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병인 기자] 최근 지하매설배관과 관련해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관리강화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사고 자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매설배관들의 현황파악이 가장 먼저 필요하며 두 번째는 지속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신상봉 한국가스기술공사 지하매설물안전관리 연구소장에게 현 지하매설배관 안전관리의 문제점과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국내 지하매설배관 상황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에너지수송용 지하배관망은 총 6만388km로 이 중 2만1,356km가 20년 이상 장기사용배관 잠재적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어 특별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가스관, 열수송관, 송유관 등은 높은 압력으로 수송되고 있으며 도심지에 많이 매설돼 있기 때문에 스마트 도시 등과 같은 도시개발과 맞물려 안전사고가 급증할 수 있다.

그동안 지하매설배관 안전관리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의 아현동 지하통신구 화재, 고양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 여의도 싱크홀 발생 등의 사회적 이슈로 인해 안전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차원에서 급속한 기반시설 노후화에 따른 안전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기본법’을 제정했다.

지하매설배관의 종류에 따라 현 상태를 진단해 보면 도시가스 배관 중 고압가스관의 경우에는 정밀안전진단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에 있으며 국내 개발된 ILI피그 장비를 이용해 배관의 변형, 부식상태 등을 검사하고 있다.

중·저압관의 경우에는 낮은 압력과 분기관으로 인해 ILI피그 장비의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관 내부의 변형이나 부식상태를 점검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며 노후 배관망의 경우에도 대부분이 민간 도시가스사 배관이므로 교체를 강제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다.

2018년 12월에 발생한 고양시 열수송관 파열사고는 해당배관이 1991년에 매설돼 약 27년 사용된 노후배관이었으며 관 내부를 정밀점검 할 수 있는 기술이나 정확한 안전진단을 위한 기술, 안전기준등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송유관은 20년 이상 장기사용배관이 98.3%에 달하며 현재는 해외기업을 통해 관내부 정밀점검을 수행하고 배관 안전성평가를 받고 있어 국내자본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지하매설배관 종류에 적용 가능한 자가추진 피그, 배관의 건전성 평가 및 수명예측기술의 국산화, 지하매설배관을 통합관리할수 있는 플랫폼의 구축과 컨트롤타워의 역할 강화 등 지하매설배관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 매설배관 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현재 지하매설배관 관리를 하고 있는 유관기관들은 이구동성으로 굴착공사관리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 2008년도부터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굴착공사로부터 도시가스배관의 파손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EOCS(Excavation One-Call System)를 도입하고 굴착공사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규모 굴착공사에 대한 사고는 획기적으로 감소했으나 사용자 부지 내에서 이뤄지는 소규모 굴착공사에 의한 사고는 증가 추세에 있다.

또한 굴착공사지원센터의 시스템의 통계자료는 고압가스와 도시가스배관에만 해당돼 전력선, 송유관, 열수송관에 대한 사고건수를 감안하면 더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뿐만 아니라 위험물, 유해화학물질, 송유관, 스팀관 등 다양한 지하배관이 거미줄처럼 설치돼 있는 울산 국가산업단지의 경우 최근 6년간 울산 소방본부 출동통계 자료에 의하면 타공사 사고가 50%를 차지해 전국 가스배관 타공사사고 보다 차지하는 비율이 낮지만 전체사고 대비 가장 높은 사고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타공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굴착공사자의 시공 시 주의도 필요하지만 정확한 지하시설물에 대한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국토부에서 주관하는 지하공간통합지도는 지하시설물 타공사 사고 예방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개선점은.
첫째는 배관의 전주기 수명관리와 장기사용 매설배관에 대한 정밀안전진단기술 적용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매설배관은 필요(Need), 계획(Planning), 설계(Design), 시공(Construction), 가동전 검사(Commissioning Acceptance), 운영 및 유지보수(Operation & Maintenance)의  모든 주기의 공정을 철저히 관리해야만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들 주기내 한가지 활동이 잘못 수행되면 배관은 교체 또는 폐기할 수밖에 없다.

장기사용에 따른 건전성 평가를 통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나 국내에는 일부 배관에만 적용돼 운영 중이고 특히 석유화학단지의 고압 가스배관이나 열 수송관 등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사용 매설배관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배관의 사용정지 및 고가장비 투입 등에 따른 투자비용이 많이 소요됨에 따라 매설배관 관리주체의 참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며 그에 따른 법과 제도도 정비돼야 한다.

둘째로 외부 제3자에 의한 무단굴착에 대응한 무사고 솔루션 개발과 적용 확대이다.

도시가스의 경우 굴착공사로 인한 사고가 2015년~2019년까지 전체사고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굴착공사 시 사전에 EOCS라는 굴착정보지원센터에 미리 신고하고 입회요청을 하게 돼 있으나 미신고로 인한 무단굴착, 신고를 하고 협의내용과 다른 구간을 굴착하는 임의굴착 등으로 인한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사람과 제도의 한계를 보완해 줄 ICT 융합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의 개발과 적용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굴삭기 등 굴착장비를 인공지능을 통해 객체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한 드론이나 배관 상부에 포설해 굴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스마트 예방시트와 굴착 시 발생하는 진동을 감시하는 광케이블시스템 등이 개발, 상용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기술들을 신규배관 건설이나 배관 교체 시 확대 적용해야 한다.

셋째로 법과 제도의 정비다. 지하매설배관의 경우 심도 6m이내에 대부분이 매설돼 있으며 지하안전법 상 지하안전영향평가는 10m 이상에 대해서만 시행하게 돼 있다. 따라서 지하안전영향평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게 되므로 이에 대한 보완이 이뤄져야 하며 지하측정장비에 대한 실용화방안,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법제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 첨단기술 적용 사례는.
첫 번째로는 드론을 활용한 매설배관관리이다. 현재 안전점검원이 차량을 이용해 도시가스배관 점검을 하고 있으나 안전점검원이 차량운전 및 순회점검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므로 점검 시야가 좁아지고 안전점검원의 차량 사고 등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그리고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골목 혹은 시장, 산지, 물가 등의 구간은 사람이 직접 확인하기엔 무리가 있으므로 해당 구간에 대한 안전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드론을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가스공사 및 가스기술공사는 2018년부터 천연가스 관로점검에 드론을 도입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설 배관 주변 일부구간에 대해 드론으로 도입해 관로점검을 시범운영 중에 있다.

충청에너지서비스에서는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해 드론을 이용한 도시가스배관 순회점검 서비스를 시범운영 중이며 해당 서비스는 미신고 굴착공사를 감지하는 데 사용된다.
객체인식 기술을 드론에 접목해 실시간으로 굴착공사 위치를 감지하고 배관 손상을 방지하고자 사용된다.

중부권 도시가스공급사인 JB(주)의 드론서비스는 카메라와 가스누출검지장치를 탑재한 드론이 굴착공사현장 및 가스누출을 감시하고 사물인터넷과 스마트계량기를 통한 IoT서비스는 원격검침 및 가스공급압력, 배관의 방식전위, 지진 진동 측정정보를 수집해 위험예측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두 번째로 도시가스 배관관리를 위해 삼천리에서는 스마트배관망시스템을 도입했다. 스마트 배관망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 데이터 마이닝 기술 등을 이용해 지하에 매설된 도시가스 시설관리에 필요한 현장의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한다. IoT 통신으로 현장상태를 파악하고 이상상황 발생 시 현장에 인력이 직접 출동하지 않더라도 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도시가스 배관망의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시설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 그외 하고 싶은 말은.
개별 지하시설물 담당 주체간 관리영역을 제한하는 전통적 접근법에서 탈피하고 보이지 않는 땅속 특성을 고려한 3차원 지하공간통합지도 구축을 통해 지하공간에 대한 다면적이고 고도화된 통합안전관리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국토부, 환경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 협의체를 구성해 지하공간정보 통합·활용 극대화 방안을 마련하고 연구원, 산업체 등 전문가로 이뤄진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플랫폼 구축·신산업 육성 등 주요 부문별 세부 실행 전략을 수립하는 사업추진체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지하매설물 및 지반의 효율적인 관리는 결국 각종 센서와 통신장치를 결합한 사물인터넷(IoT)의 활성화를 의미한다. 사물인터넷(IoT)이 대중화되면 각종 센서와 통신장치가 수집하는 데이터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가 스스로 학습을 해 고장을 예측하는 등 머신러닝 기술과 실시간 연결성과 보안성 강화를 위한 더욱 수준높은 네트워크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안전사고 없는 살기 좋은 행복한 국토실현을 위해 선제적으로 재난, 안전사고 요인을 탐지하고 분석해 적절한 시점에 대응하고 예방을 통해 대국민 편의성 향상 및 과학적인 지하공간 관리로 효율성을 증가시키며 고도화된 지하시설물 통합안전관리 기술개발로 안전한 도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