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수진 의원은 15일 국정감사에서 한국수력원자력에 원자력발전소 앵커볼트의 경년열화(부식) 관리 부실 등을 지적하고 원전의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한수원에 강력히 촉구했다.

한수원이 이수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초 원전설치 당시부터 현재까지 총 3기의 원전(고리 1·2호기, 월성 1호기)에 대해서만 앵커볼트(원전설비를 기초건물에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볼트)의 경년열화 관련 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2011년에 작성된 고리 2호기 경년열화관리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 주요설비인 가압기, 증기발생기 지지대에 설치된 앵커볼트 7개가 적정 항복강도 기준인 150ksi를 초과하고 20여개가 위험수준인 140~150ksi였던 것으로 밝혀져 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됐다.

실제 지진이 발생해 앵커볼트가 파손될 경우 원자로 압력용기나 냉각재 펌프같은 주요 설비들이 과도하게 흔들리거나 파손돼 심각한 원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점은 한수원이 초기 원전에 앵커볼트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음에도 추가적인 경년열화 관리프로그램을 하지 않아 나머지 가동원전의 앵커볼트 경년열화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치된 앵커볼트의 항복강도에 대한 측정 및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부식으로 인한 앵커볼트의 파손 시 땜질식 처방으로 문제된 앵커볼트만 교체할 뿐 원전 안전 관점에서의 근본 원인과 대책은 이뤄지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한수원과 원안위는 관련 절차서에 따라 앵커볼트의 부식상태를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앵커볼트가 삽입된 기기하부의 부식상태는 눈으로 확인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한수원은 올해 9월 ‘앵커볼트 구조성능 평가 및 검증 용역’을 발주해 뒤늦게나마 앵커볼트의 성능평가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나머지 원전들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부식이나 인장강도 등 경년열화에 관한 항목들은 검증대상에서 빠져 있다. 또한 용역결과가 나와 앵커볼트를 교체하거나 성능을 개선할 때까지는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해 그 사이 지진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빌어야 하는 형편이다.

이 의원은 “대형재해사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발생하는데 진도 7.0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를 했더라도 앵커볼트가 제대로 박혀있지 않으면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같은 대형 원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한수원은 하루 빨리 앵커볼트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전국 가동원전에 적용되는 통합 경년열화 관리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의원은 “한수원은 부울경 지진대책으로 내진성능향상을 위해 수백억원을 투입했다지만 막상 기기의 바닥을 고정하는 앵커볼트가 부실한 것은 한수원이 추진하는 모든 안전대책들이 현장과 동떨어진 형식에 치우친 허망한 대책들”이라며 종합적인 감시체계를 도입한 현장중심의 근본적 안전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고리원전 2호기의 경우 항복강도 150ksi를 초과하는 앵커볼트 응력값에 대한 상세평가 결과 건전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교체는 불필요하다”라며 “지난 2010년부터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전체 가동원전에 대해 앵커볼트 전수조사를 포함한 주요기기에 대한 경년열화관리프로그램을 수립,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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