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영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장
목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토막을 이용해 만든 피노키오를 누구나 기억할 것입니다. 그러나 피노키오의 양심이 되어준 조그맣지만 슬기로웠던 귀뚜라미 지미니 크리켓(Jiminy Cricket)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 ... 어느 날 피노키오는 학교 가는 길에 사기꾼 어니스트 존과 지데온을 만나서 연극배우가 되게 해주겠다는 꼬임에 넘어간다. 그들은 피노키오를 사악한 인형놀이꾼 스트럼볼리에게 팔아넘겨 돈을 벌기위해 피노키오를 새장 속에 가둬버리고 만다. 뒤 늦게 후회하는 피노키오와 탈출을 도와주려는 지미니 크리켓....” 피노키오 스토리의 일부분입니다.

최근에는 “지미니 크리켓 찾기 게임”이라는 게임 CD 까지 나왔습니다. 피노키오 양심의 친구인 지미니 크리켓의 안내로 예문을 제시하면 양심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뭐 그런 게임입니다.

이 시대의 지미니 크리켓은 어디 있는가? 우리가 아무리 어리석고 세상적인 유혹에 잘 넘어가는 피노키오와 같을 지라도, 그 곁에 그래도 지미니가 있다면 외롭지 않고 훈훈할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선택의 연속선상에서 살아갑니다. 작게는 요일제 시행 하에서 해당 차량번호의 승용차로 출근할 수 없을 때 대체 운송 수단을 생각하는 것부터, 크게는 국민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느라 고민하는 것까지 말입니다.

그러한 때 과연 우리는 곁에 있는 지미니 크리켓의 안내를 받아 양심적인 행동을 선택하고 있는가? 이 시대 우리의 지미니 크리켓은 무엇입니까? 피노키오에게 지미니가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과연 무엇이 지미니를 대신하고 있습니까?

만약 우리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의 결정이 가정에 그리고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지미니 크리켓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미 FTA 협상도 년 내 마무리가 불가피하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이번에는 어떤 결정이 이루어질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어떤 정책의 결정이든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한 번 내린 정책 결정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가를 익히 보아왔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높아집니다. 여기서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다른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결정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중요한 결정의 시점에는 지미니 크리켓을 찾아 물어 봅시다. 우리는 가끔 피노키오처럼 지미니 크리켓의 목소리를 일부러 듣지 않으려고 하지는 않습니까? 계속해서 그러다가 이제는 지미니가 발길을 돌려 버리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소설 피노키오는 다행히도 해피 엔딩(Happy Ending)으로 끝나지만, 우리의 현실은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 시대의 지미니 크리켓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지미니가 더욱 그리운가 봅니다. 혹시 어딘가 멀리서 들려올지도 모를 희미한 지미니 크리켓의 목소리에 목이 빠져라 귀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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