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훈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부교수
▲임용훈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부교수

[투데이에너지]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 시장에서의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변화라기보다는 오히려 대변혁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탄소 중립 이슈로 인한 에너지 산업 전 분야에 걸친 폭풍의 영향은 앞으로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탄소중립 초안 공개에 따라 산업계 및 환경·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에 따른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는 가운데 집단에너지, 특히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 분야에서의 논란은 점차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역냉난방사업의 경우 원래부터 천연가스 사용의 비중이 높고 금번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른 분산발전원으로써의 역할 증대도 일부 기대해 볼 수 있겠으나 석탄 사용 중심의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의 경우 기존 석탄에서 천연가스로의 연료전환을 통해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해보고자 했던 전략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정도로 탄소 다배출사업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고심 끝에 내린 큰 결정이 시작도 해보기 전에 추진동력 상실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사업자들의 고민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최근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타개해 보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여러 대안 중에서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목질계 바이오 연료’의 활용이다. 

집단에너지 보급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는 풍부한 북유럽의 삼림자원을 활용한 재생에너지원으로써의 활용도 이미 오래전부터 재고돼 오던 것이고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서도 2050년까지 집단에너지로 공급되는 모든 열에너지를 100% 신재생에너지 열원으로 대체하는 안을 포함,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바이오에너지원의 비중이 매우 높게 설정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경우에는 환경적 이슈로 인해 원료 수입규제 등 각종 규제에 따라 해외 바이오 연료 도입을 통한 화석연료 대체 방안은 요원하고 자체적으로 조달 가능한 산림자원량의 한계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기도 하였으나 최근의 탄소중립 목표 수립에 따른 현실적인 대안 수립 과정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바이오 자원을 활용한 탄소 중립 대응 방안이 다시금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 바이오 자원의 시장 확대에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하려는 관계부처의 입장 변화도 큰 몫을 하고 있는데 좀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학계의 주장이 대두되고는 있으나 탄소 흡수력이 떨어지는 오래된 수종을 신규 수종으로 대체할 경우 국내 바이오 자원의 잠재량이 대폭 증대될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바이오 연료 수요량을 자체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또한 최근 국내 커피 수요 급증에 따라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까지 바이오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바야흐로 석탄을 이용한 증기터빈으로 촉발된 제1차 산업혁명 이전의 산업으로 회귀하려는 에너지원의 복고, 혹은 새로운 복고풍이 불 조짐이다. 그만큼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원 중심의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실 금번 제안된 탄소 중립 초안의 경우 가장 강력한 3안이 아니더라도 태양광, 풍력 등 전통적인 신재생에너지원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정작 에너지생산 밀도가 낮고 단속적인 생산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향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행과정에서의 막대한 비용적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현재 지역냉난방 부문이 담당하고 있는 연간 전력생산량을 태양광만으로 단순 대체한다고 했을 때 대전시 전체 면적에 해당하는 막대한 부지가 필요로 한 점을 감안하면 얼마 전 큰 이슈였던 산림 조성 태양광 보급 과정에서 삼림 훼손의 심각한 폐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기후변화의 폐해로 인한 탄소 중립을 향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공급 체계 구축의 방향성은 이미 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으며 태생적으로 외부의 변화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기존 사업자들도 이제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적 변화의 대세를 부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바라는 바와는 달리 수소,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 도입보다는 연료전환, 특히 바이오 연료 활용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복고풍의 유행 조짐은 과도한 이상과 현실의 큰 간극에서 비롯된,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한 정책 및 대안 수립 과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그만큼 탄소중립 달성을 통한 위기 탈출의 해법을 마련해가는 과정이 어느 한 방향으로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당위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요즈음이다. 아무쪼록 단순한 정책적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서로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인 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수립,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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