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뉴딜 첫 현장 행보로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방문해 해상풍력에 대해 극찬했었지만 확인 결과 해당 풍력발전기 날개(블레이드)가 네 차례나 파손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가운데 파손 원인을 담은 ‘보고서’와 파손 관련 ‘설명자료’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명희 의원이 한국전력 등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블레이드가 어떤 이유로 파손됐는지 그 경위가 상세히 적혀있는 상황이다.
 
먼저 한전이 작성한 ‘설명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9월6일, 11월13일, 11월19일, 12월5일 4차례에 걸쳐 탄소섬유 재질 블레이드 3호기(4개)가 파손됐다.
 
한전은 파손 원인이 “스파캡(spar cap) 제작 시 온도 관리 부적정으로 내부공극이 발생해 생긴 강도저하”에 있다고 봤다. 또한 “블레이드 제작용 몰드 불량으로 시어웹(shear web) 접착 결함”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스파캡은 탄소섬유로 구성돼 있으며 블레이드의 하중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시어웹은 블레이드 상하판 결합시 구조적 강도를 보강하기 위해 내부에 설치하는 유리섬유 재질의 연결판을 뜻한다. '공극'이란 ‘구멍’이나 ‘빈틈’을 의미한다. ‘몰드’는 수지 등을 이용해 재료를 메우는 것이다.
 
재료연구소(소장 이정환)가 모 손해사정 회사에 의뢰해 작성한 ‘파손 원인 분석 보고서’에는 파손 경위가 좀 더 상세히 나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블레이드는 2019년 9월 6일 터빈이 풍속 10m/s인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던 중에 파손된 것으로 최초 보고됐다.
 
재료연구소는 3개월간에 걸쳐 가장 가능성이 높은 블레이드 파손 시나리오를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레이드 파손을 유발한 최초 근본 원인은 Pressure-side 스파캡과 rear shear web 사이의 본딩층이 적절하게 접합되지 못한 제조 결함으로 평가됐다. 이러한 결함부는 끝단에서 높은 응력 집중을 유발해 rear shear web의 파손을 야기했고 이는 구조적 안정성을 크게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suction-side 쪽 스파캡의 압축하중을 받는 중 안정성 저하로 인해 압축 버클링이 발생했고 이는 최종적으로 블레이드가 완전히 붕괴되는 파손을 초래하게 된 것으로 최종 평가됐다.

설명자료와 보고서를 종합하면, 결국 블레이드의 하중을 견뎌야 하는 부품 결함과 접촉 불량이 원인이 됐다는 얘기다. 개당 3억원에 달하는 이 블레이드는 모두 탄소섬유를 적용한 카본 블레이드였다. 발전기를 제작한 두산중공업은 “블레이드 양산 제작 과정 중 제작 결함이 있었다”라며 “파손 원인을 정밀 분석한 후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설명자료’에서 블레이드 제작 개선방안으로 △제작 환경 개선(블레이드 신규공장 확보 및 스파캡 제작 및 전용룸 구축) △제조 공정 개선(탄소섬유 적층 장비, 접착제 도포 장비 등) △품질점검 강화(비파괴 검사 적용)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남해 해상에 2.4GW 해상풍력단지를 구축하는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1단계 실증단지, 2단계 시범단지, 3단계 확산단지 등 3단계로 추진되는데, 1단계 실증단지는 전북 부안군 위도 인근의 육지에서 10km떨어진 해상에 60MW(3MW×20호기) 규모로 올해 1월 준공됐다.
 
한편 문제가 된 블레이드 개발에 참여한 재료연구소(풍력핵심기술센터)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재료연구소 풍력핵심기술센터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두산중공업 등 국내기업과 함께 정부 출연금 84억원을 지원받아 블레이드 개발에 나섰으며 각종 인증 작업에도 참여했었다. 블레이드가 파손이 됐을 때 그 원인 분석도 했다.
 
이번 국감에서 조명희 의원은 재료연구소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탄소섬유 블레이드는 국제형식인증과 국제설계인증까지 받았는데 무슨 인증을 어떻게 받았다는 건지 모르겠으며 이 연구는 엉터리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조명희 의원은 “의원실에서 원인분석보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재료연구소에 요구했지만 당초 재료연구소는 ‘해당사항 없음’이라는 허위답변으로 보고서의 존재를 은폐했다”라며 “이후 의원실의 반복적 자료요구에 재료연구소는 ‘기업의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연구소 임의로 제출이 불가능하며 해당 결과보고서는 관련 기업에 요청하시는 것이 의원님의 원활한 의정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의원은 “국민 혈세를 들여 개발한 블레이드가 파손돼 그 경위를 파악하고자 국정감사 자료를 제출요구했음에도 재료연구소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막대한 세금을 들여 시행한 연구가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특정기업을 위한 것인지 그 목적을 의심스럽게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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