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전력과 비전력간 경계 없앤다
[창간특집] 전력과 비전력간 경계 없앤다
  • 류희선 기자
  • 승인 2021.09.27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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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H, 잉여 전력 장기간‧효율적 저장 가능···경제성 높여
한난, 재생에너지 수용성 제고 P2H 기술개발 ‘앞장’
현행 전기요금 제도로 P2H참여 전력소비 증대 시 기본요금 증가
P2H개념도.
P2H개념도.

[투데이에너지 류희선 기자] 무더웠던 지난 여름은 전력예비율에 대한 우려와 논란으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한 대책마련이 큰 이슈였다. 
그만큼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은 한 국가, 우리의 생활영역에 기본이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현재 전력분야는 안정적인 공급과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발빠른 에너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최적의 에너지 전환 방안은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오히려 이 과정에서 아직 미성숙한 기술과 정책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확대가 여러 문제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재생에너지 수용을 늘리기 위해 전력과 비전력간의 경계선을 뛰어넘을 P2H(Power-to-Heat)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편집자 주

■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확대, 2023년엔 2,000GWh 이상?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점차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증가시키고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는 기후여건 등에 따라 발전량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사업자들은 경제적 손실을 입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과전압, 주파수 안정도 하락 등에 대한 문제도 동반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이 우려한대로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분산에너지로 에너지자립에 나선 제주에서는 이미 공급과잉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재생에너지 발전이 중단되는 상황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제주에서 발생한 출력제어는 지난해에만 총 77회가 발생했으며 전문가들은 올해 200회정도의 출력제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 출력 제어량이 2,103GWh가량까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시장운영규칙과 송배전이용규정(7월) 개정으로 인해 제주계통 출력제어 대상이 기설 풍력(3GW초과)에서 신규 풍력과 태양광 100kW 이상으로 확대됐다. 제어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육지와 제주를 잇는 HVDC(초고압직류송전)는 기대와 다르게 재생에너지 제어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HVDC가 전력계통을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HVDC는 특성상 일정하게 전류를 흘러보내야 하며 실시간으로 컨트롤이 불가능해 수요와 공급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는 없다.

또한 올해 초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지역에 도입한 플러스 DR(Demand Response, 수요관리)도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플러스 DR이란 재생에너지로 인해 제주지역 전력이 과잉되는 경우 전력을 소비해주고 SMP 수준의 인센티브를 받는 제도이다. 전기를 쓰고 인센티브까지 받는 제도이니만큼 크게 호응을 받을 것 같았지만 실제로 시행해보니 참여자와 참여량이 매우 적어 제주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는 전력 가격의 비탄력적인 특성 때문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전력계통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서는 전력시장 제도개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함께 뒷받침 되어야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들어 전력계통을 안정화 시키는 기술로 Sector Coupling이 주목받고 있다.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문제를 해결하고 전력계통의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대와 안정화를 위해 P2H(Power-to-Heat) 등 전력과 비전력 부문 간 섹터커플링 기술 적용이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 

해외에서도 이미 적용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하나의 대안으로 연구 개발 중인 섹터커플링은 전력을 수소나 열 등으로 변환함으로써 에너지 시스템에 추가적인 저장 용량과 유연성을 제공한다. 섹터커플링의 기능을 통해 변동성 재생에너지와 전력수요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P2H, 수요공급을 유연하게 맞춘다

전력수요 대비 초과 발전돼 남은 잉여에너지는 보통 단시간 저장을 통해 활용돼 왔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ESS가 있는데 이는 이미 여러번의 화재사고로 인해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불가피하게 된 바 있으며 소용량, 단기간 저장 시 효율이 좋아 대용량 저장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에 비해 섹터커플링의 P2H 기술은 대용량의 에너지를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고 비교적 경제적인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P2H 기술은 에너지변환을 통해 전력계통의 잉여전력을 집단에너지 열계통으로 보내는 것을 뜻한다. 다른 전력계통 안정화 기술에 비해 기술적 장벽이 낮고 경제성이 좋아 현 시점에서 가장 각광 받는 기술이다. 

또한 집단에너지는 대규모 인프라가 기 구축돼 있고 충분한 열수요가 이미 개발 돼 있는 만큼 P2H 실증기술의 개발과 관련 제도의 정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조만간 P2H는 실용화가 가능한 기술이다.

최근 P2H 기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제주 등)을 통해 이를 실증하기 위한 단계에 있다. 

이와같은 맥락으로 지난 6월 발표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에도 전력계통의 관리와 수용능력 강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P2H가 포함됐다.

P2H 시범사업 추진과 더불어 중장기적 제도개선을 병행 할 방침이다. 

시범사업은 제주도와 재생에너지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설치, 활용 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며 경제성 제고를 위해 플러스DR 요금제도 마련, 전력직접거래 조건완화, 응동 시 보조서비스 비용 지급도 검토할 계획이다. 

■ 국내 기술개발 현황은

이처럼 재생에너지 변동성이 증가되면서 신개념 주파수를 제어하는 방식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P2H는 양수나 ESS 보다 경제적, 기술적, 안정적인 전력계통 안정화 제어기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집단에너지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P2H활용 방안에 대해 기술, 정책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미 8건의 기술에 대한 특허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한난의 주요 특허기술로는 전력계통과 집단에너지계통의 에너지변환 제어 장치 및 이를 이용한 에너지변환 제어 방법, 집단에너지계통의 열생산 장치 및 이를 이용한 열생산 제어방법, 전력계통과 집단에너지계통의 전력거래 시스템 및 이를 이용한 전력거래 방법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난이 개발·보유하고 있는 섹터커플링 기술의 주요내용은 전력계통의 잉여전력을 집단에너지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에 저장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기기로 실시간 주파수 추종운전 또는 전력계통 시스템 운영자의 지시를 받아 전력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주는 기술이다. 

기존 ESS 등 전력저장 기술이 2번의 변환과정(전기입력-저장장치-전기출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효율저하를 줄이고 전력계통의 잉여에너지를 집단에너지계통으로 전환시킴에 따라 전력계통의 운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실시간 주파수 감지를 통해 전력계통주파수와 기준주파수 오차에 따라 전력소비량을 조정함으로써 주파수 추종이 가능하며 전력시스템 및 집단에너지시스템의 운영계획을 추종하기 위해 전력 및 집단에너지 운영자의 운전지시 이행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전력저장 대비 에너지변환 과정이 단순해 변환효율 우수, 변환 후 축열조를 활용한 저장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한난은 집단에너지시스템과 전력시스템 연계 시 두 시스템간의 안정성 및 경제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운영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에너지통합관리 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는 전력거래소의 EMS 및 개별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운영시스템에 의해 전력 및 열시스템이 분리돼 운영 중이다.

이에 한난이 개발한 ‘에너지 통합관리 시스템(EMS)’기술은 전력 시스템 및 집단에너지시스템의 운전조건을 감지해 전력과 열의 생산, 저장, 공급, 소비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EMS는 국가적 편익의 극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에너지변환 변동량의 한계 등을 설정해 전력시스템 뿐만 아니라 집단에너지시스템의 안정성도 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출력변동성 안정화를 위해 각 전원별로 배터리 등의 안정화 장치가 필요하지만 경제성 등의 문제로 신재생 확대보급이 어려웠던 점에 대해 신재생전원의 출력을 추종해 변동성을 줄여주는 집단에너지 장치 및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더불어 한난은 신재생전원이 설정된 기준출력 이상 발전 시 오차만큼 전력을 소비해 신재생에 의한 주파수 변동 방지, 기타 주파수 추종이 불가능하거나 응동속도가 부족한 개별 전원의 출력감지와 전력소비를 통해 주파수 추종을 대항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한난은 위에서 언급한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평가원 등과 국가R&D과제를 기획하고 협의 중에 있으며 P2H 신사업 추진을 위한 기술과 정책, 제도 등 기반을 마련 중에 있다.

 

■ 활성화 위해 ‘P2H용 요금제 신설’ 필요

재생에너지와 P2H를 연계하면 온실가스 배출 없이 친환경적인 열생산이 가능하지만 P2H에 투입되는 전기요금 과다로 현재 전력시장 제도하에서는 손실구조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제주지역에서 운영되는 플러스 DR제도가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기본요금, 송배전 망 이용요금 등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P2H기술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지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해외의 경우 재생에너지 공급과잉 시 마이너스 전력가격이 발생해 전력소비 증대에 대한 인센티브 신호를 주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발전기 비용평가시험으로 책정된 발전비용으로 시장가격이 결정되므로 전력 시장가격이 전력소비 증대에 대한 신호를 주지 못한다. 

P2H가 참여하려고 해도 인센티브 부족과 오히려 전력소비 증대 시 기본요금 증가 등 불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경제성 확보를 통해 P2H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기요금제에서 탈피한 ‘P2X 전용 요금제 신설’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의견이다.

한난의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변동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 요금제 신설 필요하다”라며 “P2H가 ESS를 대체할 자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ESS와 동일한 편익을 제공한다면 과거 ESS의 지원정책과 유사한 수준의 정책,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 해외 사례
덴마크·독일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전기보일러’를 활용해 P2H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덴마크의 Skagen사는 11MW급 P2H 전기보일러를 활용하고 있으며 독일의 EnBW사는 100MW급 P2H 전기보일러를 활용하고 있다. 

덴마크는 연중 1,460시간동안 발전량이 수요량을 초과해 잉여전력을 유럽 최대 전력거래소인 NORD POOl SPOT을 통해 주변국에 저가로 공급 중에 있으며 화력발전은 주요 발전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해주는 보조전원으로 역할이 변화되고 있다. 또한 잉여전력 발생 시 활용하기 위해 지역난방 폐열회수 히트펌프를 가동하고 있다. 

또한 대한전기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덴마크는 배전망 측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발생하는 전압변동과 송전망으로의 역전송 등의 문제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그리드 확대사업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P2H 설비와 비교했을 때 경제성과 유연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덴마크는 P2H 설비를 배전망에 연결, 전력시장에 유연성 시장(market for flexibility)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덴마크는 새로운 시장의 도입으로 문제해결과 전기 가격 안정화를 목표로 연구 중에 있다.

■ 적절한 시장제도와 정책, 기술개발 등 이뤄야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격변의 시기에 놓여있다. RE100, RE3020 등은 더이상 낯선 용어들이 아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보급은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만한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됐다.

그러나 제주도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이 재생에너지가 가지는 전력계통 안정도 하락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재생에너지가 ‘청정전원’이라는 장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규모 진입을 위해서는 계통을 안정화 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안정화 설비 또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근래까지 ESS를 활용해 전력계통을 안정화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ESS자체의 안정성문제, ESS 운영기술의 한계를 드러내며 ESS만으로 전력계통을 안정화시키기는 어렵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육지에서의 재생에너지 수용성도 임계점에 거의 도달해 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력계통에 정통한 전문가에 따르면 3년 이내에 육지계통에서도 재생에너지 제어가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육지계통의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제주도의 경우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제주 전력계통에 비해 훨씬 규모도 크고 복잡해 다양한 원인에 의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탄소도 배출하지 않고 연료비도 들지 않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국가와 연료비용과 더불어 탄소비용까지 들어야 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국가는 처음부터 비교, 경쟁이 어려울 것이다. 결국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깨끗한 환경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확대보급, 즉 전력계통의 안정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대기술이 핵심이 될 것이다. 

국내 대규모 집단에너지 사업자인 한난은 재생에너지 발전량 제어가 일어나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전력계통을 안정화시키고 재생에너지를 확대보급 시켜줄 섹터커플링 기술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여왔다. 

현재 특허권 확보, 기초연구 등을 완료하고 내년도 국가 R&D 수행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난의 관계자는 “앞으로 한난은 P2H 기술을 통해 전력계통 안정화 및 국가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확대보급은 정부와 한전, 전력거래소, 그리고 한난이 국가적 공익을 목적으로 적절한 시장제도와 정책, 기술개발 등을 이뤄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P2H 기술, 재생에너지 확대보급을 위한 전력계통 안정화 기술, 전력과 열을 아우르는 EMS 기술 등의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의 만성 적자분야였던 화석연료 시대의 에너지산업이 에너지 전환체계하에서 국가의 산업을 이끄는 효자산업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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