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공공기관에서 건축물을 신축 혹은 증측하는 경우 냉방설비를 도입할 때 기존 전기식(EHP) 냉난방 제품에 ESS식(축전지식 냉난방장치)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해줄 것을 ESS 관련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음에도 5년 넘게 도입이 안되는 상황이다. 특히 도입시 전기요금도 절감하고 남는 전기를 심야전기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최근 침체에 빠진 중소 ESS 관련기업들의 새로운 시장활용도 가능하다는 점 등 각종 장점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정부에서 규정 내 포함을 안시켜주고 있어 업계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에너지효율화법을 통해 공공기관에서 연면적 1,000m²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경우 냉방설비를 전면 또는 부분 개체하면서 냉방설비용량의 60% 이상을 비전기식(GHP: 가스식) 또는 축냉식 냉난방제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나머지 40%만 전기식(EHP)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EHP 방식이 전력피크의 원인으로 지적됨에 따라 지난 2011년 이후 공공기관의 보급 억제 정책을 지속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며 당초 3,000m²에서 지난 2013년 6월 이후 1,000m² 이상으로 개정된 상황이다.

이에 ESS 관련업계에선 40%만 설치가 가능한 전기식을 사용하되 효율적으로 심야전력기기로 사용이 가능하고 전기요금도 줄일 수 있는 ESS식 냉난방설비 도입을 새로운 사업요소로 판단하고 도입을 위한 소규모 배터리, PCS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이 과정에는 일부 중소기업과 함께 대기업 배터리제조사가 함께 참여해 시스템에어컨에 적용이 가능한 PCS, 배터리 등 ESS설비를 개발했고 50~80kW 수준의 시범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한국전력,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의와 시범사업 등을 거쳐 지난 2017년부터 한국냉동공조인증센터,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지정시험기관으로부터 배터리 인증을 받을 경우 한전이 ESS식 냉난방설비를 심야전력기기로 적용할 수 있도록 ‘ESS식 냉난방설비 운영기준’과 ‘ESS식 냉난방설비 기술규격’을 개정한 상황이다.

이에 에너지효율화법 개정을 통해 전기식 품목 규정에 ESS식도 포함할 경우 냉난방 요금도 줄이고 저장된 에너지도 활용할 수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ESS시장 활성화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었지만 산업부는 현재까지 개정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법규 개정을 위해 이번 ESS식 냉난방설비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과 시범사업까지 진행했지만 5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진행이 안되는 것이다. 최근 몇년간 이어진 태양광 연계 ESS설비 화재사고로 인한 안전성 우려는 직접적인 이유가 아닌 상황이다.

시스템에어컨에 연결되는 ESS설비는 전부 외부에만 설치가 가능하며 설비에 설치되는 배터리도 50~80kW로 ESS안전을 위한 최저규정에도 어긋나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의 요구에도 ESS식을 규정에 포함시켜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산업부 등 정부기관에선 해당 설비를 특정업체만 만들수 있으며 보편화되지 않아서 안정적인 설비라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해당 기술개발에 참여한 재생에너지 전문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기관 건축물 규정 등에 ESS식 냉난방설비도 포함시켜줘야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해서 보편화를 시킬 것인데 이제 막 시작을 준비하고 있으면서 많게는 10억원 가까운 투지비용이 날아가게 생긴 기업들에게 특정업체만 만들 수 있는 기술이어서 안된다는 설명은 무슨 의미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최근 ESS 화재사고 이후 엄격화된 설비 안전기준에서 시스템에어컨에 연결되는 ESS의 용량은 진짜 저용량인데 이걸 안전하지 않다고 하는 것도 모순이며 어떤 건물이든 설치되는 시스템에어컨의 특성상 소규모 분산형 전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정부의 규정 내 포함이 늦어지면서 향후 법안이 개정되더라도 문제가 끝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몇년간 개정이 미뤄진데다가 최근까지 국내에서 ESS시장 자체가 침체상황이 돼자 ESS식 냉난방설비용 배터리 제작에 참여했던 대기업들조차 이번 사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SS업계의 관계자는 “이 사업이 활용될 경우 시스템에어컨에 연결될 소규모 배터리를 전국 각지역에 설치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분산형 전원으로서는 효과적이지만 대규모 시장을 바라보는 배터리 제작업체의 입장에서 해외에 수출만 하면 대량으로 팔 수 있는데 굳이 적은 용량으로 여러군데 설치해 관리시스템 비용만 늘리는 손해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라며 “그나마 국내에서 ESS시장이 활성화된 상황이었다면 어느정도 다른 시각을 가질 이유가 없었지만 시장도 무너지고 정부도 적극적이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다면 사업초기에 참여했음에도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정부가 기업의 투자에만 의존하고도 현재 침체된 ESS 시장을 살려낼 방안이 될 수 있는 ESS식 냉난방설비 도입을 위한 법안 개정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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