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적으로 그늘에 가려지는 저층에 설치된 베란다 태양광설비.
비효율적으로 그늘에 가려지는 저층에 설치된 베란다 태양광설비.

[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서울시가 태양광 보급사업에 대해 실시한 조사 결과 사업의 시작부터 진행과정, 사후관리까지 공정성, 효율성, 지속가능성 등 측면에서 전반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감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11일자로 해당 부서에 주의, 업체 고발‧과태료 등 총 30건(1차 점검 지적사항 포함)의 지적사항을 통보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시는 태양광 보급 사업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시의회, 국회로부터 정책결정 과정과 집행과정 상 많은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지적받아온 만큼 정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드러난 주요 지적사항은 △내부 정보를 활용한 협동조합 주요 임원들의 사적이익 추구 △태양광 협동조합의 과도한 지원요구와 관철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사업의 물리적 목표달성 위한 무리한 SH임대아파트 활용 △발전효율 고려 없는 무리한 설치 확대 △보급업체의 사후관리 부실 및 폐업이다.

우선 태양광 협동조합 주요 임원들이 자문 형식으로 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시 정책에 적극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얻은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을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판단된다.

보급업체로 선정된 ‘A협동조합’은 시 태양광 보급사업 계획(2013년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사업 시범사업, 2014년 베란다형 태양광 8,000가구 본격 도입, 2017년 100만 가구 확대계획)을 사전에 인지, 2014년~2020년 총 70억원의 보조금을 수령했다.

법률상‧행정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협동조합 주요 임원들은 서울시 태양광 보급 사업 도입 초기인 2012년부터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업무담당 공무원을 통해 해당 위원들이 사업 담당 공무원들에게 향후 태양광 보급 사업 계획의 보고를 채근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한 이 협동조합의 이사장은 2012년 4월~2014년 10월까지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생산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같은 협동조합 출신의 모 인사는 2012년 11월~2014년 5월까지 기후환경본부 임기제 팀장으로 채용돼 ‘원전하나줄이기’ 시민위원회 및 실행위원회 운영과 시민협력분야 총괄 업무 등을 수행했다.
 
서울시사업을 수주한 또 다른 태양광 협동조합인 ‘B협동조합’ 이사는 2014년 10월~2019년 1월까지 실행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서울시 방침에 따르면 ‘원전하나줄이기 시민위원회’는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정책방향 결정, 사업계획 수립·변경승인을 한다. 실행위원회는 ‘원전하나줄이기 시민위원회’의 하부 조직(위원회)으로 사업 총괄·조정, 사업 기획·평가, 자문, 사업관련 민간 의사소통 통로 등의 기능과 역할을 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공무원에 준하는 기능을 했던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위원들이 태양광 보급업체 임원으로 동시에 활동한 것은 사익과 공익 충돌로 판단된다며 최소한 본인이 스스로 태양광 보급사업 관련 위원회 활동을 기피하거나 서울시가 제척 규정을 사전에 마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와 전문가를 해당 분야의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는 것은 행정의 전문성을 높이고 시민 협력분야를 강화하는 조치로서 이해할 수 있으나 자문위원이 자문의 영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적 근거 없이 사실상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에 관여할 수 있도록 방치하는 것은 행정의 책임성을 저하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 감사결과 태양광 사업 초기 태양광 협동조합 등을 위해 과도한 지원제도를 도입한 것도 확인됐다. 서울시는 서울의 특성상(토지의 가격이 지방보다 비싸고 지방보다 일조량 부족 등) 태양광 사업이 당초부터 수익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협동조합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도를 도입했다. 특정 정책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다른 정책과 비교해 형평과 비례원칙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2013년 9월 서울 지역 7개 태양광 협동조합은 ‘XXX협동조합연합회(준)’를 결성하고 시장 면담(2014년 8월6일)을 통해 공공부지 제공, 설치자금 무이자 융자, 발전차액 지원 확대 등 협동조합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지원을 요구했다. 그 결과 위 요구사항들은 모두 수용됐다.

다른 기금사업과 달리 태양광 사업은 무이자·무담보 융자가 가능해졌고 태양광 사업을 앞서 도입한 선진국에서 직접적인 현금지원을 줄이는 추세임에도 서울시는 발전차액을 현금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확대했다.

또한 태양광 설치부지 선정과 관련 서울시는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공공부지를 직접 전수 조사해 협동조합에게 안내했으며 일부 공공부지의 경우는 협동조합만을 대상으로 공모사업에 참여 할 수 있게 제한해 중소기업 등 타 업체의 참여기회를 차단했다. 공공부지 대부요율도 1/5로 대폭 인하했다.
 
서울시가 구체적인 태양광 설치 부지를 확보하는데 발생하는 민원과 조사비용을 떠안고 협동조합에게는 다양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판단된다고 감사위는 밝혔다.

또한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업체 선정과 관련해 2019년 감사원은 “일반 중소기업과 달리 협동조합을 우대할 이유가 없음에도 2017년에 태양광 보급업체 선정 공고문에 협동조합은 20개 설치 실적을 요구한 반면 일반 업체는 200개 설치 실적을 요구하는 등 이유 없이 자격요건을 차등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감사위 조사결과 물리적 목표 달성을 위해 SH임대아파트에 베란다형 태양광을 대량·집중 설치했고 시민편익을 외면한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시와 SH공사는 SH임대아파트에 대한 태양광 보급 목표치를 일반 아파트의 2배 이상으로 계획했고 실제로 2021년 9월 현재 전체 베란다형 태양광(12만472가구)의 39.5%(4만7,660가구)가 SH의 임대아파트에 설치됐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는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 원전하나 줄이기 2단계 추진 사업 서울시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 종합계획과 시장요청 사항 및 시장 요청사항, ‘2022년 태양의 도시, 서울’을 바탕으로 SH 임대아파트(서울시 소유 재개발 임대아파트 포함)에 베란다형 태양광을 보급했다.
 
2022년까지 일반아파트는 전체 235만가구 중 53만6,000가구(22.8%) 목표를 설정한 반면 임대아파트에는 18만 가구 중 9만7,000가구(53%)로 일반아파트대비 약 2배 이상 비율의 목표를 설정했다.

그 과정에서 SH공사는 시민참여를 바탕으로 한 베란다형 태양광 사업의 취지와 달리 일부 임대아파트의 경우 시민들의 동의 없이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다. 베란다형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미관, 통풍, 빛반사 등에 따른 입주민 불편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SH공사에서는 반드시 입주민들에게 사전 동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SH공사는 2017년에 신축한 임대아파트 S아파트 단지 268세대와 2020년에 신축한 H아파트 단지 1,366세대 베란다형 태양광을 설치하면서 입주자 동의를 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SH공사에서 입주민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동의 없이 베란다형 태양광을 설치한 것에 대해 민원이 야기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SH공사가 임대아파트에 베란다형 태양광을 대량·집중 설치하면서 SH공사 내부직원들로 구성된 건설기술자문위원회, 보급업체와의 간담회, 서울시 협의 등을 통해 태양광 보급업체에 지역센터별, 단지별로 영업지역을 배분하거나 설치물량을 배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SH공사가 각 태양광 보급업체에 설치 물량을 할당함으로써 각 보급업체는 각자의 역량 보다 더 많은 태양광 보급 시설을 설치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더 많은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고 서울시는 판단했다. 

또한 SH 임대아파트에 설치된 베란다형 태양광을 점검·확인한 결과 발전효율, 설치기준 고려없이 물리적 확대에 치중해 실제 발전효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리한 목표설정과 업체측의 과도한 영업행위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감사위원회는 밝혔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세대용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적용 검토(안)’에 따르면 하루 일조량이 3시간 이상 충분한 곳으로 남향, 3층 이상, 민원발생이 우려가 없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효율은 일사량의 변동, 설치각도, 계절·온도변화, 적운 및 적설, 오염 및 노화 등 관리상태, 나무그늘 등 음영장애에 따라 발전량에 영향을 받는다.

전체 SH 임대아파트에 설치된 베란다형 태양광 총 4만7,660개소 중 3,828개소(8.0%)는 발전효율이 떨어지는 저층에 설치됐다. 남향이 아닌 동향, 서향, 북향에 설치된 태양광이 30%(1만4,877개소)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기간 중 367개소의 발전량을 샘플 분석한 결과 연간 태양광 실제 발전량은 이론상 발전예상량(발전 설비용량×서울 일평균 일조량 3.2시간×365일)대비 70.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층(1~3층)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효율은 46.4%에 불과해 저층일수록 발전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 절감효과와 설치비 회수기간도 당초 홍보한 내용보다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태양광 지원센터 ‘서울햇빛마루’ 홈페이지에서는 325W 설치 시 전기요금(2020년 3월 기준) 월 6,610원 절감된다고 홍보했으나 실제 발전량에 따른 발전효율(70.3%)을 대입하면 월 4,620원, 저층일 경우(46.4%)에는 월 3,070원 수준으로 실제 절감액은 더 낮게 나타났다. 베란다형 태양광 발전설비 회수기간도 8.9년에서 12.8년(70% 대입 시)으로 약 3년이 늘어난다.

정기점검, 무상하자보수 등 베란다 태양광 보급업체의 사후관리 부실 문제도 드러났다. 보급업체는 5년 간 사후관리와 무상수리 의무를 갖지만 작년 9월 서울에너지공사가 실시한 정기점검 실시현황 확인결과 2014년~2019년 설치분 총 7만3,671개소 중 2만7,233개소(37%)는 보급업체 폐업으로 정기점검을 실시하지 못했다. 나머지 4만6,438개소 중 2만3,020개소(49.6%)는 신청자 연락두절로 점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통상 베란다형 태양광은 20년 동안 사용이 가능하지만 서울시가 2020~2021년 철거현황 자료를 확인한 결과, 신고된 철거물량은 총 347건으로 이 중 이사, 일조권‧조망권 침해, 통풍‧환기 부족, 강풍 안전문제 등 시민불편으로 5년도 안 돼 철거한 태양광은 316개였다. 철거된 347건의 설치 당시 투입된 보조금 예산은 약 1억4,600만원이며 설비용량은 10만5,305W로 연간 발전량으로 환산할 경우 약 123MWh에 해당한다.

347건의 철거현황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철거(폐기) 신고를 한 건으로 신고를 하지 않고 무단철거한 사례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12만여 개의 베란다형 태양광이 설치됐지만 보급업체의 관리의무 소홀로 실제 태양광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관리상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덧붙였다.

김형래 서울시 조사담당관은 “그동안 지적돼온 사업진행 과정상의 문제, 혈세낭비요소를 바로잡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태양광 보급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조사결과의 개략적인 내용을 우선 공개했다”라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삼아 태양광 보급사업이 효율성, 공정성, 형평성을 담보하고 재구조화 될 수 있도록 관련부서에 통보 조치했으며 1개월 간의 재심의 기간을 거쳐 12월 중 최종 조사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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