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만대 남짓, 매출액 기준 3~4,000억원 내외. 가정용 가스보일러 산업의 현 주소이다. 지금까지 국내 누적 설치대수가 약 800만대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이 산업은 단순 수치상으로 계산할 때 7~8년 만에 교체 수요가 발생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가정용보일러를 산업은 그동안 크고 작은 부침은 있었으나 20여간 가까이 지속해 온 산업이며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보여 진다.
이런 보일러 시장이 지난해부터 요동을 치고 있다. 이유인 즉 '소비효율등급제'의 도입 여부와 방법을 놓고 제조사간 첨예하게 대립을 해왔고 이 와중에 제도 추진기관 마저도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열효율이 높은 콘덴싱보일러와 일반보일러의 효율등급 표시를 일원화하느냐 이원화하느냐에 있다. 콘덴싱보일러를 생산하는 쪽에서는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그렇지 않은 쪽에서는 일원화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하며 이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란이 거세지자 '소비효율등급제'를 추진하던 에너지관리공단이 최근 돌연 가정용가스보일러를 등급제에서 제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실 '소비효율등급제'는 에너지관리공단이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별로 등급을 정해 소비자로 하여금 효율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게 함으로서 에너지절약을 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800만대 가까이 보급되어 있는 가정용가스보일러를 제외하고 '소비효율등급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논리에 모순된다 할 것이다. 더욱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보일러가 좋은 보일러(경제성과 안전성)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워서 전문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은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다면 앞으로 소비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보일러를 선택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소비효율등급제'도입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정용가스보일러를 제외할 것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 간 협의와 조정을 통해 제도 운용 기준을 설정하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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