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주군에서 발견된 한 가스시공업체의 불량시공 시설.
경북 울주군에서 발견된 한 가스시공업체의 불량시공 시설.

[투데이에너지 박병인 기자] 법으로 정한 시설에 한해 도시가스 공급전 검사권한이 도시가스사는 배제되고 한국가스안전공사만 단독으로 시행하게 됐다.

그동안 불량 가스시공업자에 대한 감시, 감독, 견제 역할을 수행하던 도시가스사가 공급전 검사에서 배제되는 결과만 초래된 것이다. 이에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국민들의 안전에 악영향만 끼치고 있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는 ‘도시가스 표준 안전관리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법으로 정한 시설에 대한 도시가스 공급전 검사 실시권한을 도시가스사는 배제하고 가스안전공사가 단독으로 시행하도록 변경했다.

이러한 가운데 실질적으로 불량 가스시공업자에 대한 감독역할을 수행하던 도시가스사의 공급전 검사를 배제했기 때문에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위협은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스시공업자들은 관련 공사가 끝나고 가스공급이 개시되면 실질적으로 안전에 대한 책임과는 멀어지기 때문에 안전문제보다는 경제성문제를 중요시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도시가스사들은 가스공급이후 사용자에 대한 안전점검과 관리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문제에 대해 관심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즉 도시가스 사들은 공급전검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안전문제를 등한시 할 수 있는 가스시공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 견제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이다.

이번 개정으로 법정시설에 대한 공급전 검사에서 감시역할을 하던 도시가스사가 배제됐기 때문에 사용자의 안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 ‘공급권으로 부당대우’ 가스시공업계 주장에 檢, “안전 우선” 결론
그동안 가스시공업계는 도시가스사가 가스공급권을 무기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논란을 일으키며 공급전검사를 없애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가스시공업협의회는 관련문제로 도시가스사인 예스코와 분쟁을 일으킨 바 있다. 가스시공업협의회는 가스안전공사의 완성검사에서 적합판정을 받은 계량기를 설치했으나 도시가스사가 더 높은 수준의 계량기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며 도시가스 공급을 개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당시 가스시공업협의회는 지난해 3월 도시가스법 위반,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예스코를 고발했다.

예스코의 입장은 달랐다. 당시 예스코와 가스시공업체는 수요자의 가스 사용환경에 더 적합한 계량기를 설치하기로 양측이 합의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즉 예스코는 사용자의 안전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계량기를 사용할 것을 요구했고 가스시공업체가 이에 동의하면서 상호 합의한 내용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를 두고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예스코에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가스시공업체인 A사가 당초 56kpa, 58kpa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계량기를 설치하겠다고 계획서를 제출했으나 이를 어기고 50kpa 수준의 계량기를 설치했으므로 예스코의 계량기 변경 요구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가스안전공사가 진행한 완성검사에서는 계량기의 압력기준이 적합하다고 판정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수요자 측에서 안전관리자가 선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A사가 가스공급을 해달라고 예스코에 요구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의 결정은 가스시공업체가 주장하는 가스공급권을 무기로 도시가스사가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즉 가스공급개시 이후 지속적으로 사용자의 안전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도시가스사와 시공이 끝나면 안전문제에 대한 책임과 멀어지는 가스시공업체간의 입장차이로 발생하는 문제인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위력을 사용해 가스를 공급하지 않음으로써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보다 안전이 확보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가스공급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되므로 무혐의로 처분한다”고 처분이유를 밝혔다.

■ 경북 울주군, 불량 시공 무더기 발견···도시가스사 적발
지난해 2월에는 경북 울주군에서 한 가스시공업자가 저지른 불량시공을 해당권역 도시가스사인   B 도시가스사가 발견해 경찰에 고발하는 일도 발생했다.

B 도시가스사의 관계자는 2019년 12월 부산소재 C 가스시공업체가 시공을 실시한 농어촌마을 사용시설 입상배관에서 다수의 배관이음부가 수준이하로 불량하게 용접됐을 뿐만 아니라 배관 기밀불량, 로케팅와이어 조작 등 부실시공 현장을 발견했다.

당시 수준이하의 입상배관 용접불량 58개소, 입상배관 용접부 누출 3개소, 로케팅와이어 고의조작 2개소 등을 발견했다.

이에 B 도시가스사 측은 가스시공업체 C사를 경찰과 행정당국에 고발조치했다.

경찰조사결과 C 시공업체가 시공한 가스시설이 안전기준에 미달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을 기반으로 지난해 12월 부산지방검찰청은 C 시공업체를 도시가스사업법시설기준 위반, 건설산업기본의 부실시공 등의 혐의를 적용해 약식기소의견으로 법원에 송치했다.

업계의 관계자는 “지난해 울주군에서 발생한 부실시공은 다행히도 공급자의 공급전 안전점검과정에서 발견돼 대형 가스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라며 “하지만 이같은 부실시공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공품질 확보를 위한 시공자들의 투철한 안전의식과 관계기관의 제도적 안전장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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