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대리점에 CO경보기 재고가 누적되고 있다.
보일러 대리점에 CO경보기 재고가 누적되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가정용 보일러 대리점의 일산화탄소(CO) 경보기 재고 누적 상황이 심각해지며 경제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리점의 CO경보기 재고 누적이 심각해지는 이유는 관련 법과 현장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강릉 펜션 CO 중독사고로 인해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사업법’ 등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는 다중이용시설 및 일반 가정에서 보일러 설치 시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됐다. 

액법 제44조의2항1에 따라 가스보일러 등 가스용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한 자(외국가스용품 제조자를 포함한다)가 그 가스용품을 판매하는 때에는 CO경보기 등의 안전장치를 포함해야 한다. 2에서는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숙박업을 운영하는 자 등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자가 가스보일러 등 가스용품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CO경보기 등의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 시에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가정용 보일러 제조사에서는 보일러와 CO경보기를 함께 대리점에 공급하고 있다. 대리점에서도 소비자에게 보일러와 CO경보기를 함께 판매·설치하고 있다. 

문제는 대리점에서 직접 시공하는 보일러 대해 CO경보기 관리가 가능하지만 신축, 도매, 설비업자 등에게 보일러 판매 시 이들은 보일러와 함께 공급된 CO경보기 보다는 시중 가격이 싼 CO경보기를 선호하고 있다. 결국 대리점은 보일러 제조사에서 CO경보기를 보일러와 함께 납품을 받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일반 CO경보기가 보일러와 함께 팔리면서 대리점에는 보일러 제조사에서 공급받은 CO경보기가 누적 재고로 남으며 부담을 떠 안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제조사에서 공급한 CO경보기 대금은 대리점이 지불하고 있지만 경보기 회사, 가격 및 제품에 대해 대리점이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제조사에서는 대리점으로 CO경보기 공급가격은 1만8,000~2만원 내외인 반면 시중에서는 1만2,000원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재고에 대한 반품 또한 쉽지 않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대리점 CO경보기 재고 및 대리점 개소(8월30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전국 1,147개소 중 340개 대상 대리점에 약 2만4,000개의 CO경보기 재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리점의 CO경보기 재고 누적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안전공사, 보일러 대리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CO경보기 보급 방법 개선을 위한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보일러 대리점에서는 CO경보기 공급을 보일러 제조사로 한정한 액법 44조2항 폐지 및 수정을 요구했다. 남은 재고만큼의 CO경보기를 제외하고 보일러를 제공하고 보일러 제조사에서 1:1 출고를 하지 말고 대리점에서 CO경보기를 개별구매 및 판매를 가능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대리점에서는 액법44조2항1은 시장경쟁을 방해하고 제조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에 해당,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 법률 및 공정거래법과 상충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대리점법 제6조 보일러 대리점에게 CO경보기를 주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해 구입을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되며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춰 부당하게 다른 종류의 상품을 묶음으로만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 이외에도 공정거래법 제3조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리점의 관계자는 “현실과 동떨어진 액법44조2항으로 대리점에서는 CO경보기 재고가 누적되고 있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마땅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라며 “국회, 산업부, 가스안전공사 등이 현안을 잘 파악해 조속한 법의 폐지 또는 수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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