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IBM 기업 가치 연구소(IBM Institute for Business Value)와 전미유통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가 29개국 18,98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소비자(57%)가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구매 행동을 변경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린 가치소비는 전세계의 실존적 위협 즉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회사와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이는 회사들이 자신의 건물과 공장에도 환경가치 실현을 위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2017년에 완공한 새사옥 애플 파크는 센서식 개폐시설을 이용하여 자연순환식 공조를 하고 바닥과 천정에 수관을 삽입해 복사냉난방을 한다. 

또한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것을 목표로 지붕의 태양전지판을 설치하고 추가 필요한 경우에는 바이오연료를 이용한 저탄소발전소에서 추가로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다. 

이를 위해 애플은 50억달러(한화 약 6조원)의 공사비를 투입했다. 

그런데 왜 건물인가? 거기에 탄소가 있기 때문이다. 

건물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거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그래서 건물의 탄소 절감은 탈탄소화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탄소 중립을 약속하는 국가, 도시 및 조직들에게 탄소 제로 건물은 중요한 기후 솔루션으로 여겨진다.

최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수준의 50∼52%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2035년까지 모든 건물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50% 감축하겠다고 했다. 

유럽연합(EU) 또한 그린딜(2050년까지 탄소중립으로 전환)을 발표하면서 7년에 걸쳐 772억 유로(한화 약 92조원)를 건물리모델링 및 에너지빈곤층 지원 등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작년 12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17년 대비 24.4% 탄소 배출량 감축목표를 발표하면서 건물에서의 탄소 절감을 주요전략 중 하나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건물 탄소절감의 핵심내용은 그린리모델링·제로에너지건축 확대이다. 이중 그린리모델링은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할 때 에너지성능을 향상하고 건강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사업이다. 

전체 건축물 중 70%를 차지하는 노후 건축물(준공후 15년 기준)을 대상으로 한다. 

노후건축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미 정부는 어린이집, 보건소 및 노후 임대공공주택을 중심으로 대규모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또한 제로에너지 수준으로 리모델링하는 공공건축물 제로에너지 전환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후건축물의 에너지성능 향상에 사용되는 핵심기술은 고성능 창 및 문, 폐열회수형 환기장치, 내·외부 단열보강, 고효율 냉난방장치, 고효율 보일러, 고효율 조명(LED),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등이다.

필자는 국토부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서울시 총괄기획가로 작년과 올해 활동하면서 69개 이상의 어린이집 및 보건소의 그린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빠른 사업 진행에 따른 여러 가지 아쉬움은 있었다. 그러나 공급중심(신축건물에 대한 에너지 성능 강화 등)이던 건물 에너지 정책이 기존 사용하는 건물 에너지를 관리하려는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에 매우 고무적으로 느낀다.

물론 정부주도의 공공건축물 리모델링은 전체 건물대비 개수가 작아 전체 배출량 감소의 기여도는 작다. 

이 사업은 결국 민간건축물 그린리모델링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민간건축물이 절대다수인 건축물 시장에서 그린리모델링이 활성화돼야 건물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

민간건축물 그린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또 다른 산도 물론 존재한다. 

가장 큰 방해물로 여겨지는 것은 높은 건설비용과 건축산업인력의 탄소제로 건물에 관한 지식부족이다. 에너지 성능향상을 위해 필요한 제품들과 시공기술이 포함되면 건설비용을 상승시킨다. 이 과정에서 건축주들은 부담을 느끼다가 결국 포기하기에 이른다.

또한 건물의 에너지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많은 지식은 일반 설계자와 시공자가 활용하기에 여전히 어렵다. 

특히 탄소제로라는 컨셉과 현장 상황을 반영하는 실시설계도면 사이에는 많은 갭이 존재한다. 

현장에서 많은 것을 결정해야 하는 리모델링은 더욱 그렇다. 

설사 도면이 완성됐다 하더라도 기존 시공방법을 버리고 들어본 적도 없는 새로운 방법을 도전할 영세 시공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이는 현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후속과제가 될 것이다. 에너지 및 비용과 같은 여러가지 목표를 절충하면서도 창의성과 미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축가와 이러한 건축가의 설계를 구현해 낼 수 있는 시공자를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에너지 성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최적화 설계기술, 보급형 자재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탄소를 덜 배출시키는 공간을 선택하고 탄소 제로 건물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가치소비하는 스마트한 소비자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