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를 통해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의결·확정됐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는 2018년대비 40%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감축량을 제외한 순배출량을 0에 도달하는 계획으로써 이를 달성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로서 수소경제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전환·산업·수송 등의 탈탄소화를 위해 2020년 22만톤인 수소 수요도 2030년 390만톤, 2050년 2,750만~2.920만톤으로 확대가 전망된다. 

정부는 2030년 수소 수요의 50%, 2050년에는 100% 청정수소로 공급하고 이를 달성할 방안으로 특히 2050년 수소 수요의 80% 이상을 외국산 청정수소를 도입·충당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수소는 사실 에너지 운반체, 즉 에너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구리 전선이나 배터리 등과 같은 유사한 기능을 한다. 단 전기나 열 등 우리가 직접 사용하는 최종에너지를 배터리 등보다는 대규모로 장시간 저장할 수 있으며 구리 전선보다는 훨씬 장거리, 심지어 바다 건너까지 운송할 수 있다. 이처럼 수소는 국가나 대륙 단위로 저렴하게 특히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기를 다른 국가나 대륙으로 운반해 거래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새로운 에너지 교역상품이 될 수 있게 해준다. 세계적으로 수소경제가 활성화된 미래 에너지교역 패러다임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를 감안해 지난달 7일 정부도 청정수소 국내 도입에 필요한 기술개발 및 실증을 준비하기 위한 5개 ‘H2 STAR’ 프로젝트를 마련,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청정수소 교역을 위해서는 이 같은 기술적 준비와 함께 제도적 준비도 필요하다. 특히 석유나 천연가스 등 기존 교역상품의 전례를 참고해 국제수소거래소 설립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석유나 천연가스 교역 전례를 회고해 볼 경우 수소와 같은 국제적인 에너지교역은 처음에는 주로 시장참여자 쌍방거래가 주류를 이뤄 개별적으로 쌍방 간 장기계약 등으로 국제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그러다 거래 규모가 확대되면 특히 장기계약에 필요한 합리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국제가격 정보에 대한 요구가 생기게 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특정 지점, 가령 인수도 지점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가격과 거래량을 발표하는 가격정보 제공기관이 등장하게 되며 나아가 전문용어, 표준화된 거래, 수송 관행 등과 관련된 기준을 제정하는 등 교역 규칙 및 계약 표준화가 추진된다. 이때 만일 가격정보 제공기관의 국제가격이 신뢰할 수 있는 가격지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시장 유동성이 확보되면 이를 장기계약용 가격 결정공식에 반영하는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더 나아가 해당 지점의 국제가격을 기반으로 금융 헤지 수단을 제공하는 비물리적 거래자가 시장에 진입, 장외거래 헤징 서비스도 제공하게 된다. 이같이 국제거래의 활성화와 말맞춰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되는 쌍방거래나 장외거래에 대한 수요를 기반으로 표준화된 거래가 가능한 선물계약을 생성하고 교환 규칙이 정해진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에너지교역 상품의 국제거래소가 등장하게 된다. 이미 석유나 천연가스 교역은 이미 고도로 진화돼 이 같은 국제거래소를 통해, 국제거래에 필요한 적정 기준가격을 결정하는 체계에 도달했다. 대표적으로 WTI나 브렌트 등 벤치마크 가격이 뉴욕 NYMEX나 런던 ICE 등 거래소에서 결정, 모든 거래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석유 국제거래소를 보유한 지역은 단순한 거래소를 넘어 유통 및 거래에 필요한 석유 및 석유제품 저장시설을 갖추고 시설임대 및 시설운영은 물론 국제거래와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시스템 구축 등 석유 및 석유제품의 저장, 거래와 관련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모든 기반이 조성된 소위 ‘오일허브’로 부상했다.

이제 시작단계에 있는 청정수소 국제교역도 역시 이러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을 고려한다면 국내에 국제수소거래소 설립을 추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향후 한국내 특정 지점의 기준가격이 수소 국제가격이 될 수도 있으며 그 과정에서 수소 교역의 기본적인 규범, 가령 청정수소 인증기준 등 품질 체계도 우리가 선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오일허브’의 전범을 고려할 경우 국제수소거래소 설립은 향후 우리나라가 수소 국제거래의 허브, 즉 ‘수소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이 같은 시대적 필요를 반영해 현재 국회에는 ‘국제수소거래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대표 발의)’이 개류 중이다. 수소경제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국제 경쟁을 감안한다면 우선 발의된 법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폭넓은 논의와 함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 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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