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경제연구원 화학전략그룹 홍정기 연구위원
고유가의 열기가 지속되면서 각국이 고유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새로운 유전을 찾아 나서는가 하면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가능 에너지를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오르면 유전 확보 비용은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하루아침에 비중을 늘리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고유가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소리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석유의 현실적인 대체재를 찾으려는 노력이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소비가 부쩍 늘고 있는 석탄이 대표적이다. 미국, 중국 등이 풍부한 석탄 부존자원을 바탕으로 석탄액화시설 투자에 나서는가 하면, 석유화학산업에서는 값비싼 석유에서 석탄으로 원료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물간 에너지로 여겨졌던 석탄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바이오에탄올 역시 석유를 부분적이나마 대체할 유력한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브라질, 미국 등에서는 자동차 연료로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점차 다른 국가들로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지난해 일본의 한 바이오 전문잡지는 ‘탄소 쟁탈 시대’라는 특집 기사에서 이러한 현상을 진단한 바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에너지, 플라스틱, 합성섬유, 식품, 사료, 의약품 등 많은 제품은 기본적으로 탄소를 원료로 사용하며, 지금까지는 석유가 탄소의 주 공급원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만일 석유를 통해 공급하는 탄소 가격이 높아지면 국가 또는 기업들이 대체 탄소 공급원을 모색할 것이며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주요 내용이었다.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와 같은 예측은 상당히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국가적 차원에서 바이오연료 개발 및 생산에 나설 것을 천명하고 있다. 세계적 화학기업인 듀퐁과 석유기업인 BP는 본격적인 바이오연료 사업 참여를 선언하고 나섰다. GE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석탄 이용 관련 설비를 유망 비즈니스로 보고 본격적인 투자 및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유가가 진정되기는커녕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우려할 정도로 다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수급 불균형이 구조화되면서 고유가 상황은 점차 고착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유가를 관망하던 기업 또는 국가들이 고유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면 탄소 쟁탈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 분명하다. 경제성 때문에 투자를 꺼리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경쟁 대열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석유 확보 경쟁은 석탄, 곡물, 목재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탄소 확보 경쟁으로 확대될 것이다.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국가들일수록 탄소 확보의 중요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자국에 풍부한 목재를 에너지로 이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 및 원료 다양화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 쟁탈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정부나 기업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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