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글벨 송”과 함께 형형색색 전구로 장식되어 성탄분위기를 한껏 돋구어주던 크리스마스 트리도 이젠 사라지고 스스로 빛을 내는 이른바 “발광(發光)트리”가 선보일 날이 멀지 않을 것 같다.

얼마전 영국에 하트퍼드셔대학 연구팀이 우리나라에도 흔한 미송나무 묘목에 반딧불과 같은 형광유전자를 주입해 스스로 불빛을 내는 소위 유전자조작 “발광트리”를 만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뿐이 아니다. 같은 영국에 에든버러대학 연구팀은 최근에 수분이 부족하면 저절로 빛을 내는 감자를 개발했다고 한다.

감자도 수분이 부족하면 수확량과 품질이 떨어져 재배가 까다로롭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이 감자에도 발광성분이 들어있는 단백질의 유전자를 도입해 감자에 수분부족등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이에 반응한 발광 단백질이 활발하게 움직여 감자 잎이 빛을내 물을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얘기이며 앞으로는 병충해에도 반응하는 감자도 개발할 계획임을 밝혔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우리가 일년내내 옷로비의혹사건 같은 것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민생문제는 밀어놓은채 “싸가지없는” 정쟁이나 일삼고 있는 동안에도 세상은 이렇게 눈부시게 변화, 발전하고 있다.

너도나도 새천년 새천년 해대며 21세기가 시작된다고 야단법석이지만 과연 우리는 무엇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새로 시작되는 천년과 21세기는 지식이 자본인 시대이며 지식지배의 사회라고들 한다.

그런 시대를 맞기위한 우리들의 준비는 또 유감이 없는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국민들의 독서열이나 평균 독서량이 우리네 그것보다 훨씬 앞서는 것으로 알려진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지난 가을, 한달에 한권 정도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고 크게 걱정한 나머지 대대적인 독서운동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책은 지식 인프라의 기본이다. 지식이 자본인 시대라고 하는 새시대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책을 읽어 거기서 정보를 습득케 권장하는 움직임이야말로 기본중에 기본이며 얼마나 지혜로운 일인가.

다시한번 일본 사람들의 시대적응에 기민하고 현명한 일면을 보는듯 싶어 부러운 생각마저 든다.

아직도 경제위기는 끝난게 아닌데 송년회를 하기위해 호텔 연회장과 웬만한 음식점 예약이 몇달전에 이미 다끝난 정도이며 새천년 첫날 해뜨는 것을 보기위해 동해안 어딘가로 가는 기차표는 물론 그 고장 민박집까지 발디딜 틈이 없을만큼 동이난지가 오래라는 것이다.

송년회를 탓하는 것만은 아니며 일출구경을 질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 우리가 작별하고 있는 지난 천년과 20세기야말로 대단한 진보와 격동의 시기였다.

과학문명의 발달도 엄청났고 풍요도 있었지만 전쟁과 기아, 질병 또한 적지 않았기에 송구영신하는 인류 가슴마다에 교차하는 감회와 응어리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안다.

한반도와 우리 민족에게도 20세기의 의미는 마찬가지였다.

40여년 일제식민시대와 광복, 6·25의 비극과 빈곤의 시대, 4·19, 5·16혁명과 경제발전, 광주대학살과 신군부의 정권찬탈, 평화적 정권교체와 정치발전 등등 수많은 역사의 소용돌이가 있었다.

그중에서 우리는 90년대에 있었던 대형 안전사고중 가스사고를 잊을수가 없으며 그래서 더욱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여유를 갖고 새로운 세기와 천년을 맞을 각오를 다지자는 것이다.

새천년 첫새벽에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도 아니며 21세기가 된다고 세상이 금방 달라질 것도 아닌바에야 모두들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더러는 평상심을 갖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자신을 점검하고 시설을 점검하며 냉정한 반성으로, 가는 천년, 오는 세기를 맞이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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