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필자가 환경문제에 대해서 처음 인식하게 된 것은 80년대 중반 어느해 기차 안에서였다.

당시 필자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학기 중에 이따금 기차타고 주말을 이용해 집에 다녀오곤 했었다.

그 당시 필자는 영어공부를 위해 해외의 여러 잡지를 기차 안에서 즐겨 읽곤 했었는데 그때 읽었던 특집기사 중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기사가 북극해 상공의 오존층이 CO₂로 인해 구멍이 나고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오존층 파괴를 막으려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 CO₂를 지속적으로 감소시켜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기사에서는 줄이지 못한다면 오존층 파괴로 인해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도 실려있었다.

필자가 다시 환경문제에 접하게 된 것은 10여년이 지난 1990년대 중반 무렵이었다. 그 당시 조선업계에 있었던 필자는 해운과 조선시장 조사를 했었는데 선박연료가 벙커C유에서 디젤로 전환되기 시작하던 즈음이었다. 물론 주된 이유는 환경문제였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중 가장 저급한 연료중 하나가 벙커C유일 것이다. 사방이 개방된 항만의 공기질이 오히려 육지보다 더 나쁘다는 보고가 빈번히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선박에서 나오는 오염된 배기가스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나 IMO가 선박의 배기가스에 함유된 황산화물 규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됨을 예고하면서 친환경 선박연료에 대해 본격 검토됐고 현재로서는 LNG가 친환경 선박연료로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우리나라는 업계 자발적으로 선박연료에 LNG벙커링이 필요하다는 의식 하에 2012년 LNG벙커링 협의체가 발족됐다.

그리고 연구용역과 세미나 등을 통해 LNG벙커링의 필요성에 대해 널리 확산시켰고 정부의 관련 부처 및 부서들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로 LNG벙커링협의체가 LNG벙커링산업협회로 지난 2016년 7월15일 전환됐다. 필자는 초대 사무국장으로 LNG벙커링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 4년 반 동안 정부관계부서, 여러 지자체, 여러 연구기관 및 LNG벙커링에 관심있는 업체들을 만나 왔었다.

필자의 생각에는 LNG벙커링 인프라 구축에는 ‘하드웨어적’인 부분과 ‘소프트웨어적’인 부분 두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하드웨어는 LNG벙커링관련 육상설비, 해상설비, 접안설비 그리고 LNG벙커링선박과 LNG추진선박이라고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 이와 관련된 규정과 시행령 제정 등이 필요하다. 지난 2019년까지는 LNG벙커링 시장 확대를 위한 두가지 부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준비하는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대형 국적광탄선의 LNG추진선박으로 발주가 있었고 LNG벙커링선박 선가의 30%지원하는 시범사업도 있었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통해 우리나라는 LNG벙커링산업에 대한 토대를 마련하게 됐고 이는 산업부와 해수부 등 관계부처의 협업과 노력이 존재했다.

LNG추진선박은 해수부의 친환경선박 대체보조금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한국 최초로 민간이 LNG벙커링선박 발주가 가능한 것은 산업부의 건조지원금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한편 같은 기간 동안 LNG벙커링의 법적 토대를 마련해주는 도시가스사업법이 2019년 말 국회를 통과됐다.

필자의 의견은 지난해는 그간 수면 밑에서 움직였던 LNG벙커링 인프라 구축활동이 수면 위로 살짝 올라온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발주됐던 LNG추진선이 순차적으로 인도되고 LNG벙커링선 선박발주를 위한 건조지원금이 확정됐다.

이를 위해 민간에서 LNG벙커링 전문회사를 설립 추진 중에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국가스공사와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소 시운전용 LNG벙커링을 STS(Ship To Ship)방식으로 시범으로 실시해 성공적인 결과를 창출했다. 한국에서도 LNG벙커링이 개시됐다는 신호탄인 셈이었다.

이미 LNG벙커링은 북유럽, 미국, 싱가폴,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 진행 중인 상황이다. 즉 친환경 해양시대에 LNG벙커링은 대세가 돼가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LNG벙커링 지원정책으로 LNG벙커링선박, 벙커링인프라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각 EU회원국에 각국 별로 최소 1개 이상의 LNG벙커링 항구를 보유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2025년까지 LNG벙커링 인프라를 갖춘 항구 건설을 위한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또한 항구도시는 2025년까지, 내륙항의 경우에는 2030년까지 최소한의 LNG추진선 급유설비 설치 의무화를 추진 중에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LNG벙커링 산업 활성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LNG벙커링사업을 추진하는 업체에게 친환경 선박에 대한 등록비 최대 75%를 공제하고 중량세는 최대 50%를 보조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내 항만을 이용하는 친환경선박에 이용료 최대 25% 할인을 적용해준다.

또한 LNG추진선을 건조할 시 선박당 200만SGD(한화 약 17억원)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LNG선박 관련 산업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지난 2016년 요코하마항을 LNG벙커링 거점으로 육성하는 로드맵을 수립한 바 있다.
일본의 로드맵에 따르면 1단계에서는 Truck-to-ship 벙커링 방식으로 운영하며 2단계가 실시되는 현재에는 LNG벙커링선을 활용한 Ship-to-ship사업비 60억엔(한화 약 670억원)을 확보해 LNG벙커링 산업을 장려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LNG 벙커링 장려 정책에 힘입어 향후 전세계 LNG벙커링 수요량은 점차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2020년 1,000만톤이었던 세계 LNG벙커링 수요량은 오는 2030년에는 2,100만~2,760만톤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LNG벙커링산업을 확대하는데 있어 해외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늦은 감이 있다.

이에 LNG벙커링의 중심에 있는 협회로서 2021년 이후의 업무에 대해 적지 않은 업무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제 겨우 작은 토대를 마련했는데 내실을 기하고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려면 더욱 많은 LNG추진선, 더욱 많은 LNG벙커링설비와 LNG벙커링선박 등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지원이 절실한 상횡인데 정부로서도 아직은 미흡한 사업성 등 민간분야에 직접 지원하는 것에 부담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시장규모를 갖추기 위해 수요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시장형성이 가능할 정도의 ‘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초기 인프라 구성에는 작업을 아직 수요가 없는 상태에서 민간사업자에게 일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최소한 추가적으로 필요한 기반구축, 즉 LNG추진선박과 LNG벙커링선박 추가발주 등에 정부도움이 매우 필요한 실정이다.

예를 들자면 친환경 선박대체보조금 확대, LNG벙커링 설비 운영손실 보조금, 그리고 20K급 이상의 대형 LNG벙커링선박의 건조지원 등이 있을 수 있다.

LNG벙커링은 선박간 주유하는 방식인 STS (Ship To Ship)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선박 크기에 따라 STS를 하는 LNG벙커링 선박크기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일단 첫 단추인 7.5K LNG벙커링 선박 발주건은 기정사실이 됐으나 선박크기로 인해 한번에 LNG벙커링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있어 대형선의 경우 1회분도 안되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7.5K LNG벙커링 선박의 경우 호주항로 기준 180K 규모의 대형 광탄선을 2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형 광탄선은 총 100척이 넘을 만큼 상당한 숫자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50%정도만 LNG추진선박으로 대체된다 하더라도 항해일수를 감안하면 LNG벙커링 선박이 LNG로 대체된 대형 광탄선에만 투입되더라도 빠듯한 실정이다. 그런데 연료사용이 많은 컨테이너선의 경우 사정이 더욱 힘들다.

2만2,000TEU 대형 LNG추진 컨테이너선의 경우 한번 벙커링하는데 1만8,000CBM이 필요하다. 7.5K LNG벙커링 선박으로는 전혀 대응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K이상 대형 LNG벙커링선박이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대형 LNG벙커링선박만 있어야 할까? 이와 관련된 설비 즉 접안할 수 있는 전용부두도 필요하다. 이 같은 인프라를 구성하는데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부분이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라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LNG벙커링용 LNG의 가격경쟁력을 위해 수입부과금과 안전관리부담금도 면제가 돼야 하고 LNG벙커링 절차서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새로운 시장 하나가 형성되려면 위에 언급한 많은 사항들이 거의 동시에 여러 곳에서 준비가 돼 빌드-업이 돼야 하는 것이다.

필자의 2021년은 앞서 언급한 LNG벙커링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구성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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