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유정근 기자] 고압가스는 공급이 멈추는 순간 경제가 마비될 수 있는 우리 경제에 굉장히 근접해있는 에너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 점과 안전에 대한 인식의 강화로 인해 정부의 지원사업 등에서 외면받아 왔다. 또한 수급문제는 매년 반복돼 관련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위기가 더해져 고압가스산업은 해결해야 할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이에 국내 고압가스업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심승일 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을 만나 업계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고압가스의 중요성과 역할은.

산업용고압가스는 뿌리산업을 비롯해 반도체·기계·전자·식품·화학·의료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는 물질이지만 상당량을 외국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현재 외국에서 공급되고 있는 고압가스의 공급이 2~3일만 지연돼도 국내 다양한 분야의 사업은 심각한 마비상태를 겪게 된다.

산업용가스는 산업의 근간이 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공급차질이 국내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 안전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와 함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원정책과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고압가스연합회와 제조충전안전협회 공동사무국을 운영하고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두 기관의 업무는.

이전에는 고압가스연합회에서 정부의 안전규제에 대한 대응과 고압가스산업의 수급문제 및 산업 지원업무까지 추진해 왔다.

지난 2019년 총회를 거쳐 양 기관의 공동사무국 운영에 대해 결정하면서 안전규제 등과 관련된 대외적인 업무는 제조충전안전협회가, 수급 및 지원 사업 등에 대해서는 고압가스연합회가 맡아 업무를 추진하기로 했다.

공동사무국 운영 이후 협회는 일본 고압가스법령의 비교·분석과 고압가스 안전관리제도개선방안 마련, 산업통상자원부·한국가스안전공사·충전 업계 등이 참여한 고압가스 안전협의회의 구성 및 운영, 특정고압가스 신고기준개선 건의 등을 추진해 왔으며 향후 고압가스법 개선과제에 대한 정부와의 지속적인 협의,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비한 회원사의 민형사적방어능력 제고, 전문행정사를 활용한 회원사의 애로사항 해결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연합회는 정부의 고압가스산업지원 담당 부서 지정 건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회원사의 소통과 협력을 위한 친목행사 개최 등을 추진했으며 앞으로 호남지역의 조합설립을 통한 전국적 사업협력기반 형성,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위한 수급 협의회 구성, 연합회와 협회간의 상호보완적 역할 수행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의 규제정책에 비해 지원정책은 없는 현실인데.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산업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합리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에 고압가스산업에 대한 지원부서가 지정됐지만 구체적인 산업지원 대책이 마련되지는 않아 아쉬움을 사고 있다. 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규제로 인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돼 안전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을 수도 있어 이런 문제점들을 정부가 인식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5년간의 가스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매년 100여건의 가스사고가 발생하나 이 중 90% 이상이 LPG·도시가스 등 연료용가스 사고이고 나머지 10% 정도가 기타 산업용고압가스 사고다.

특히 불연성가스 등 산업용 일반고압가스는 사고발생율이 아무 미미한 수준이며 이마저도 사용자의 취급부주의로 발생한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고압가스라는 이름으로 위험성이 적은 가스의 사용마저 함께 제한하고 있어 고압가스업계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의 안전을 위해 사용되면서 사고의 위험성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정부가 과감하게 나서서 관리규정들을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기업 스스로 안전에 대한 의식을 높여 나가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 안전관리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정고압가스 중 액화가스의 신고기준을 250kg에서 500kg으로 늘리는 규정이 입법예고 됐다. 국내 고압가스 충전 및 사용업체는 정부의 이러한 합리적인 조치에 크게 찬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규제합리화에 대해 정부와 협의 및 합의과정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가스 관련 규제 개선 방안은.

국내외 가스관련 규제들은 30여년 전에 정해진 내용이 대다수로 그동안 산업 환경의 변화와 함께 가스사용량이 20배 이상 증가했으며 저장탱크 및 용기의 안전성 향상과 가스안전의식이 크게 높아 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규정을 적용해 가스사용을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한 정책이다.

최근에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는 중소업체들이 지자체를 방문해 항의하는 소동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가스의 제조와 사용에 대해 합리적인 정책을 가지고 규제를 함으로써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로 가스의 제조·사용을 불필요하게 제한해 중소기업이 어려움에 처하는 상황을 겪어왔다.

이러한 상황에 지난 2020년 산업부는 가스안전 공사·충전업계가 참여한 고압가스안전협의회를 구성 및 운영하는 등 업계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듣고자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앞으로 정부가 업계와 상호 협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불합리적이고 불필요한 규제들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급문제 대책은.

질소·탄소·탄산·헬륨 등 산업용고압가스의 수급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어 가스를 공급하는 충전업체와 사용하는 중소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의 혼란이 우려돼 왔다.

엑메이커의 플랜트 가동문제, 대규모 수요처 우선공급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는 반도체 등 대규모 수요처에서 가스사용량을 조금이라도 절약해 그 여유분을 중소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연합회와 액메이커 간 협의를 통해 제조플랜트 가동을 증대시켜 생산량을 늘리도록 하고 충전업체들도 아껴쓰고 나눠쓰자는 마음으로 상호 물량을 교류하는 것이 가능한 해결 방법이다. 또한 연합회는 수급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들을 과감히 고쳐 나가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제 등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산업용고압가스충전업은 전형적 노동집약산업으로 타산업에 비해 노동력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인건비 상승과 근로시간의 단축은 충전업체뿐만 아니라 산업용가스를 사용하는 중소제조업체에도 커다란 부담을 주게 된다.

물량수급 문제와 맞물려 고압가스의 공급불안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가스안전관리규정에 따라 많은 양의 가스를 비축·보관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적시적절한 가스공급만이 제조업체의 원활한 가동을 유지시킬수 있으나 가스의 충전과 운송에 많은 시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이 단축돼 최종사용자인 중소제조업체는 생산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연합회는 중소기업중앙회의 협조를 받아 고압가스업계의 어려움을 각계에 전달하고 관련 제도의 근본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도록 노력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난 타개 및 향후 발전 방향은.

산업용고압가스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경제상황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수 있어 새롭게 변화되는 상황에 맞는 사업과 비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스의 충전·판매업은 타산업과 비교했을 때 단순한 노동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업이며 액메이커의 원료가스 공급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특별한 비전을 가지고 경영난을 타개해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과도한 가스안전규제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부담요소와 수급불안에 따른 시장질서의 문란 및 경영애로사항 등을 해소하기 위한 연합회와 업계 간의 해결노력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고압가스산업에 대한 중요성 인식과 관심, 지원이 필요하며 업계 또한 시장안정화, 규제합리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상호협력해 공동의 이익과 발전을 도모해 나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