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박사)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박사)

[투데이에너지]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이 가히 폭풍적이다. 기술 혁명을 통한 성과 중심의 경영에서 ESG를 통한 가치 중심의 경영으로 변혁하고 있다. 혁신의 대명사인 애플도 연초부터 기술혁신을 통한 재무적 성과보다는 환경이나 윤리 문제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자산시장도 동조현상이 뚜렷해 2020년 ESG 관련 글로벌 투자액은 40조5,000억달러에 이른다. 약 8조7,000억달러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BlackRock도 ESG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 EU Green Deal(탄소 국경세)과 같은 글로벌 동향도 ESG 변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SK E&S 계열, 삼천리, 경동도시가스 등 도시가스업계에도 EGS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변혁의 파고 한가운데에 있는 국내 천연가스사업의 ESG 경영 이슈를 점검하고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먼저 ESG의 E(환경)는 에너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동안 천연가스는 최고의 청정연료로 대기환경과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탄소중립시대의 천연가스는 감축의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다. 우리는 석탄경제시대에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개척, 5만㎞의 배관망을 구축해 2,000만 고객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천연가스 기반 분산전원의 역할 확대로 탄소중립을 향한 가교 역할에 진력할 것이다. 그리고 12조원이 투자된 도시가스배관의 수소배관 전환 등 천연가스 인프라의 활용으로 수소경제 기반 구축에 앞장 서고자 한다. 2021년 4월 EU가 2040년을 목표로 3만9,650km의 천연가스배관을 수소배관으로 전환하는 ‘유럽 수소배관망 구축 로드맵(2040 European Hydrogen Backbone)’을 발표한 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둘째, S(사회)와 관련해서는 지역사회공헌, 이해관계자 후생, 산업안전을 혁신해 산업의 평판(repulation) 재정립에 노력해야 한다. 도시가스업계는 2015년부터 1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 600개의 사회복지시설에 가스기기를 무상 지원했다. 불우 이웃의 나들이 및 여행을 지원하기 위한 민들레카의 누적 이용 인원은 10만명, 누적 주행거리는 320만㎞에 달한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개발, 확대 운영해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S의 핵심 문제인 차별과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서비스 혁신도 요구된다. 언택트시대에 조직 구성원뿐만 아니라 점검시스템 혁신을 통해 관계사 종사자의 후생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도시가스사업은 통합안전관리시스템(TSM) 구축으로 국내 유틸리티사업 중 재해율이 가장 낮다. 그러나 규제 위주의 안전관리방식을 Risk Base 방식으로 전환해 과학적이고 선제적인 디지털 안전관리로 발전해야 한다. Excellent Safety Gas로!

마지막으로 G(지배구조, 투명성)와 관련, 8개 상장 도시가스사의 시가총액은 약 3조원에 불과하다. 사업 규모에 비해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그러나 주주 권리보호를 위해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은 27%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규제개선이 요구된다. 도시가스요금은 전문기관 용역,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및 시도지사 승인까지 3단계로 엄격하고 투명하게 산정된다. 하지만 물가안정을 이유로 합리적인 요금인상이 거부되는 경우가 많다. 원칙과 공정에 의한 요금결정 구조로의 변혁이 필요하다. 2%대의 영업이익율로는 E와 S 달성은 불가능하다. ESG에서 E와 S를 실천하는 것은 결국 G이기 때문이다.

E, S, G는 상호 의존적, 통합적이다. 탄소중립시대에 수소사업 등 종합에너지기업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도시가스업계의 ESG 경영은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理解)에서 출발해야 한다.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저자 라젠드라 시소디어 교수의 이해관계자 모델(SPICE)이 제시하는 사회(Society), 파트너(Partner), 투자자(Investor), 고객(Customer) 및 직원(Employee)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우리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환경을 가장 우선시 하는 사업, 1년 365일 안전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업이다. ESG를 워싱(washing)할 시간이 없다. 오직 ESG 경영 혁신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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