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류희선 기자] 기후변화 대응을 기치로 걸고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기후 리스크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부터 시행될 美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새로운 공시제도는 온실가스 배출정보를 공급망 전체(Scope 3)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미국 기업들이 국내 협력업체에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해 올 경우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28일 개리 캔슬러(Gary Gensler) SEC 위원장은 모든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 리스크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EC는 올해 말까지 상장 기업들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량(quantitative), 정성적인(qualitative) 리스크를 의무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시정보는 △ 경영자의 기후 위기 절감 노력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 △지구 온난화에 따른 유무형·재정적 파급효과 등을 포함할 것으로 전망된다.

캔슬러 SEC 위원장은 기후변화 리스크 공시는 자발적(voluntary)이 아닌 의무(mandatory) 규정으로 추진하고 모든 상장 기업이 의무적으로 SEC에 매년 보고하는 공시자료(일명 10K)를 통해 공개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당사자 기업 외에도 해당 기업의 공급망 전체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자료 요구를 검토하며 기후변화가 기업별로 미칠 사업, 법률, 시장, 경제 환경 등 시나리오 분석을 포함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코트라 무역관에 따르면 빠르면 내년 초 시행될 미국 정부의 기후 리스크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이냐를 두고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통일된 온실가스 배출 평가법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기업이 자율적으로 발표할 경우 데이터의 부정확성과 제도의 불공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은 △기업의 생산․판매 등 직접적인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배출 △기업이 사용(구매)하는 에너지 생산에 발생하는 배출 △중간재-판매-운송-소비에 이르는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배출로 구분된다.

Scope 1, 2를 통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Scope 3 배출량을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며 특히 Scope 3에 해당하는 협력업체(Supplier)의 중간재 생산에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파악하는 것은 공시 당사자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규제 당국과 업계는 온실가스 배출평가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평가 방식의 통일 및 외부 감사 의무화를 검토 중에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리스크 정보 공시에 있어 규제 당국과 기업의 가장 큰 난제는 공신력있는 데이터 평가와 검증 방식의 정립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통일된 온실가스 배출 평가를 위해 공인된 방안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생애 주기 분석기준’(life-cycle analysis standard) 채택이 현재로서 유력하다고 밝혔다. 

SEC는 기업이 공개한 기후변화 정보에 대해 외부기관의 감사 의무화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이와 같은 규제 강화가 된다면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압력으로 에너지 및 원자재 등 가격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향후 에너지 가격 뿐만 아니라 구리, 알루미늄, 리튬 등 친환경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원재료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인 RE100 참여를 요구할 경우 각 국가의 협력업체 수출에 어려움이 예상되며 이러한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 추세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기후 리스크 공시나 RE100과 같은 국제적 노력이 자칫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