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신기술연구소장
▲한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신기술연구소장

[투데이에너지] 최근 수소경제를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늘어났다. 언론 매체를 통한 보도도 많이 늘어나고 주변에서 수소차를 샀다는 사람들도 가끔씩 마주치곤 한다. 이제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미래기술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실생활에서 수소차, 수소충전소, 연료전지 등 수소경제가 눈앞에서 실현되는 것을 보니 놀랍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수소차와 연료전지 발전소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어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소경제는 더욱 가까이 느끼는 듯하다.

이렇게 수소경제는 우리 실생활에 가까이 근접해 곧 사용될 것 같지만 실제 연구분야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재생에너지와 물로부터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수소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소를 전국 곳곳으로 보내고 이를 활용한 수소차, 수소버스, 수소기차가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연료전지 발전소가 곳곳에 설치돼 운영되기까지는 아직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소경제는 단순히 에너지시스템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에너지 인프라를 변화시키고 대부분의 국가 주력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커다란 변혁이다. 대량의 수소를 저비용으로 온실가스 없는 친환경적인 기술로 생산하고 안전하게 운송해 저장하는 등 수소를 우리 생활 속의 에너지로 활용하는 사회구조의 큰 변혁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광범위한 변혁을 위해서는 수많은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 수소 관련 기술들은 오랜기간 연구됐기 때문에 이미 개발된 몇몇 기술들이 있지만 이러한 기존 기술들도 여전히 공해물질을 배출하거나 효율적으로 대량의 수소를 처리하지 못하고 혹은 매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변혁에 맞는 새로운 기술들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완전한 수소경제를 도입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으로 수소차를 4,167대 생산했고 수소충전소는 54개소를 건설했으며 396MW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설치 운영하는 명실공히 수소경제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일본, 미국 그리고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이 수소경제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보급해 우리나라와 경쟁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수소경제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추격형 국가가 아닌 수소 선도국가라 할 수 있다.

선도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소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개발분야에 있어서 더욱 선제적, 선도형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여러 종류의 수소 운송 방법 중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방식은 무엇이며 이 방식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규모로 개발하는 것이 적당한 지를 판단하고 집중적으로 개발해야한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우리는 이러한 선도적 연구개발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이를 위해서는 많은 R&D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아 내야하는데 이러한 연구에 지원이 거의 전무하다. 수소경제를 위한 전략적 판단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으니 판단이 어렵고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선진 기술도 없으니 효율이고 효과적인 개발 전략을 수립하기가 어렵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정부가 지난해 10월에 ‘범부처 수소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발표한 것이다. 정부는 일부 수소 운송기술 개발에 있어 당분간 많은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동안 경제성 및 환경적 분석을 통해 국가 근간인 수소 운송 인프라를 구축하는 전략을 수립, 집중적으로 개발할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소기술개발 로드맵은 선도형 기술개발의 첫 걸음을 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광범위한 산업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수소경제를 도입하기까지는 앞서 얘기한 수소 인프라 구축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범부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바탕돼 아주 긴 호흡으로 가야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일반인들이 수소경제를 직접 체험 또는 언론에서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해당 연구자로서 아주 기쁜 소식이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너무 단기적인 성과에만 그치거나 치중돼선 절대 안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국가적인 큰 변혁이 다가온다. 모처럼 우리나라는 수소경제 있어 선도국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아직 숙제는 많이 남았다. 앞으로도 긴 시간 동안의 기술개발, 보급, 인프라 구축 등을 달성해 나아가야만 한다.

이를 위해 단·중·장기 선진형 전략을 가지고 안정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긴 호흡으로 분야를 전망하고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부의 전략과 지원이 필수 요소로 작용한다면 ‘완전한 수소경제 도입’이라는 미래는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