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탄소중립과 산업효율 향상의 어려움
[시평] 탄소중립과 산업효율 향상의 어려움
  • 투데이에너지
  • 승인 2021.04.19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민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김민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에 대한 대책이 빠르게 논의되고 있다. OECD 산하조직인 IEA에서 출발한 2도 시나리오(2DS)는 지구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에너지 시장 개편에 대한 화두를 제안했고 이후 2DS만으로도 부족하다고 1.5도로 강화하는 B2DS까지 등장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탄소중립 아젠다가 글로벌 에너지 정책 방향의 핵심이 됐다. 

탄소중립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논의돼 왔던 에너지전환, 녹색성장, 그린뉴딜 등 많은 에너지 담론을 뛰어 넘어 전혀 다른 산업과 생활방식을 요구하는 궁극의 에너지 대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와 같이 탄소배출이 없는 전력을 최대한 공급하고 수소에너지 활용을 늘리며 기존의 화석연료 소비 중심의 기기를 전력을 이용한 기기로 대체하는 전기화(electrification)가 큰 축으로 고려되고 있다. 즉 공급측면에서 친환경 전력과 수소에너지 공급 확대와 동시에 에너지 수요측면에서 효율향상이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향상 시장은 기존의 에너지 공급자 중심의 시장과는 차이가 크다. 즉 시장을 수요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수요자 시장의 핵심은 가격에 의해 지배된다는 점이다.

에너지의 최종사용자는 연료나 제품을 선택하게 될 때 탄소배출량보다는 가격적 고려를 최우선으로 하게 되며 최종 소비가격에는 전력, 가스, 열 등에 대한 에너지 비용과 탄소배출권 등과 같은 정책 비용이 포함돼 있다. 특이한 점은 정책적 규제도 가격에 반영될 경우에만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효율시장은 최종사용자의 종류에 따라 건물효율, 수송효율, 산업효율의 3개 분야로 구분된다. 이러한 구분은 분야별로 전혀 다른 시장특성을 나타난다.

따라서 탄소중립을 위한 전략도 분야별로 크게 다르게 된다. 정책과 규제의 영향이 큰 건물부문과 수송부문에서는 이미 탄소중립을 위한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기차와 연료전지차가 기존의 차량을 대체하고 보일러 대신 히트펌프로 난방을 대체하는 등의 전기화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산업부문에서는 많은 부분이 아직 불확실하며 넘어야 할 허들 또한 매우 높다. 특히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 비중이 60%를 상회하는 우리나라의 여건에서는 더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과 같은 탄소화합물을 석유화학산업을 통해서 생산되며 철강이나 시멘트 등의 산업원료 또한 석탄을 고온으로 태워 생산하고 있다. 탄소중립 사회를 위해서는 이러한 산업에 요구되는 모든 에너지를 전력이나 수소에너지로 충당하거나 이런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찾아야 하지만 어느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대부분의 기업은 생산되는 제품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최대한의 원가절감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의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 비용도 원가절감이라는 측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즉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담보되는 순간 효율이 뒷전이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IEA의 에너지투자전망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보고서에 의하면 효율부문 투자는 수송, 건물부문에 대부분 집중되며 산업부문에는 높은 에너지 소비비중에도 불구하고 10%도 안 되는 투자만 이뤄진다고 했다. 실제 산업부문에서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품 시장에서의 경쟁력 희생이 불가피 한데 중국 등의 신흥국과의 경쟁을 지속하고 있는 우리나라 산업 상황에서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가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에서부터 시작된 탄소배출을 비관세장벽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수출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해외 시장의 녹녹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구조의 선제적인 개편은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금 정부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범부처 로드맵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탄소중립의 길은 사회구조와 인식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한 만큼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특히 건물효율과 수송효율 향상과 더불어 산업효율의 향상을 위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효율향상에 의한 에너지비용 절감이나 배출권 확보로 탄소세를 절감하는 등 직접적인 편익뿐만 아니라 정밀한 정책적 지원으로 기업의 에너지 효율향상에 대한 투자의지를 고취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탄소중립의 험난한 여정에서 우리나라 산업이 대외경쟁력을 높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과감한 방안이 모색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해당 언어로 번역 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