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소설(小雪)이 지나고 한차례 어설픈 비바람이 흩뿌리고 가더니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제법 겨울 분위기를 느끼게 해 이제 더이상 가을이 아니로구나 싶다.

날씨가 이렇게 서둘러 추워지다 보면 가스보일러나 순간 온수기 사용을 재촉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달갑지 않은 불청객처럼 찾아와 소리없이 귀한 생명을 앗아가곤하는 CO중독사고 발생이 염려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80년대 초에 들어서 가스보일러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부터 예의 CO중독사고가 하나둘 발생하더니 최근에는 매년 발생 건수가 늘어 가고 있어 문제가 여간 심각한게 아니다.

그간의 가스사고 통계를 보면 80년부터 89년까지는 모두 합해 불과 9건밖에 안되던 CO중독사고가 90년에 6건, 91년에 17건으로 한해반에 무려 3배가량 껑충 뛰어 92년에 14건, 93년, 94년에는 각각 9건 8건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95년에 들어 다시 20건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96년에는 25건으로 5건이 늘고 97년에는 26건으로 1건이 늘어 일견 그 증가추세가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니구나 생각할수도 있겠다.

또한 이때까지의 총사고건수 134건도 전체 가스사고에 5.1% 정도밖에는 되지를 않아 보기 따라서는 이도 역시 별것이 아니구나하고 가볍게 넘길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CO중독 사고는 다른 가스사고와 달리 재산피해는 없어도 사고가 발생했다하면 거의가 다 인명피해를 수반하기 때문에 통계 숫자만 보고 만만히 대처하거나 소홀히 생각할 일은 결코 아니며 전체 사고 1건당 사망율이 0.15명인데 비하여 CO중독사고 1건당 사망율이 1.17명인 것을 보더라도 그 심각성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더구나 사고원인을 살펴보면 CO중독사고는 다른 형태의 가스사고에 비해 보일러 제조사나, 사용자, 시공자등 모두가 조금씩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만들고, 시설하고, 사용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던 사고들이 아니었겠나 생각되기 때문에 그로인한 인명의 손실이 더욱 안타깝고 딱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가스보일러를 실내인 주방이나 거실에 설치해 놓고 사용하다 변을 당한 경우가 그렇고 배기통 연결부에 균열이나 연통과 배기통의 연결부실을 방치한 것도 방심과 무관심이 지나칠 정도다.

환기구 막힌 것을 미쳐 모르고 있다 변을 당한 것이나 잘못 설치된 배기통 굴곡부를 응축수가 막고 있어 폐가스가 실내로 들어와 생사람을 잡았다는 데에는 기가차며 그렇게 분주함을 자랑하던 점검의 손길은 다 어딜가 무얼하고 있었다는 것인지 답답할 지경이다.

그밖에도 예를 들자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대체로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거나 성의껏 주의점검을 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항우(項羽)도 댕댕이 덩굴에 넘어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방심하거나 자만하면 실수도 따르고 사고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얼마전 인천 호프집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위험사회의 일면을 여지없이 다시한번 확인했다.

법이 있으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탈법성과 무법성, 맥주 몇병 만큼도 대접을 받지 못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의식의 실종을 불과 4개월전 씨랜드 화재사고때 확인했으면서 유감스럽게도 또 다시 확인하는 꼴이었다.

무지와 안전불감증을 확인하는 또다른 기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CO중독사고를 막기위한 일에 나서야 마땅한 사람들은 나서야 한다. 더 늦기전에, 날씨 더 춥기 전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제조회사도, 가스공급자도, 안전공사도, 점검으로, 계몽으로, 교육으로 서로 미루지 말고 다투어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탈 무사안일이며, 세계화요, 삶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란 것을 모른다면 정말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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