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최소의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면서 발생되는 편익을 최대화하려는 것은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다만 과거 에너지부문에서 발생되는 경제적 비용은 일반상품과 동일하게 생산, 운송 및 판매에 관련된 비용이 반영돼 있었고 화석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발생되는 환경피해비용은 고려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시장에서 부과되는 에너지의 가격만을 고려해 최대의 편익을 실현하는 것이 과거 에너지소비의 주된 관심사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부과되지 않았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발생되는 환경피해비용이 미세먼지, 이상기후 등 점차 실생활에서 체감되면서 실제로 우리가 지불해야할 비용이라는 인식도 점차 증가하게 됐다. 

외부비용이 실제 거래비용에 내재화돼야 하며 이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소비가 장려돼야 한다는 기본적 생각은 배출권거래제, 친환경적 에너지 소비를 위한 세제개편, 재생에너지 발전량 의무화, 전기자동차 보급 활성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어 실제 거래비용에 내재화되고 있다. 

2020년에 발표된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은 앞서 언급된 에너지부문의 친환경성 확보를 위한 정책의 확장 그리고 결정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먼저 그린뉴딜을 최종에너지 소비부문과 관련된 주제로 정리해보면 건물부문의 효율향상을 통한 냉난방 에너지 소비 절감,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를 통한 전력생산의 친환경화, 그리고 수송부문의 전력화로 화석에너지 소비 감소의 3가지가 주요 주제로 언급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탄소중립은 최대한 간단하게 정의해보면 결국 2050년에는 화석에너지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실제 사용되는 모든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충당한다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인데 따라서 그린뉴딜은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시작점이며 향후 에너지소비 전 부문에서 화석에너지 대신 친환경·재생에너지를 사용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된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의 관점에서 보면 전력부문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성은 명료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지속적 확대와 이에 따라 발생하는 전력계통 안정성 문제의 해결이다. 

태양광 및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증가로 최근에는 계통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일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출력제한을 실시하기도 하고 전력수요가 낮은 연휴기간 동안 경직성 전원인 원자력을 감발하는 등 과거에는 보기 힘든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ESS 및 수소 등을 통한 전력의 저장, 송배전망 계통 보강 및 기술 발전 등으로 계통안정성문제는 해결가능할 것이다. 독일은 이미 2019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약 40%를 기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며 P2G 기술을 통한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저장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는 중이다.

수송부문 역시 전력부문과 마찬가지로 미래 방향성은 명확하다. 전력부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가정하면 운송수단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모두 전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정부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40년까지 1,120만대의 친환경차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2020년 11월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 보급대수가 약 2,400만대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보급대수의 약 절반수준의 자동차가 전력과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 이 목표는 더욱 상향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육상수송과 마찬가지로 해상과 항공운송도 결국에는 전력화의 방향으로 들어설 것이다.

그러나 건물부문에서 사용하는 난방에너지와 산업공정에서 사용되는 열에너지를 생각해보면 현재로써는 뚜렷한 정책적 목표와 달성수단,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목표달성을 위한 로드맵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찾기 힘들다. 

건물의 효율향상, 신축건물의 신재생에너지 의무화 등 건축물 자체에 대한 정책은 지속돼 왔지만 실제 기존건물에서 사용되고 있는 에너지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건물부문에서 난방을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는 크게 직접적으로 도시가스를 사용하여 열을 생산하거나 열병합발전에서 발생하는 열을 고온수를 통해서 전달하는 지역난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산업부문에서 사용되는 열에너지는 원료용으로 사용되는 비에너지유과 석탄을 제외하고 사용하는 석유, 도시가스, 그리고 산업단지의 석탄 열병합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2019에너지통계연보(에너지경제연구원)를 기준으로 2018년 최종에너지소비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소비한 최종에너지는 2억3,274만TOE다.
 
이 중 수송부문에서 사용한 에너지는 4,295만8,000TOE로 약 18.5%, 전력부문은 4,499만4,000TOE로 약 19.3%의 비중을 차지한다. 

원료용 에너지소비인 석유부문의 비에너지유와 철강생산에 필요한 석탄소비는 8,451만8,000TOE로 36.3%, 여기에 최종부문에서 사용된 신재생에너지 829만5,000TOE까지 합하면 에너지소비는 전체의 약 77.7%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원료용 소비에 대한 논의는 제외하고서라도 나머지 22.3%의 난방(또는 산업공정열)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는 여전히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어떠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지 고민돼야 한다. 

이 22.3%의 에너지는 석탄 829만5,000TOE, 석유 1,566만TOE, 도시가스 2,520만7,000TOE), 지역난방 열에너지 268만2,000TOE)로 구성돼 있으며 건물(가정, 상업 및 공공)과 산업공정 기준으로는 각각 47%와 53%의 비중으로 나눠진다. (표1,2,3 참조)

 

건물과 산업공정부문에서 난방 또는 열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화석에너지를 줄이고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화석에너지가 사용되는 형태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기술 분석 등을 통해 구체적인 에너지 사용과 대체가능성의 현황이 진단돼야 한다. 

건물부문은 에너지 소비형태는 주로 난방(및 온수, 취사)일 것으로 추정되며 개별난방과 지역난방이 각각 60%, 11%의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이 중 지역난방의 38.7%는 연료전지, 히트펌프, 태양열과 하수열, 소각열, 발전배열 및 산업폐열 등으로 이뤄져 있다. 

즉 건물부문의 약 4.2% 정도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고 있다고 추정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난방은 최근 4세대 지역난방과 함께 신재생열에너지 공급과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에 대한 논의 또한 활발하다. 

반면 개별난방은 대체기술과 에너지, 대체잠재력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며 산업공정 부문은 먼저 어떤 형태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어떤 기술(또는 재생에너지)로 대체가능한지에 대한 현황파악이 우선적인 과제일 것이다.

신재생열에너지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 수립도 필요하다. 

익히 알고 있듯이 유럽의 주요국은 신재생열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HO), 신재생열에너지 지원제도(RHI) 등을 실행 중에 있다.

이후 2018년 EU 재생에너지지침(EU RED) 개정을 통해 2030년 냉난방 부문의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상향설정 했다. 

최근 발표된 Renovation Wave for Europe (2020년 10월14일에 따르면 건물부문의 리모델링과 함께 2021년 7월 EU 재생에너지지침을 개정해 보다 강화된 2030년 재생냉난방 목표를 설정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2년 신재생열에너지 의무화(RHO) 도입에 대한 검토가 있었지만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은 상태이다. 

전력부문의 재생에너지 도입을 보면 시장형성 초기에는 신재생열에너지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일정 시간 후 신재생열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로 제도를 변경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수소경제와의 협업이다. 그린수소를 사용해서 연료전지 발전을 할 경우 자연스럽게 재생열이 생산된다.

또한 수소가스터빈과 같은 미래기술은 지역난방에 적용될 경우 친환경 전력과 열이 동시에 생산될 수 있다. 

현재 수소경제는 발전과 수송부문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생 열 생산의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구감소에 따른 콤팩트 시티, 기술발전에 따른 스마트시티 등 미래의 도
시모습은 고밀도화 되는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때 수소를 활용한 지역난방은 열부문의 재생에너지 공급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미래에 어떤 형태의 기술과 에너지가 나타나며 앞으로 약 30년 후인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현재로부터 30년전 이었던 1990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 자율 주행차 등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다양한 기술의 발전과 비용하락을 통한 보급 확대, 이를 통한 사회의 변화가 가능한 기간이기도 했다. 

전력, 수송 등 타 에너지원과 소비부문에 비해 난방 및 산업공정 열부문의 재생에너지 공급에 대한 논의가 다소 늦기는 했지만 새해에는 탄소중립을 위한 첫 걸음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