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문희 대구도시가스 대성청정에너지연구소장
환경과 시장, 문화가 바뀌고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공학을 전공한 졸업생에 대한 평가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산업체 현장에 대한 적응력 부족과 전공실력의 미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은 삼성그룹의 이공계 출신 신입사원의 재교육에 들어간 비용이 연평균 800억원이라는 수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공학교육의 문제는 무엇일까. 굳이 첨단과학이니 기술의 합성이니, 새로운 지식의 창출이니를 거론하지 않더라고 우리의 공학교육은 너무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게 현실이다.

혹시 아직도 60년대 나온 교과서와 커리큘럼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사용하고 있진 않은가. 우리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은 핵심 첨단 영역에 대해 맛만 보고 졸업하는 실정이다. 또 미국의 대학생이 1년간 읽는 전공서적 분량이 1만 5,000페이지에 달하는데 반해 우리 서울대생의 공부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학제간, 학문분야간의 합성이 필수인 시대에 들어섰다. 합성 기술세대를 올바로 운영하자면 연계된 다른 요소들을 다 포함한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마치 거대한 기계가 간단한 부속의 미비나 고장으로 마비되는 것 같이 합성기술 사회의 운영은 연관된 분야간의 원만한 연계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미래계획을 짜는데 종합화한 전략을 수립해야 하겠다. 종합화된 전략은 전문분야의 특수지식 뿐만 아니라 주변 분야의 과학기술 환경도 정비해야 하며 국민 전체의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한가지 전략으로 합성기술의 진보는 과거와 같은 기초과학→응용과학→엔지니어링→생산이라는 선형적인 모형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과학기술 개발공정들이 혼합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기초연구를 맡은 대학이나 응용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는 연구소들이나 실제적인 설계를 맡고 있는 엔지니어링회사 및 생산을 맡은 최종적인 소비자에게 실제적인 기기나 서비스를 제고하는 산업체들이 일체가 돼 서로의 기능을 연계시켜야 한다.

산·학·연 공동체가 종합화된 전략수립을 함께 수행하고 수립된 전략에 따라 총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 예시한 유전자 과학은 유전자 공학 기술에 의해 급속한 연구결과를 낼 수 있었고 유전자 과학의 발전은 동시에 유전자 공학기술의 획기적인 개발을 가능케 했다. 모든 벤처기업들이 대학의 연구기능이나 독립연구소의 프로그램과 밀착돼 그들이 갖고 있는 기술혁신 작업의 능률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은 기술합성시대가 요구하는 총체적인 노력을 겨냥하는 것이다.

특히 공학의 경우 새로운 학문 영역에 대한 능동적인 창출이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첨단화되고 전문화돼야 한다. 엔지니어들의 전문화를 위해서는 공학도들에 대한 평생교육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우리 공학교육은 너무나 외형적인 학위에 치중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로 인해 가장 창의성이 자유롭고 강력하게 발현돼야 할 공학 분야에서 오히려 교과서의 테두리에 갇혀버리고 마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이제 공학교육은 교육과정 기획과 교재 마련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평가 방법을 통해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편 연구성과는 분명히 사회에 환원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관념적인 차원의 산·학·연 협동이 아니라 현실적인 차원의 산·학·연 협동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교수는 미래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개발해야 할 것이며 산업체는 이러한 기술을 현장의 기술로 구현해내는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활발하게 진행될 새로운 발명이나 연구, 특허 등이 특정 산업체에 귀속되는 것은 방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성과의 공유야 말로 연구성과의 사회환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시설의 확충과 현장실습 교육의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또 획기적인 교수 충원이 보장돼야 가능하다. 관료주의적 연구문화에서 탈피해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수에 대한 평가 역시 연구 업적을 강조하는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교수의 가장 큰 의무이자 권리 중의 하나가 학생을 교육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기보다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21세기에 들어서 우리나라는 아시아 경쟁 대상국들 보다 우위권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5년까지는 아시아·태평양권의 중심국으로 2025년까지는 세계 7위 수준으로 제고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 예산을 전체예산의 5%선으로 확대시키고 생명공학, 신소재, 정보기술 등을 G7수준으로 개발하면서 핵심인 과학기술의 전문인력을 계속 발굴·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걸맞는 실질적인 전략과 일관성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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