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더 나아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전력의 발전사업 진출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이 배전망의 중립성도 훼손하고 오히려 불필요한 투자비용을 늘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후솔루션, 민간발전협회, 에너지전환포럼,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풍력산업협회가 15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과 망중립성 훼손, 이대로 괜찮나’ 긴급토론회에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한전이 주장하는 ‘재생에너지의 대규모 보급’만이 고려돼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유수 연구위원은 “공급 위주의 전력시장 구조가 소비자 능동적인 구조로 바뀔 것이 예상되는 만큼 관련한 사회 전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한전이 말하듯 단순히 공급차원에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일방적인 방안은 탄소중립사회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유수 연구위원은 “분산 에너지자원을 갖고 있는 소비자의 역할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배전운영방식이 아닌 새로운 효율관리 운용 방안을 고민해야한다”라며 “한전 위주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오히려 불필요한 배전망 투자 비용을 더 증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이 망 중립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전력시장의 바람직한 변화를 막아서는 일이라고 입 모아 지적했다. 기존 대형 중앙발전기 위주의 전력수급 방식이 분산에너지 위주의 전력수급으로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이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유럽 전력시장에서는 에너지전환, 분산자원 확대에 따라 대형 유틸리티들은 전통발전사업을 축소해나가고 신재생에너지, 배전망 확대는 늘리고 있다”라며 “송변전은 별도 독립망 사업자가 수행하면서 망중립성과 공평성을 유지하는 것이 유럽, 미국 등 해외 전력 시장의 추세”라고 말했다.

또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 선언은 전력시장의 선진화에 역행하는 행태로 한전 위주의 독점체제를 공고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전이 현재 국내 발전시장의70% 이상을 차지하는 발전공기업의 지분을 100% 갖고 있는데다 송배전, 판매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까지 진출한다면 공정한 시장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는 “한전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망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민간 발전사업자는 망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갖고있는 한전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과(過)전기 공급 시 재생에너지의 출력제한(curtailment)이 필요할텐데 이때 송전망 제약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은 한전”이라며 “일반 발전사업자와의 정보 비대칭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력제한이 수익성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전이 발전사업에 뛰어들 경우 정보의 비대칭뿐만아니라 관련 규칙 제정의 불공정 가능성 등 한전과 그 외 발전사업자 간 격차가 커질 것이란 것이다.

전 교수는 “해외 전력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더 적극적인 수요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소비자의 수요를 더 적극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소매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수요 조절자(demand aggregator), 새로운 서비스 공급자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팀장은 “한전은 전력시장의 비용, 전력계통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라며 “회사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료와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 절대적인 중립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며 한전의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이 망중립성 뿐 아니라 전반적인 전력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는 “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시장에 진출할 경우 망운영이 공정할 것인지에 대한 담보가 없으며 많은 중소발전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를 선로에 물리지 못하는 등 계통을 확보하지 못해 애쓰고 있다”라며 “한전은 망 사업자로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망 설치와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해외의 사례를 참조해 한전 중심의 소매 독점 구조를 타파하고 경쟁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EU국가들이 전력시장에서 거버넌스 개편을 시도하는 이유는 망중립성이라는 원칙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전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의 전제조건은 송전과 배전 부분의 분리로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이 이미 발전공기업과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은 “이미 한전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들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제도 할당량의 80%를 소화하고 있어 사실상 한전이 재생에너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셈”이라며 “한전이 대형 사업을 견인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SPC를 만드는 방법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지역 상생모델을 만드는 것도 굳이 한전이 재생에너지사업에 직접 진출해서 이룰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태환 민주노총 발전노조 정책위원장은 ”한전이라서 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조직은 경쟁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않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한전이 아니더라도 발전공기업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충분히 할 수 있고 이런 식의 불필요한 경쟁을 통해서는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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