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기봉 중앙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규제에 사용되고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민간 코드는 ASME(미국 기계학회) 코드이다. 전 세계 약 60개국에서 또한 약 4,400개의 설계관련 기업이 이 코드를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도 고압가스 관련법 및 가스기술기준, KEMCO 코드, KEPIC 코드 등에 이를 준용하고 있다. 입법 예고된 고압가스 안전기술기준의 코드화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ASME 코드의 최근 제정 동향 및 이 코드가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ASME 코드 활동을 보면 최근에는 자동차, 철도, 항공기, 선박 등으로 위험물을 운송하기 위한 수송용 용기에 대한 새로운 코드를 개발하고 있으며, 미에너지성이 주관하여 진행하고 있는 수소 프로젝트의 일부로서 자동차 연료장치용 용기를 제외한 수소 저장용 용기, 내용적 450L이상 수송용 수소용기, 수소용 배관이나 파이프라인의 규격 작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기존 고압 용기의 설계 안전율이 3이지만 이것을 2.4까지 줄여서 얇고 가벼운 압력용기를 제작할 수 있도록 코드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비원자력 분야의 보일러 및 압력용기 설비의 유지관리 기준을 코드화하고 있다. 코드화 주제 및 추진 내용이 관련 산업을 리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코드화 제도가 입법되면 민간에서 작성된 코드는 가스기술기준위원회 의결 및 산업자원부장관의 승인을 거쳐 ?상세기준?이 된다. 가스기술기준 위원회는 코드의 내용을 심의하는 기능은 있지만 코드 내용의 작성은 이제 민간 기구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코드를 작성하는 민간 기구에서 코드 이해 당사자의 모든 의견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반영하여야 한다. 이 과정은 공개적이어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이번 코드화 제도 개선은 상세기준의 제개정 기간의 단축을 주요 효과중의 하나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이는 행정적인 절차에 소요되는 일부 불필요한 기간을 단축하자는 것이지, 코드 안을 충실하게 작성하는데 꼭 필요한 기간을 줄이자는 취지는 아닐 것이다. 정부가 아닌 민간이 코드 안을 작성하게 되면 초안 작성에 소요되는 기간은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초안 작성시 다양한 의견 또는 필요한 기술적 항목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다면, 기준위원회에서의 심의 의결 과정이 어려워져 혼란이 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ASME 코드 작성 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ASME에서는 코드 작성 전 과정을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고 있다. 코드 작성을 위해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하지만 위원회가 회의 진행을 하는 동안 일반인도 회의 방청은 자유롭다. 방청자는 위원회의 투표에는 참가 할 수 없지만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위원회 후 코드의 초안을 공시하면 누구라도 반대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코드위원회에서는 그 의견에 대해 의견 제안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히 해결할 의무가 있다. 위원회에 의해 최종적으로 결정된 코드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절차에 따라 재심을 요구할 수 있게 되어있으며, ASME에서는 합계 3회까지 이런 재심의 기회가 주어진다. 코드 제정 위원회의 구성원도 형평성을 유지하게 되어 있어. 특정 집단에게만 치우친 합의 형성을 피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위원으로서의 기본 자질 등이 인정되는 경우, 희망하면 누구라도 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작성된 ASME 코드는 ANSI(미국규격협회)에 의해 승인되어 미국국가 규격으로서 정식 등록된다. 이는 우리의 가스기술기준위원회 의결과정에 해당된다. 이상의 모든 과정과 단계별 코드 내용이 웹사이트에 공개되고 있으므로 작성 과정이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공개되어 어떠한 반대 의견도 이에 대한 수용 또는 재반론 절차를 거치도록 하여 궁극적인 의견 일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또한 코드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전문가적 지식을 갖춘 적절한 코드위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국내의 전문가 집단이 코드 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코드제정 기관에서도 환경을 조성하여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문가가 소속된 기업에서 이러한 위원회 활동을 허가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미국에서는 코드 위원회에 자사 엔지니어가 참여하는 것을 허가하고 지원하는 체제가 마련되어 있어서 이러한 산업계의 지원이 ASME 코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코드 초안 작성의 투명성 및 전문 위원의 확보제도 마련이 ASME 코드가 전세계로 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라 생각되므로 우리도 이를 명심하여 코드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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