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정부가 해상풍력 활성화에 주력하는 가운데 블레이드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경제성 확보에 실패하는 등 시작부터 준비와 검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주환 의원은 6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의 발전기(3MW) 20기 가운데 4기의 블레이드가 부러지는가 하면 B/C 0.5가량에 불과한 낮은 경제성 분석에도 불구하고 53조원이 넘는 총사업비가 투입되는 등 충분한 준비와 경제성 검토없이 정권 입맛 맞추기용 추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주환 의원이 한국전력 등 에너지공기업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이 추진 중인 해상풍력 사업은 34개로 총 사업비만 53조6,6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전력 2개소 추진에 11조9,000억원을, 남동발전은 10개소에 20조3,624억원, 중부발전이 9개소(9조3,925억원), 서부발전 4개소(6조7,000억원), 동서발전 1개소(1,126억원), 남부발전 3개소(1조1,348억원), 한국수력원자력 4개소(2조6,500억원), 석유공사 1개소(1조4,163억원)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기 에너지전환 정책은 설치가 비교적 쉬운 태양광 발전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산지 태양광 설치에 따른 환경 파괴,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 유발 등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최근 정부 에너지 정책은 풍력 발전 확대에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전북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서남해 해상에 2.4GW 해상풍력단지를 구축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지난 7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성 현장을 직접 방문해 세계 5위 해상풍력 강국 도약 비전을 발표하면서 그린뉴딜 정책의 중심에 섰다.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1단계 실증단지, 2단계 시범단지, 3단계 확산단지 등 3단계로 개발이 추진되는데, 1단계 실증단지는 전북 부안군 위도 인근의 육지에서 10km 떨어진 해상에 60MW(3MWX20호기) 규모로 올해 1월 준공됐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이후 실증단지 내 발전기의 날개, 즉 블레이드가 운영 도중 부러지는 등 파손이 잇따랐다.

20기 중 4기가 2019년 9월(1기)과 11월(2기) 12월(1기) 각각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90m 높이에 달하는 대형구조물이 가혹한 자연환경을 견뎌내지 못한 탓이다.

그밖에 결함은 발전기 20기 가운데 17기에서 확인됐는데 모두 탄소섬유를 적용한 카본 블레이드가 문제였으며, 개당 3억 원에 달하는 블레이드 하중을 견디는 부품의 결함과 접촉 불량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발전기 제작을 담당한 두산중공업 측은 카본블레이드 양산 제작 과정 중 제작 결함이 발생했다며 현재 파손원인 정밀 분석 후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진행 중"이라고 이 의원 측에 설명했다.

이주환 의원은 “이제 1단계 실증 준공을 마치고 2단계인 400MW(8MWX50호기) 규모의 시범단지 사업을 총사업비 약 2조2,000억원을 들여 착수하는데 국내기술 미흡으로 외국계 기업에 기술 종속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라며 “블레이드 안정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에너지 공기업들이 대부분 수십조원대 부채를 갖고 있거나 적자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열악한 경영상황에도 경제성이 현저히 낮은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석유공사가 추진하는 총사업비 1조4000억원대 규모의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은 사전타당성 경제성분석(B/C) 결과 0.55로 낮은 경제성을 보였고, 남동발전이 추진하는 총사업비 1조6127억원 규모 전남신안해상풍력 발전의 경우 예타 B/C는 0.53에 불과했다.

발전 5개사가 추진하는 화력발전의 경우 B/C가 적게는 1에서 많게는 1.34인 것으로 산출돼 높은 경제성을 보인 것과 비교한다면 이들 사업의 경제성은 매우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주환 의원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정권의 핵심 정책을 떠안은 에너지공기업들의 경영 악화는 국가 재정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공기업들이 준비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뛰어드는 모양새인데 지금부터라도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내실있는 에너지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핵심인 해상풍력 확대가 시작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는 날선 지적이 이어졌다.

한무경 의원은 “정부에서 그린뉴딜에 정책 중심을 맞춰 해상풍력 활성화를 집중 추진하고 있으며 에너지기술평가원이 3년간 84억원의 정부 출연금을 지원해 국내 지형에 적합한 탄소 블레이드를 개발했지만 막상 이 블레이드는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무려 4차례나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라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124MW 규모인 해상풍력발전 용량을 100배 늘려 2030년 12GW까지 확대하겠다며 블레이드분야에서도 우리가 결코 세계 수준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는데 당시 국산 블레이드가 파손돼 교체 중인 상황이 사전에 보고되지 않았다면 이는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무경 의원은 “비록 실증단계이지만 국산화 과정을 거친 부품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국민들에게 해상풍력의 중요성을 대통령까지 나서서 발표한 것은 기만행위”라며 “정부가 그린뉴딜의 핵심으로 꼽는 해상풍력발전이 실증 단계에서부터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풍력발전을 급격히 확대하는 것보다 블레이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해당 지역은 상업운전이 아닌 기업의 풍력관련 실증을 지원하기 위한 과정으로 국내 풍력생태계 성장을 위한 지원과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윤모 장관은 “당시 대통령 방문전 실증단계에서 블레이드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당연히 진행됐으며 해당 블레이드에 대한 교체작업은 거의 완료됐고 원인조사도 마친 상황”이라며 “특히 국내 풍력산업은 시스템과 블레이드, 부품 생태계가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많은 기업들이 떨어져나가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어려운 상황을 버텨준 기업들을 위해 실증단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는 완벽하지 않은 블레이드, 관련 부품의 생태계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