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재 원자력환경기술원 자문위원
너무 덥다. 더워서 짜증이 난다. 연일 푹푹 쪄대는 무더위 속에 에어컨은 있는 대로 다 가동시키고 선풍기에다 얼음에다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동원하는 시기이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날씨가 너무 덥기는 한데 집은 좁고 에어컨은 없고 해서 생각해낸 더위 식히는 아이디어 한 가지. 냉장고 문을 열고 냉장고 안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것이다. 이 사람은 처음에 등줄기가 시원해서 기분이 좋아 깜박 잠이 들었다. 문 열어놓은 냉장고가 얼마나 버틸까. 망가진 냉장고 때문에 부인한테 혼이 나고 음식물 다 버리고 냉장고 수리비 부담하느라 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얻은 교훈. 아무리 더워도 냉장고 문 열어놓고 그 앞에서 자지 마라.

에어컨, 선풍기, 얼음 모두 다 전력을 소모시킨다. 따라서 매일매일 많은 양의 전력이 소모되고 전력 소비량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한다. 발전소 직원들은 초비상 근무를 하고 있다. 전력 공급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그 불편함이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 한 철 전력 공급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데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는 쥐꼬리만큼 밖에 없다. 자원은 쥐꼬리만큼 밖에 없는데 전기는 펑펑 써대고 있으면서 전기가 조금만 나가도 불평은 대단히 많다. 게다가 준 국산에너지인 원자력으로 우리가 쓰고 있는 전기의 반 정도를 안전하고 값싸게 공급하고 있는데 원자력에 대한 고마움을 아는 이는 별로 없는것 같다.

오히려 원자력을 없애고 다른 전원을 개발하자고 한다. 좋은 이야기이다. 무한정 공급 가능하고 공해가 전혀 없으며 값싼 전력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원자력을 그만 두고 그렇게 좋은 전기로 바꾸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것 중에서 단점은 하나도 없고 좋은 점만 있는 발명품이 어디 있을까! 좋은 점만 있는 물건을 챙기겠다는 주장은 너무 이기적이 아닐까 싶다. 모든게 상대적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상대적으로 공해가 적으며, 상대적으로 공급이 용이하면서도 값이 싸면 그처럼 좋은 에너지 자원이 어디 있을까.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원자력이 바로 그런 자원이다.

풍력이나 태양력을 이상적인 에너지 자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풍력이나 태양력도 발전 설비 생산, 건설 과정에서 공해 물질을 발생시키고 수명이 다 하면 폐기물을 남겨 놓는다. 더군다나 현재의 기술로는 풍력이나 태양력만으로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나 해가 뜨지 않는 밤에는 전기를 생산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전력 요금은 어떠한가. 전력 요금이 현재의 두배 내지 다섯배까지 오른다면 누가 그 요금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물론 나중에 기술이 발전하면 요금도 낮출 수 있다고는 하지만 당분간은 풍력이나 태양력이 현재의 원자력 가격과 비슷해질 수는 없다. 유럽에서 청정 에너지원을 이용해서 전력을 생산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요금 인상을 수용할 수 있는가라는 설문 조사 결과 5% 이상의 요금 인상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한다. 청정에너지라도 너무 비싸면 반대하겠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원자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요즘 세계는 그야말로 에너지 전쟁이다. 에너지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의 수장들이 동분서주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에너지자원의 국유화를 선언하기도 하였다.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다. 어떤 자원이든지 우선 확보해서 잘 갈고 닦으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오랫동안 원자력 발전소를 짓지 않던 미국이 신설 원전 20기의 기종을 내정했다고 한다. 환경을 걱정하는 선진국들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의 경우 원전 확대 가능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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