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김민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미세먼지로 고통 받던 시간들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몇 달째 계속되고 있는 맑고 청명한 하늘은 이때까지의 미세먼지 문제를 다 잊은 것처럼 느끼게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현재도 온 국민을 공황 상태에 몰아넣고 있으며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전염병은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인간에게 공포를 유발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이러한 병마와 싸워 극복할 방법을 찾아 왔고 곧 원인균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기술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의 종식은 다시금 활발한 산업 활동을 이끌어 낼 것이고 이후에는 다시 미세먼지와 씨름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미세먼지와 바이러스의 공통점은 인간의 호흡기와 연관돼 있다는 점이고 에너지산업측면에서는 환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환기의 사전적 정의는 쾌적한 실내공기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외부의 공기를 유입하고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배출시키는 것을 말한다.

환기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사람의 활동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나 건축자재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물질 등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공기 중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는바 적절한 환기는 실내 환경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반대로 외부의 미세먼지가 창궐한 시기에는 환기를 거의 하지 않고 지냈었는데 대부분 창문을 걸어 잠그고 공기청정기에 의존했었다. 또한 여름이나 겨울철에는 냉난방기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환기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는 밀폐된 공간에서 냉난방 기기로 인한 실내공기의 순환에 의해 집단 감염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된 사례도 있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침과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최근의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실내공기질의 적극적 관리를 위한 환기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환기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아 왔다.

현재 가정집도 에어컨이나 보일러로 냉난방에만 중심을 두고 있고 환기는 가끔 창문을 여닫는 식의 환기 방식이 고작이다.

특히 에너지가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져 환기에 대해서는 최근에서야 제대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도 대형 건물에는 오래 전부터 설치되고 있던 환기시스템이 주택에도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사람들의 관심도 부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환기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미세먼지나 전염병 확산에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실내생활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공된 환기에 대한 지침은 새로운 사회현상을 반영하기에는 명확하게 정의되거나 제공되지 않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예컨대 공기 전파가 가능한 전염병 통제를 위해 실내나 다중이용시설의 규모와 종류에 따른 환기 지침이나, 미세먼지가 많이 있을 때 실내공기질 유지를 위한 최적의 시스템 등은 아직도 고민돼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다.

즉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기반이 부족하다 보니 사람들은 환기를 위한 체계적인 대응보다는 즉흥적 대응이 대부분이다. 단적으로 오는 겨울에는 환기 부족으로 인해 발생할 상황을 예측해 보면 더 실감이 난다.

동절기에는 안팎의 큰 온도차로 연속적인 환기는 거의 하지 않고 수 시간에 한 번씩 환기를 하는 게 보통인데 이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더욱 적합한 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뉴노멀 시대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환기 지침과 이에 맞는 설비규격의 확립이 중요하게 될 것임을 느끼게 한다.

국제에너지기구에서는 심화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증가하고 실내 냉난방과 환기에 요구되는 에너지양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다양한 변종바이러스가 인간과 함께 할 것이라는 전망을 보고하고 있다. 지금의 사회 상황은 단순히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에너지산업의 방향을 다시금 고민하게 한다. 환기는 이의 일부분이며 앞으로는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효과적인 바람직한 에너지 소비를 위해 눈을 돌릴 때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