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훈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부교수
▲임용훈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부교수

[투데이에너지] 내연기관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은 1800년대 후반 독일에서 발명된 Otto & Diesel 엔진의 출현 이후 150년의 세월 동안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거듭해 초기 10%대 내·외의 효율이 현재 35~ 40%대의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전통과 축적된 기술력, 그리고 여전한 잠재적 시장 수요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 또한 기후변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최근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현재까지 전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은 2018년 기준 약 1,900만대 수준으로 내연기관으로 대표되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연평균 판매 증가량은 2016년 이후 연평균 약 55%에 육박하며 150년 전통의 내연기관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 구조에 커다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일본 등 매우 제한적으로 기술 개발이 진행돼오던 수소자동차분야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해 본격적으로 중국이 수소자동차 상용화 개발에 참여하면서 바야흐로 이른바 자동차산업의 춘추전국시대로의 재편이 예고되고 있다. 본격적인 기후변화의 시대를 맞이해 향후 자동차 시장은 크게 CHIP(Connected·Hetero geneous·Intelligent·Personal Mobility)라는 4가지 큰 아젠다를 중심으로 발전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편리한 자율주행 기술의 도입 등으로 운전에서의 사용자의 편의성과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기능적 진보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맞출 수 있도록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대량 생산체제에 따른 획일화된 제품 공급에서 모듈화 기반의 유연 제조 플랫폼 도입을 통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유니크한 제품 공급 방식으로 전환이 기대되고 있다.

국내 에너지시장, 특히 연간 국가 전체 1차에너지 소비 중 자동차를 포함한 수송부문과 비슷한 에너지사용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부문 또한 자동차 산업과 마찬가지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도시가스 산업과 열병합발전을 근간으로 하는 집단에너지 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한동안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중앙난방방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다.

다만 환경부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 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은 BM(Benchmark: 배출효율 기준 할당방식)적용 확대와 무상할당 방식 축소에 따른 유상할당 비중의 점진적 상향 조정 등 집단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따른 부담이 지속적으로 가중될 것으로 보여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감축 규제에 있어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는 EU ETS(Emission Trading System)에서도 열병합발전기반 집단에너지사업의 편익산정에 있어 과거와 같은 효율성보다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연료전환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관련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 및 친환경 생태환경 조성의 명분으로 전기차, 수소차 등 소위 그린자동차 산업으로의 전환과 시장 선점을 위한 범국가적 정책지원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향후 국내 건물에너지공급 시장 또한 스마트시티 플랫폼 산업과 긴밀한 연계성을 가지고 전개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자동차 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친환경적 에너지공급 솔루션으로서의 기능적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기존의 개별에너지공급사업과 달리 이미 열배관을 통한 물리적 Connec tivity를 확보한 집단에너지사업의 잠재적 시장 확대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현행의 대규모 중앙집중형 설비 규모의 경제성, 열병합발전 기반 화석연료 사용 효율성 중심의 사업모델을 고집하는 한 현재 시장 점유율은 높으나 미래자동차 시장에서 점진적 쇠락이 예상되는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서게 된다.

앞서 전기자동차가 기존 내연기관 체제 시장의 강력한 견제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거대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일으킨 것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인한 열수요 저감, 온실가스 감축 규제 강화에 따른 사업성 악화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건물부문 열공급시장에도 새로운 활력과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적 모델의 등장이 기대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급격한 대내·외적 사업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혁신적 모델이 집단에너지 사업 부문에서부터 촉발돼 관련 산업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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