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투데이에너지] 탄소없는 섬(CFI)을 표방한 제주의 전력계통 상황이 심상치 않다. 최근 5년간 태양광발전 용량이 5배 이상 늘어나면서 낮 시간에 재생에너지 출력이 전체 부하의 60%를 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풍력뿐만 아니라 태양광발전도 출력제한을 당하기 시작했다. 전력계통의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대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을 때에 혹시 모르는 사고 상황에도 정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력계통 신뢰도 기준에 따라 발전기들의 출력을 조절하게 된다. 이 때 제주도의 계통 안정성을 책임질 HVDC 송전과 MUST RUN 발전기를 반드시 운전해야 하므로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부하변동에 따라 출력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HVDC 송전시스템에 사고가 발생해 육지로부터 전력 전송이 불가하거나 제주도 내에 있는 최대 용량의 동기발전기가 탈락하더라도 제주 지역에 전력공급이 멈춰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이 있다. 첫 번째는 초과발전 상황에서도 육지에서 제주로 전달되는 HVDC 출력이 능동적으로 제어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본래 HVDC는 다른 발전원에 비해서 훨씬 빠른 동특성을 가지며 제어 가능 범위도 제로에서 정격까지 가능하다. 일반 동기발전기보다 훨씬 제어 가능 범위가 넓고 속응성도 좋다. 

하지만 HVDC 송전시스템이 충분히 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저출력으로 운전 중인 제주도 내 동기발전기의 탈락시 혹은 제주도내 계통 전압사고 등으로 다수의 재생발전기가 탈락 시 HVDC가 어디까지 감당해줄 수 있을 것인지? 그러한 상황에서도 주파수 안정도를 책임지는 예비력은 누가 어떻게 담당할 수 있을 것인지를 찾아봤는지 묻고 싶다.

HVDC 송전시스템은 프로그램에 따라 지능적이고 능동적으로 전력시스템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설비이며 제주도와 육지 사이에 전류형 2개 설비 총용량 700MW(최대값, 실제 운전 범위는 약 300~400MW)가 설치돼 있다. 예비력의 측면에서는 매우 훌륭한 자원이며 제주도의 주파수 조정을 위한 속응성과 더불어 관성응답이나 주파수 DROOP 같은 안정도 기여 능력도 재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태양광 풍력발전 출력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전력계통 운영에 반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빨리 시행돼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태양광 및 풍력발전 출력예측의 정밀도를 높이고 실제 전력계통의 실시간 운영에 반영하는 것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국내 현실에 맞는 완성도 높은 예측기술이 부족한 탓이고 송전 전력망 영역의 넓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전체가 예측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책임있게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한편 가스터빈과 ESS의 능력도 상호 보완적이므로 가변 출력 범위와 SOC 그리고 속응 능력 등을 고려해 하이브리드 형태로 구성하면 매우 훌륭한 유연성 자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최근에 제주도에 신규 설치된 가스복합의 용량이 제주 계통의 사이즈에 비해 너무 크다는 것과 가스터빈만 단독운전이 자유롭게 가능하도록 (스팀터빈 복합 운전 없이)해서 유연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적용됐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발전설비는 한번 설치하면 수명이 30년 이상 되기 때문에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점점 확대되는 것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연성이 부족한 자원이 많이 설치될수록 출력제한과 유사한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재생에너지가 출력 변동이 심하다고 탓하는 분들이 많다. 재생에너지는 원래 그런 것이다. 재생에너지 이용률이 낮다고 뭐라 하는 분들이 있다. 원래 그런 것이다. 그래도 깨끗하고 비용이 점차 감소하고 있어서 전세계적으로 믿고 확대해 쓰고 있는 것이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정말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OECD 꼴찌인 나라, 내연기관 자동차가 이렇게 늘어나는 나라에서, 1인당 전력소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에서 어떻게, 언제까지 속도조절을 하자고 하시는 건지 답답하다.

최근 풍력발전도 주파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하게 해야 한다. 이미 선진 국가들에서는 그리드 코드로 이런 기술적 요건을 준수하도록 해왔고 그 결과 우리나라에 설치된 일부 터빈에도 그런 기술들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한 번도 활용한 적이 없고 실증시험해 본 일도 없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비용 효과적인 해결책인가? 누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고 해야 하는가? 그 주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답답한 노릇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