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이달 영국 글라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드디어  국제탄소시장이라 알려져있는 파리협정 제6조에 관한 협상을 완료했다. 이로써 파리협정을 구체화하는 소위 룰북협상이 마무리된 것이다. 아직 보완해야 하는 이슈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활용을 할 준비를 할 때다.

우리에게 파리협정 제6조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특이하게도 해외온실가그 감축분(ITMO) 활용을 명시적으로 담고 있다. 최근 상향 조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따르면 해외 감축분이 3,350만톤으로 기존 국가 감축보다 늘었다. 2020년 말 수정된 당시의 1,620만톤의 해외온실가스 감축분을 활용하는 것으로 대폭 해외감축분을 줄였다가 이번에 다시 2배까지 늘린 것이다.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구조,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 등 특수한 국가적 상황은 국내적 노력만으로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이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파리협정 제6조는 기존 CDM 사업의 유사변형 형태로 소위 제6.4조 메커니즘을 통해서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최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8년까지 CDM 사업을 통해 감축된 온실가스 감축량은 20억CO₂eq이다.

2°C 상승목표를 가정할 때 현재의 국제사회 연간 필요한 감축량 10내지 20억톤의 약 10배가 필요하다고 보면 약 20년에 결쳐 시행된 CDM 사업의 총 온실가스 감축량은 매년 지구사회가 줄여야하는 온실가스 감축량의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복잡한 방법론, 개도국의 CDM 사업에 대한 일반적인 반감, 파리협정 체제 하에서는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결과를 스스로 사용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상황변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현실적으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대규모 감축이 가능한 산림부문은 포함되기 어려운 기존 CDM 사업에 기초한 유사변경 메커니즘은 기존 메커니즘의 한계점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소규모 사업을 중심으로 컨설팅 회사 등 기존 CDM 사업 관련 업체는 더 활발한 사업 기회를 찾아볼 수 있지만 이것이 지구사회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논의는 당연히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국외감축 논의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대규모 국외감축분을 활용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파리협정과 그 룰북에 구체적으로 적혀져 있지 않다. 제6.2조 메커니즘은 상응조정 등 최소 요건만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대규모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 분야를 중점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글라스고 당사국총회에서 보았듯이 산림분야가 중요하다. 대상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저탄소개발을 위한 중요한 분야로 산림분야를 꼽고 있다. 더구나 LEAF 이니셔티브와 같이 정부 뿐만이 아니라 사부분의 투자와 기여를 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들도 전개되고 있다. 동북아에서 메가 재생에너지 사업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당장 고비사막에서 풍력 및 태양광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력생산량이 한·중·일 전력생산총량을 넘어선다고 한다. 우리와 전략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몽골 정부와 통큰 협력 메커니즘을 만들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올해 전력난으로 석탄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중국은 몽골에서 생산된 전력을 바로 보낼 수 있는 인접국이다.

우리는 몽골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투자 결과 발행하는 온실가스 감축분을 우리나라의 국외 감축분으로 활용할 수 있고 동북아 정치적 상황이 개선된다면 수퍼그리드를 통해 우리나라로 몽골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가져올 수도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한 기업은 미국에 13조원 규모의 배터리산업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전기차 등 저탄소 에너지 활용이 매우 수월해질 것이고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부분에서 이미 존재하는 자발적인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결과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미국과 창의적인 메커니즘을 만들면 좋겠다. 이러한 메가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국제시장메커니즘은 제6조 2항에 기초한 소위 협력적접근법에 의해서 국가가 자발적으로 만들 때만 가능하다. 파리협정 제6조는 기회의 보고이지만 그 기회는 기다리는 자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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