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투데이에너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고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크게 늘려야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대규모 태양광 발전과 해상풍력발전의 에너지 생산 비용이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기술 발전에 따라 앞으로도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재생에너지의 전력망 통합(Grid Integration of Renewable Energy)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으며 특히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출력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대한 염려가 많다. 즉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해 어떻게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가 하는 것이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가는 데 가장 핵심적인 도전과제 중의 하나이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은 배터리에 기반한 대규모 ESS(Energy Storage System) 설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배터리를 재생에너지 출력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용량만큼 설치해야 한다고 혹여나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큰 오산이다. 재생에너지는 일사량과 바람 등 자연 기후 조건에 따라 출력이 결정되므로 발전 출력이 시시각각 변동하는 것은 맞지만 고도의 예측 기술을 기반으로 매우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특히 여러 지역에 널리 분포된 기상 관측 시스템이나 다른 지역 발전소의 실시간 출력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더욱 정확한 재생에너지 출력 예측이 가능하다. 예측의 정확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꾸준히 데이터 모델도 발전시키고 학습을 시켜야 하므로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독일의 경우 일찍부터 Fraunhofer IWES 연구소가 중심이 돼 20년 넘게 풍력발전 출력 예측 성능을 높이는 연구를 수행했고 그 결과 한 시간 전 단기 예측 오차는 평균 2% 이내, 48시간 중기 예측 오차는 평균 4% 이내로 매우 낮은 편이며 이 수치도 매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또한 다년간 수많은 데이터가 축적됐으며 일반인에게도 공개해 전국 단위의 발전원별 출력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이야 말로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마음만 먹으면 아주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런데 이러한 재생에너지 예보 기술과 시스템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러한 기술이 필요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시장 제도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예측 주기도 짧게 하고 오차율 기준값도 낮추며 특히 풍력발전의 예측 정확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예측 기술의 발전으로 태양광 및 풍력발전 출력을 5% 이내의 오차로 예측하게 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우선 전력 계통에서 재생발전량의 변동을 미리 알 수 있으면 부하 예측과 함께 발전기 출력을 미리 조절할 수 있도록 준비시킬 수 있으며 사전에 준비된 발전기를 투입해 갑작스러운 새로운 발전기의 출력 조정을 피할 수 있다. 즉 재생에너지 발전 출력이 변동할 때 1차적으로는 다른 속응성 발전기들이 출력을 조정해 밸런싱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하는 것이 배터리를 설치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하지만 때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변동 속도가 빨라서 미처 다른 발전기들이 출력을 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확한 재생에너지 출력 예측은 발전기의 효율적인 운영과 전력 계통 안정화에 커다란 효과가 있다. 단지 몇 군데의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출력만 예측해서는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전력 계통의 밸런싱 문제는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일이기 때문에 일부 재생에너지 발전기의 출력만 알아서는 정확한 발전기 투입 물량을 결정하기 어렵다. 전국단위의 예측 데이터 통합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편 배터리는 매우 빠른 속응성을 가진 소중하고도 고급의 자원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용량이 적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예측 정확도를 최대한 높이고 부하의 변동까지 예측한 결과를 가지고 기존 발전기들의 출력을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이 때 대부분의 밸런싱 출력은 기존 발전기들로부터 나오지만 과도상태 속응성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면 이에 대한 보완 대책으로서 배터리 ESS 자원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즉 배터리를 단순한 에너지 저장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대신 속응성 보완을 위한 단기 제어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그 밖에도 양수발전, 수력 발전, 수요 반응 등 다양한 형태의 유연성 공급이 가능한 자원들을 최대한 개발하고 이러한 자원들을 조합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전력망 안정화에 필요한 유연성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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