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돈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 센터장
▲유영돈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 센터장

[투데이에너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발표됐다. 2021년 12월30일 환경부는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K Taxonomy, K 택소노미) 지침을 발표했다. 발표되기 전부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원자력발전이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액화천연가스는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하다는 명분 때문에 조건부로 포함됐고 원자력발전은 제외됐다. 

K-택소노미는 2020년 6월 발표된 EU-택소노미의 영향을 받았으나 EU-택소노미의 초안에는 제한된 범위로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발전 모두가 포함됐다. 현재의 녹색분류체계는 첫 도입이자 시범사업으로서 기후변화적응, 온실가스 감축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친환경산업 등 경제활동 활성화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많은 논쟁과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구축을 통해 국내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녹색분류체계 발표는 민간과 공공 자금이 녹색사업이나 녹색기술 등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과잉, 허위 정보와 같은 녹색위장행위인 그린워싱(greenwashing)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자발적 지침으로써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수소는 녹색분류체계에서 어떤 의미인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된 녹색활동 중에서 국내기업들이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활동으로 수소 분야를 들 수 있는데 최근 기업들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약 43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소 관련 분야에 대한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며 이번 발표된 녹색분류체계가 기업이나 금융사 투자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녹색분류체계의 ‘녹색부문’에서 수소생산 활동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물 전기분해, 바이오가스의 개질과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전환부문’에서는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개질 수소가 포함됐으며 인증조건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60% 이상 감축한 블루수소로 한정했다. 

‘녹색부문’에서 제시된 수소생산 활동은 ‘그린수소’가 대상이며 ‘전환부분’에서 수소생산 활동은 ‘액화천연가스 기반’으로 한정됐다. 

우리나라 녹색분류체계와 비교되는 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를 보면 수소생산 활동에서 녹색부문·전환부문으로 구별하지 않고 천연가스 개질수소에 대한 전과정 온실가스 배출량대비 73.4% 이상 감축한 수소(전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3Ton-CO₂/Ton-H₂ 이하)로만 정의했다. 즉 그린수소, 블루수소로 구분하지 않고 수소생산 전과정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량을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번 발표된 녹색분류체계에서는 ‘수소법 및 청정수소 인증제도 시행 시 관련기준 재검토’라는 단서조항이 있어 향후 조정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대상 원료의 확대가 필요하다. 즉 액화천연가스 기반으로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원료(예: 폐기물, 공정 부산물 등)로 범위를 확장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천연가스 개질대비 60% 이상 감축한 경우에 대해 인정한다면 온실가스 감축량을 중요시한 녹색분류체계 취지도 만족하면서 경제활동도 더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유럽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정수소 인증제도(CertiHy Guarantee of Origin)에서도 천연가스 개질 수소대비 전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이상 감축한 경우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수소뿐만 아니라 CCUS를 연계한 화석연료 기반 블루수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거래가 되고 있다. 

즉 수소를 제조하기 위한 원료보다는 생산된 수소에 대한 전과정 온실가스 감축량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유럽의 기준 방법을 참조해 우리나라의 녹색분류체계에서도 온실가스 감축량 기준으로 인정기준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특히 전과정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감축량 기준으로 인증기준을 정하기 위해서는 수소생산 전과정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24년까지 국가 전과정 목록(Life Cycle Inventory)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후 2025년부터 전과정 평가 기준을 도입하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우리나라가 구축한 녹색추진체계의 인정기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전과정 평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2022년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해이다. 발표된 녹색분류체계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시행을 통한 정착과 확산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도 시범사업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과 부족한 부분은 주기적으로 수정 및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녹색분류체계 지침이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는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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