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탄소중립 첫걸음, 에너지 통계부터 바로 잡아야
[시평] 탄소중립 첫걸음, 에너지 통계부터 바로 잡아야
  • 투데이에너지
  • 승인 2021.10.1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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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김민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탄소중립의 정의는 한 국가에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온실가스의 순수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흔히들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절감하는 것을 생각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해서 실제로는 기타 온실가스, 즉 불화계 냉매, 탄화수소와 같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거의 모든 물질을 망라하여 절감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온실가스라고 할지라도 이산화탄소와 나머지 온실가스는 효용성에 따라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냉매는 냉동기와 에어컨을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제품’의 성격을 가지며 탄화수소 등은 ‘연료’의 성격을 가진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에너지 소비에 따른 ‘부산물’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다른 온실가스에 비해 효용성은 크게 낮은 편이다.

이러한 본질적인 차이점은 탄소중립 방향에서도 크게 차이가 난다. 불화계 냉매와 같은 ‘제품’은 2050년까지 다른 물질로 대체하면 되고 탄화수소와 같은 ‘연료’는 흘러나가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역시 다른 물질로 대체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산화탄소와 같은 ‘부산물’은 인간의 경제활동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인간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것이지만 바람직한 방법일 수는 없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수단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다른 수단으로 대체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의 양과 범위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에 대한 해결책은 단순하지 않다.

그럼 탄소중립을 위한 과정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우선 국가에너지 통계를 근간으로 해서 에너지 공급과 수요를 분석하고 이로부터 무엇을 대체할 것인지,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 얼마나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이 정의에 의해 2050년까지 신재생, 화력, 원자력, 수소 등을 어떻게 구성해 공급할 것인지, 전기차, 수소차, 제로에너지빌딩, 히트펌프 등을 어떻게 보급해 사용할 것인지 계획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과 민간에서는 이러한 큰 그림을 잘 따라갈 경우 탄소중립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의 핵심인 우리나라의 국가에너지 통계는 과연 적절한 상황인지 의문이다. 예컨대 히트펌프의 통계 사례를 보자. 가정용 도시가스 보일러를 대체할 전기화(electrification) 기기로 히트펌프가 핵심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두 기기는 가열이라고 하는 동일한 목적을 가졌음에도 최종에너지 통계의 관점에서는 전혀 다르게 된다. 가스보일러는 천연가스로 잡히고 히트펌프는 전기에너지로 분류된다. 이 경우 우리는 ‘가스’를 ‘전기’로 대체한 것인가? 그렇다면 석유보일러, 화목보일러를 히트펌프로 대체할 경우 각각 ‘석유’, ‘바이오매스’를 ‘전기’로 전환한 것인가? 아마 그렇지 않고 소비자의 대부분은 난방의 수단을 바꾼 것이라도 생각할 것이다. 즉 가열의 수단은 여러 가지라도 최종 목표와 통계는 열에너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괴리는 에너지의 최종공급 형태, 즉 전기, 석탄, 가스 등의 공급량을 통계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열에너지로 판매되는 ’제품‘은 집단에너지만 해당된다. 따라서 공식적인 우리나라의 열에너지 비중은 2019년 현재 전체 에너지의 1.1%에 불과하다. IEA에서는 열에너지는 글로벌 에너지 소비의 50%, 탄소배출은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탄소중립에서 열에너지의 탈탄소화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는 열에너지 통계를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열에너지의 탄소중립에는 히트펌프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열에너지 통계는 매우 부실하며 이에 따른 지금까지 산정된 히트펌프의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절감 기여 등은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이 에너지 시장의 뜨거운 키워드가 된 지 벌써 1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로드맵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루빨리 이에 맞는 국가에너지 통계 체계를 정비하고 이에 부합하는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국가에너지 통계의 재정비는 에너지 문제를 정치의 영역에서 과학기술의 영역으로 다시 돌이킬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선명하지 않은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미래지만 지속적인 고민과 개선만이 실제 탄소중립에 다가갈 수 있는 국가에너지 대계를 위한 유일한 길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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