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 예산 일부가 ‘스마트기술 보급’과 무관한 공기살균청정기(에어백신), 미세먼지 측정기 등 구매에 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정태호 의원이 중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에 쓰인 지원액 68억9,100만원 중 1억8,845만원이 에어백신과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에 사용됐다. 이미 널리 보급된 디지털 광고보드, 디지털 메뉴보드, 결제 QR코드 리더기 등을 구매하는 데도 31억원 넘는 예산이 지출됐다.

소상공인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은 소상공인 사업장에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됐다. 그런데 지원금의 절반 가까이가 사업 취지와 동떨어진 곳에 쓰인 것이다. 

이는 사업 절차에 허점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선정하는 데만 관여하고 이들이 상인들에게 제공하는 제품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소상공인들이 지원금을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 등 익숙한 제품을 구매하는 데 활용한 것이다. 

사업에 참여한 상점 4391곳 중 3D 관련 기술 도입을 선택한 상점은 35곳에 불과했다. ‘AI활용 영상분석’ ‘AI활용 마케팅’ 등 AI 관련 기술을 선택한 상점도 22곳에 그쳤다. 중기부가 홍보한 서빙로봇을 도입한 상점은 2곳이었다.

중기부의 관계자는 “상인들에게 필요한 장비를 자유롭게 선택하게끔 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에어백신 등 신기술과 관련 없는 상품을 선택한 것 같다”라며 “내년엔 기술 수준이 높은 기업들만 모집하겠다”고 말했다.

정태호 의원은 “사업의 취지와 다르게 지원금이 사용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소비자 서비스 혁신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중기부는 사업시행 전반을 검토해 명확한 사업 집행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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