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 이후 ‘탄소중립’은 에너지분야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 이후 정부는 12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추진전략’을 발표했으며 현재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 집단이 부문별로 온실가스 감축수단들을 조합, 감축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석유유통의 말단에서 일반 대중 소비자를 주로 상대하는 일종의 소매점과 같은 기능을 하는 곳인 주유소는 이 같은 탄소중립 추진과 맞물린 수송에너지 전환의 최대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국내 주유소 사업은 이미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한계주유소들의 폐업이 속출해 최근 10년간 연평균 1.3%씩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시국에 추진되는 정부의 수송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한 휘발유·경유차 규모 축소는 휘발유·경유 판매 소매점인 주유소의 상당한 영업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결과 2040년까지 수송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주유소 1개소당 평균적으로 입게 될 영업 손실 규모는 BAU대비 약 31.9%인 약 12억6,500만원에 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30% 이상 영업 손실이 발생한다면 현재도 이미 영업실적이 사업을 지탱할 수 있는 임계수준에 근접해 있음을 감안할 경우 주유소 사업의 급격한 위축을 넘어 붕괴가 불가피하다. 현 수준의 평균적인 영업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2040년에는 주유소 약 3,000개만이 존립 가능하며 2019년 말 기준 1만1,509개소 주유소의 약 3/4 정도인 약 8,500여개 주유소가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따라 부득이하게 정부가 수송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게 될 경우 주유소 사업 등에 미치게 될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최소화하 대응수단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대응수단은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원칙과 맥을 같이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주유소의 과당경쟁을 넘어 정부의 사실상의 인위적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피해를 보게 될 주유소 사업자가 노동자에 준하는 중소기업과 또는 소상공인에 속하는 영세한 사업자라는 점에서 정의로운 전환 원칙 적용이 가능하다. 

이런 견지에서 수송에너지 전환을 통해 부득이하게 사업 기회를 박탈당하는 주유소 사업자가 고용내지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일정 정도 정부나 공공부문이 사업 전환 등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사업전환 등을 이유로 주유소 사업을 폐업하려면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토양오염도 조사를 받고 토양정화 등의 조치를 실시해야 하며 오염 토양을 복원하는 비용은 평균 1억3,340만원(7,000만원~2억원) 정도이며 면적이 커질 경우에는 5억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수억 원 규모의 토양오염 정화비용 부담은 사업 전환에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주유소 사업의 정의로운 전환 차원에서 관련 법규 일부 개정 등을 통해 토양오염 정화비용 지원을 위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요구된다.

또한 수송에너지 전환과 같은 급격한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그동안 영위해왔던 주유소 사업을 접고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하려 할 경우 상당한 전환비용이 소요된다. 

이를 전적으로 주유소 사업자가 감당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며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규모로의 전환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전환의 비용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와 지역 공동체에 전가되지 않고 공정하게 사회전체에 분배’되도록 해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 원칙과도 배치될 수 있다. 이에 주유소 사업의 폐업과 전환을 위한 공적 자금으로서 ‘에너지전환기금’ 등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이와 함께 주유소 기반 복합 수소충전소 등과 연계해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 

가령 도시가스 배관망에 연결된 수소추출기와 천연가스를 공유 가능한 중소규모의 연료전지 발전기를 주유소 부지 내에 설치하여 수익 창출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 등을 통해 주유소 부지 내 허용 가능한 시설물에 연료전지 발전기 포함시키는 등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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