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
최근 일본정부는 세계 에너지시장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에너지전략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불확실한 국내외 에너지시장 환경을 배경으로 에너지 안보 확립, 에너지-환경의 조화, 국제 에너지시장의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지원 등을 목표로 에너지절약, 원자력과 신에너지개발, 자원 확보, 국제 환경 협력 등을 포함하는 8가지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기업, 정부, 국민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의 정비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기업측면에서는 강한 에너지 기업의 육성을 위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전략변화에 부응하여, 최근 일본 독립행정법인인 「석유가스, 금속광물기구(구 석유공단)」에서 발간하는 「석유 · 가스 리뷰」에서는 “국제석유 · 천연가스 상류 우량기업의 조건: 일본기업의 국제경쟁력향상을 위한 제언”, “세계 LNG 사업의 변화: 일본기업의 나아가야 할 길”, “브리티쉬 가스의 약진: 일본상류기업의 성공모델: 영국 하류가스 국영기업에서 세계 상하류 일관민영기업으로” 등과 같은 강한 에너지 기업의 육성과 관련된 기사를 자주 싣고 있다. 이들 분석기사중 국내 가스산업과 관련하여 브리티쉬 가스(BG Group plc)에 관한 기사는 여러 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2005년 기준으로 BG는 메이저를 제외하고, 중국의 CNOOC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석유 · 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국을 포함하여 20여개 국가에서 탐사 · 생산, LNG, 수송 · 분배망, 발전드의 업에 참여하여 연간 매출액 56억 파운드(약 10조원), 순이익이 13.5억 파운드에 이르는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기업의 핵심 사업을 국내 하류부문사업에서 해외의 상류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사업으로 본격 전환한 2001년 이후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4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원래 국영 천연가스회사였던 British Gas Corporation은 영국 천연가스 하류부문에서 독점적으로 사업을 수행하였으나, 1986년 민영화되면서 현재의 명칭인 BG plc로 변경되었다. 민영화를 계기로 BG는 일련의 기업합병을 통해 상류부문에의 진출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류부문 진출 확대 전략은 당시 영국정부의 가스시장 규제완화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즉, 국내가스사업의 경쟁격화로 수익의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상하류 사업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후반 들어 하류부문 사업에 시장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영국정부의 규제강화 움직임에 따라 BG는 판매부문을 별도의 회사로 분리하고 수송과 상류부문만을 유지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분리된 판매회사(센트리카)에 국내 최대 가스전을 양도하였다. 이에 따라 탐사 · 생산부분의 활동이 축소되었으며, 이에 자극을 받은 BG는 해외 사업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게 되었다. 이후 BG는 수송부문도 별도의 회사로 분리하였다(현재는 내셔널 그리드 트랜스코 주식회사로 변경). 이러한 사업부문의 분사에 따라 현재의 BG는 해외상류부문 사업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회사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세계 유수의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외부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BG가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게 된 요인으로 전문 경영진의 전략, 상 · 중 · 하류 일관사업의 추진, 경영효율화, 틈새시장의 공략, 재무의 안정성, 신속한 의사결정과 회사내 부서간 업무협조의 원활, 파트너를 통한 학습, 기업문화의 변화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는 것은 기업의 가치창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철수하고, 동시에 기업합병을 통한 경영자원확보 전략을 추진하여 외부환경의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함으로서 세계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례는 이제는 성숙단계에 돌입하고 있는 국내 가스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들이 주의 깊게 살펴볼 만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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