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경천 코텍엔지니어링 상무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이용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정부의 강력한 추진에 힘입어 신재생에너지의 이용이 대폭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지열에너지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현재 건축물에 적용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80% 이상을 지열이 차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지열에너지의 이용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뛰어난 에너지 효율과 환경친화적인 점, 그리고 시스템의 안정성을 들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수십 년간 사용되어 오면서 기술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점과 EPA(미국환경보전국)에서 공인한 바와 같이 지열냉난방시스템은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공조시스템 중 경제성이 가장 높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확보에 국운이 결정되는 상황을 맞아 지열에너지의 사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시정 또는 보완되어야 할 문제점도 적지 않다. 지열에너지가 고객만족은 물론 에너지절약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정책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 기술의 표준화

지열냉난방시스템은 비교적 간단하나 지열의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충분한 이론적 지식을 갖추지 못한 엔지니어가 설계한 지열시스템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또한 원칙에 충실한 시공이 요구된다.

자연으로부터 얻는 지열은 인간의 욕심대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설치될 때 비로소 목표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설계와 시공이 원칙에 맞게 정확히 진행되어야 하나 설계 및 시공에 관한 표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이 형성되면서 실패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미국은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과 국제지열히트펌프협회(IGSHPA)가 중심이 되어 지열에 관한 이론연구, 시공메뉴얼 정립, 전문인력양성, 실증자료수집 및 분석 등 기술의 표준화를 위하여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우리나라도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를 중심으로 기술 표준화를 위한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나 11가지에 이르는 신재생에너지 모두를 깊이 있게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열전담기구를 조직하여 체계적으로 기술의 표준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전문가를 양성하여 설계와 시공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은 물론 각각의 건물 특성에 맞는 고효율 시스템의 개발을 장려하여야 한다.

의무화이후 건축물 80% 지열 채택
신축 및 개축 학교에 지열 늘려야

● 민간부문으로의 확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가정용 지열시스템의 보급을 시작으로 시장이 성장하여 상업용 산업용으로 확대되어 왔다. 가정용은 규모가 작고 간단하여 설계나 시공이 용이하며 실패 시 위험부담이 적다. 작은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시스템을 추진해 온 것이 선진국의 발전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이용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30평대 단독주택의 경우 심야전기보일러를 설치하면 혹한기에 월 20만원 내외의 전기요금이 부과되나 지열히트펌프를 설치할 경우 전력사용량이 심야전기보일러의 1/4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6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부과된다.

지방자치단체와 전력회사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보급을 장려하는 미국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건축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용 건물에는 진입이 원천봉쇄 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도시처럼 에너지 공급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농촌이나 교외 지역의 주택들은 지열시스템의 설치가 매우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하여 이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미국지열협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에 현재 설치되어 가동 중인 100만대의 지열시스템은 연간 580만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260만kW의 전력수요를 억제하여 연간 80억kWh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지열시스템의 수명이 50여년인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에너지를 절감함은 물론 환경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지열 10만호, 100만호 보급사업과 같은 중장기 Project를 추진하여 에너지절약과 환경보전은 물론 주거환경의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미국에서 지열에너지의 보급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데는 학교시설에의 적용이 큰 역할을 했다. 미국 정부는 학생시절부터 신재생에너지 환경속에서 성장하여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시 단위, 주 단위의 지열 보급 사업을 펼쳐왔고 최근에는 신축 및 개축되는 대부분의 학교에 지열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대규모 에너지 소비 집단인 학교에 설치된 지열시스템은 교육적인 효과와 더불어 쾌적한 수업환경 조성, 에너지 절감을 통한 운영비를 절약, 유지관리의 편리성 향상 등을 도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공공의무화정책은 지열시스템의 국내 보급 확산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비의 5% 조항으로 인하여 구색만 갖추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두 가지 이상의 냉난방 설비를 도입하는데 따른 낭비적 요소와 유지관리의 효율 저하도 무시할 수 없다. 보다 효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민간부문으로의 확대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장애요인
전문기업육성으로 부실시공 방지해야

● 전문기업의 육성

2000년부터 도입이 시작된 지열냉난방시스템은 도입 초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경험의 축적을 통해 기술력을 다질 때인 것이다.

그러나 업체의 난립, 과당경쟁저가수주, 부실시공, 업체도산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시장진입장벽을 적절히 조절함과 동시에 사후 감시를 철저히 하여 부실시공을 방지하고 우량업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여야 한다.

현재 지열시스템 공사현장에 가보면 천공, 그라우팅, 배관, 자동제어 등 대부분의 공종이 개인 수준의 영세업체 들에 의해서 시공되고 있다. 공사의 규모는 작은데 비해 여러 가지 공종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지열 공사의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대부분 하도에 재하도를 통해 시공이 행해지고 있는데 이는 품질관리나 기술력의 축적을 요원하게 함과 동시에 공사를 실패로 끝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필자는 시공 중에 있거나 가동 중인 현장을 많이 다녀 봤지만 100% 정상적으로 시공되고 목표한 성능을 발휘하고 있는 현장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많은 현장이 비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었고 아예 가동이 되지 않는 현장도 있었다.

정부는 현재의 지열전문업체 등록요건을 대폭 강화하여 충분한 설계 및 시공 능력을 확보한 업체들이 시장을 정상적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육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표준공사비의 산출에 현장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발주과정에서의 낙찰률과 하도급과정에서의 감액도 지열의 품질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적정공사비로 수주하여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게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확보하여 업체의 난립과 부실시공을 방지함과 동시에 지열시스템의 우수성에 대한 자신감을 확산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지열시스템을 도입한 초창기 업체들이 대부분 도산한 이유는 부족한 기술력과 저가수주에 의한 부실시공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되며 반복되어서도 안된다.

지열시스템의 수명을 일반적으로 50년이라고 한다. 대를 물려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에너지자원인 것이다. 후손에게 물려줘도 부끄럽지 않을 시스템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관련 기관, 단체, 기업이 지혜를 모으면 우리도 몇 년 후에는 에너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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