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부총장
▲박진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부총장

[투데이에너지] 지난 8월 미국에서는 A-SMACC (American Solar Manufacturers Against Chinese Circumvention)이라는 익명(?)의 단체가 미국 상무성에 중국산 연계 태양광 모듈에 대한 신규 관세를 요구했다는 소식이다.

이 단체는 현재 관세가 이미 부과되고 있는 중국산 모듈에 더하여 중국에서 생산된 뒤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 조립되는 모든 우회 제조 모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것을 미국 정부에 요구한 것이다.

이번에 관세부과 대상으로 거론된 기업들은 세계 최대 생산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의 태양광 핵심 기업들을 포함하는 약 24개의 중국기업들인데 이들은 그간 중국산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위에 언급한 동남아시아 3개국에 태양광 모듈 제조 시설을 설치하며 우회 생산을 확대하고 있었다. 

A-SMACC의 청원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본인들이 누구인지는 익명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만약 명단이 알려질 경우 중국 정부가 이들에게 보복할 것이고 이를 두려워했다는 얘기이다. 또한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기는 하나 이 청원에 대해 현재 미국에서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무역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태양광산업협회(SEIA: Solar Energy Industries Association)와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Edison Electric Institute, 그리고 아시아계 외교관들은 반발하면서 미국 정부가 이 청원을 절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향후 이번 청원에 대한 결론은 올해 연말까지는 결말이 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조심스러운 전망이기는 하나 바이든 정부가 A-SMACC의 청원을 결국은 받아들일 것이라는 데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만약 이 청원이 받아들여질 경우 그 결과는 향후 미국 내 태양광 산업 및 보급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2020년 기준 미국으로 수입된 태양광 제품의 약 70%가 바로 위 동남아시아 3국으로부터 생산된 제품들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달 31일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이 회의에 참석한 15개 동맹국 정상들과 글로벌공급망(Global Supply Chain) 긴급 정상회의를 개최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동맹국들이 원자재, 창고,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급망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중국 신장 지역의 인권 탄압문제까지 제기하면서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럼 이러한 일련의 미-중 갈등상황이 한국 태양광산업에 미칠 영향은 어떠할 것인가? 현재 한국 태양광산업은 원자재 및 소재, 부품 등에 있어 중국 의존도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

특히 그간 국내에서 생산하던 업스트림 제품들(폴리실리콘, 잉곳 및 웨이퍼 등)은 이미 국내 생산을 중단했고 잉곳 및 웨이퍼는 국내기업에 의한 생산이 거의 중단됐다.

폴리실리콘마저도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말레이시아로 생산장비들을 이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버터나 각종 모듈 부품에 있어서도 중국산의 수입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태양광산업도 예외 없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요소수 문제만 보더라도 자국 산업의 공급망이 한 나라에 종속될 때 야기될 수 있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할 수 있나를 알 수 있겠다.

그간 한국의 태양광산업은 여러 고비가 있었음에도 나름 슬기롭게 대처했고 최근 들어 급속히 확대된 내수시장에 힘입어 보급시장은 활성화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핵심기술의 보고이고 경쟁력의 원천인 태양광 관련 제조업의 성적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고 이미 현실로 다가온 미-중 갈등상황에서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인지 심각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제2의 요소수 사건이 태양광 제조분야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수입선 다변화와 우리 기업의 국내 및 해외 선제 투자를 통한 공급사슬 확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내투자에 의한 공급사슬 확보가 어려울 경우 시장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적극적인 해외 우방국에 대한 투자, 그리고 현지화(localization)에 의한 해외진출과 연계한 공급사슬 다변화도 추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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