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영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장
디딤돌(a stepping stone)이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도와주기 위한 중간 단계의 돌’을 의미한다. 반대로 걸림돌이란 ‘어떤 일에 장애가 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대개 디딤돌은 오랜 동안 손길이 닿아서 어느 정도 반듯하게 모양이 만들어진 경우가 일반적인 반면에 걸림돌은 돌부리가 있으며 손길이 가지 않아서 모양도 아직 다듬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서 디딤돌이 되려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걸림돌은 공들여 준비된 것도 아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 숨어 있을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방해가 된다. 또한 걸림돌을 제거하기란 디딤돌을 옮기는 것 보다 몇 배나 힘이 든다.

디딤돌과 차원은 다르지만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의미의 마중물(priming water)이라는 말이 있다. 마중물이란 ‘옛날 시골 마당의 수동 펌프에 물이 안 나올 때에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펌프 위에서 붓는 물’을 말한다.

혹시 독자들 중에는 어린 시절 이 마중물로 펌프의 손잡이를 올라타며 시원한 물줄기를 뽑아내던 추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중물은 그 양이 아주 작고 보잘 것 없지만 필요한 때에 긴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소중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하는 풍성한 중추절을 막 지낸 계절에 시골 마당의 디딤돌과 마중물이 생각난다.

요즘 우리는 정보와 책들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 정보나 책들 중에는 오랜 기간을 두고 검증돼 세상에 나온 것들이 있는가 하면 편의에 따라서 급조된 것들이 왕왕 있다.

개인적으로는 보다 많은 에너지 관련 자료들이 우리 사회의 디딤돌이 되고 마중물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연구소에 있는 필자로서도 그런 면에서 반성할 점이 많은 것 같다. 부족한 점들을 채워주고 도와주며 정말 필요할 때 디딤돌이 되고 마중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점점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디딤돌과 마중물이 있는 마당 뒤 담벼락 저편에 서 있음 직한 모죽(毛竹)을 말하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모죽은 심은 지 5년이 다 되도록 자라지 않지만 몇 년을 보내고 난 뒤에는 갑자기 하루에 70센티씩 자라서 6주일 후에는 무려 30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모죽이 그렇게 크게 자랄 수 있는 것은 오랜 인내로 참아내며 미래를 준비한 까닭이다. 우리 사회가 바로 바로 결실을 거두지 못하다고 해 모죽을 없애버리기 어리석음을 범하기 보다는 참고 기다려 마침내 멋진 모죽의 자태를 볼 수 있는 지혜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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