 지난 6월까지 이미 13만3,000대 이상이 설치됐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보급 지원사업이 계속돼 왔던 수도권에서는 10만대 가량이 보급됐다. 계절적 요인으로 하반기에 보일러 수요가 몰리는 특성에 미뤄 봤을 때 향후 콘덴싱보일러 설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35만대를 기준으로 책정된 예산이 겨울철이 되기 전 마무리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기관리권역으로 지정된 총 77개 특·광역시와 시·군에서의 친환경보일러 설치 의무화로 현장에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일반보일러 처리를 놓고 혼란이 예상된다. 기존 일반보일러는 9월30일까지 판매·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에 따라 보일러 설비 종사자들은 응축수 배수구 및 상향식 배기구 설치가 가능한 경우에 환경표지인증을 받은 ‘1종 보일러’(친환경 콘덴싱보일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현장 조건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환경표지인증을 받은 ‘2종 보일러’(친환경 일반보일러)를 설치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일반보일러를 설치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끝나더라도 대기관리권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에는 기존 보일러를 설치할 수 있다. 특히 기름보일러의 경우 사용지역이 대부분 대기관리권역법 밖의 지역이기 때문에 기존 보일러를 그대로 설치해도 된다.

이러한 유예기간으로 10월부터 일반보일러 재고물량 처리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보일러 제조사에서 일반보일러 재고물량을 받아 줄지 아님 대리점에서 처리할 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못한 상태다. 보일러 제조사에서는 일반보일러의 생산물량을 크게 줄인 상태에서 대리점 재고를 다시 받아 안고 가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그렇다고 대리점에서 재고를 안고 가기에도 힘든 진퇴양난 상황이다.

또한 가스보일러를 제조하거나 수입한 자는 가스보일러 판매 시 CO경보기를 포함하도록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을 개정해 지난 8월5일부터는 보일러 신규·교체 설치 시 CO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된다. 또한 현재 가스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는 숙박시설들은 법 시행 후 1년 이내에 CO경보기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수요개발현장에서 보일러 4개사의 관계자들이 분주히 고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수요개발현장에서 보일러 4개사의 관계자들이 분주히 고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 B2B에서 B2C로

콘덴싱보일러로 시장이 변화되면서 보일러 업계의 마케팅 활동도 변화하고 있다. 

보일러 선택 시 설치가 필요한 특성 상 설비업자의 추천이 제품 구입의 큰 요소로 작용하던 기존과 달리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난방 패턴과 기호에 맞춰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B2B에 가깝던 시장이 B2C로 변화하고 있다.

친환경보일러 의무화는 환경부가 미세먼지를 비롯해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시행하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 환경개선에 대한 특별법’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조치다. 4월3일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하던 대기관리권역은 총 77개의 지자체로 확대됐다. 대기관리권역 내에는 환경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보일러만 사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된다. 이는 콘덴싱보일러 사용으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발생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난방분야에 대한 대기질 개선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보일러 업계의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난방 시즌이 아니더라도 온수를 사용하기 위해 매일 쓰는 보일러가 고장 날 경우 불편이 커 필요한 경우 제품 구입을 미루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로 콘덴싱보일러 사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언택트 시대…유통 채널 다양화

코로나19는 언택트 시대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보일러도 온라인으로 무대를 넓히며 소비자의 선택지를 늘렸다. 특히 비대면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보일러 제조사에서는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보일러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을 통한 구입 지원 서비스의 시행이다. 온라인을 통한 제품 구입이 일상화되는 사회적 트렌드와 달리 그간 보일러는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쉽지 않은 제품이었다. 설비업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일부 사이트에서만 온라인 판매가 진행됐으며 그마저도 설치비가 각각 업체마다 달라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동나비엔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자사의 공식 쇼핑몰을 통해 보일러 구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가 정확하게 정보를 획득하고 공식 쇼핑몰에 연계된 온라인 파트너에게 편리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구입을 원하는 고객은 나비엔하우스에 접속한 후 보일러 제품과 자신의 집의 난방 환경을 선택하고 주택 평수를 입력하면 선택한 조건에 최적화된 제품을 추천 받을 수 있다.

보일러 제조사들은 자사의 SNS를 통한 소비자 접점 커뮤니케이션도 한창이다. 늘어나는 보일러에 대한 관심에 대응하고자 각 보일러 제조사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통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소비자들이 보일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적극적인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SNS채널을 통해 단순한 제품 소개를 넘어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저감과 가스비 절감 등 콘덴싱보일러의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자사의 강점 살린 다양한 홍보

보일러를 직접 확인하고 그 차이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형 매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례로 경동나비엔은 대형마트 내 2018년 11월부터 가전전문매장인 일렉트로마트 내에 매장을 설치, 소비자가 직접 제품의 장점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설치 초기에는 신선하다는 소비자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소비자의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빈도가 늘어나며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유통 채널인 대리점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전제품처럼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체험형 매장을 구성하고 환경부로부터 ‘녹색매장’ 인증을 획득하며 소비자의 친환경 소비 생활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보일러 업계의 첫 사례인 경동나비엔 파주 대리점을 시작으로 경동나비엔은 올해 상반기에 녹색 매장을 8곳으로 확대했다. 특히 평택, 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세종, 천안, 대구, 익산, 부산 등 전국으로 확대하며 콘덴싱보일러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구입을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관계자는 “대기관리권역법이 시행되는 등 친환경 정책이 강화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인식 또한 환경을 염두에 둔 소비를 하겠다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어 올해 보일러시장도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라며 “높아지는 소비자 관심과 변화된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며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콘덴싱보일러의 가치를 알리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귀뚜라미는 콘덴싱보일러, 저녹스 일반보일러, 저녹스 기름보일러 등 신제품을 출시해 다양한 설치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자사의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등 홍보채널을 다변화하고 채널별로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린나이는 ‘친환경’, ‘편의성’, ‘가심비’ 3가지 핵심 키워드에 맞춰 가스보일러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제품 출시를 통해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보급사업과 성수기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라인업을 갖췄다고 판단하고 기존 제품과 신제품 홍보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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