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준 단국대학교 교수
▲문현준 단국대학교 교수

[투데이에너지] 인간이 행동하는 동기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다. 가장 유명한 연구 중에 하나는 매슬로우가 주장한 인간의 욕구 5단계일 것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를 단계적으로 충족시키면서 최종적으로 자아실현의 욕구를 실현하고자 한다.

우리가 환경변화를 걱정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어쩌면 어느정도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면서 보다 높은 단계의 욕구가 활성화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 저감 계획을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부문별 세부 로드맵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절감목표를 달성했는지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각 부분별로 만들어져야만 계획을 보완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장 또는 건물에 새로운 절감기술을 적용한 경우에 에너지 소비량의 저감과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확인할 수 있다면 성과가 좋은 기술의 보급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절감 성과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절감량을 눈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절감 성과를 확인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에너지절감량은 가상의 에너지사용량(베이스라인)과 실제 에너지 사용량의 차이를 비교해 나타낸 것이므로 우리가 계측할 수 있는 에너지 사용량이 아니다. 즉 절감량은 에너지 절감 노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사용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 사용량과 실제 사용된 에너지량과의 비교를 통해 산출할 수 있으므로 절감량을 직접 측정할 수는 없다.

국가는 2018년 총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배출량을 40% 줄인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에너지 절감량을 산출하려면 절감 기술별로 베이스라인을 구축할 수 있어야한다. 절감량을 확인하는 성과검증(M&V) 체계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건물부문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저감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목표를 달성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가정집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보일러를 보다 효율이 높은 보일러로 교체 설치한 경우에 실제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번 12월달에 에너지 사용량(가스와 전기)이 전달인 11월보다 적으면 에너지를 절감한 것일까? 아니면 이번 12월달의 에너지 사용량을 작년 12월달에 사용한 에너지량과 비교해야 맞는 것일까? 

외기 온도의 차이와 건물내부의 재실자수의 변화, 행동의 변화 등을 고려해서 비교해야 보다 정확한 성과검증이 될 것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성과검증을 수행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러한 요소들을 반영해 베이스라인을 만들고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성과검증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에너지저감기술을 제공한 기업, 건물주, 건물 사용자, 정부와 지자체 등 지원기관이 다같이 합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선뜻 에너지저감 기술을 적용하거나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절감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및 에너지저감을 위한 노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국가의 재정적 지원과 노력이 효과적으로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몇몇 시범사업을 추진 하고 지원한다고 해서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성과를 확인하지 않으면 많은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어내기 힘들며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그동안 많은 시범사업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설치 후 운영에 대한 확인, 그리고 에너지절감 성과 확인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성과검증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체계 구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성과검증을 통해 에너지 절감 성능이 확인된다면 민간부문에서도 적극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내에서 수십년간 진행해온 ESCO 사업, 미니태양광 보급사업, BEMS 시범 설치 사업 등이 많은 재정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절감 기술의 개발, 설치와 운영, 개선의 선순환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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