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재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천연가스는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내수 성장을 주도해 왔다. 산업용, 발전용, 가정용에서 기존의 에너지 특히, 석유와 석탄을 대체해 나가면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규모면에서 천연가스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LPG도 비슷한 시기에 가정용, 상업용, 수송용 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을 해왔다.

천연가스가 빠르게 성장한 것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구조 변화와 에너지원 다변화 정책에 따라 정부가 정책적으로 중점 육성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청정연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맞물려 작용했다. LPG도 이와 비슷한 배경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사용과 보급이 용이하여 도시의 취사용, 수송용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사정은 달라져 두 자리 수의 성장률은 한 자리 수로 낮아졌다. 예를 들어 가정용 도시가스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연평균 5% 내외 성장에 머물고 있으며 프로판은 몇 년간 수요가 감소하기도 했다.

가스산업이 외형적으로 정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대체 수요가 과거와 같이 늘어나지 않는데다가 경기 부진으로 신규 수요 창출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사정이 이렇게 되다보니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성역으로 간주되어온 남의 사업영역을 넘나들기 시작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분쟁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분쟁의 양상은 가스 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에너지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도시가스사업자와 지역난방사업자간의 격렬한 열에너지 공급권역 분쟁을 목도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제주도 내 LNG 공급 문제, 탱크로리를 이용한 강원도 영동지역에 대한 LNG 공급 계획 등 과거 거의 불문율로 간주되어온 고유의 공급구역 개념이 허물어지고 있다.

일견 이러한 분쟁이 공급자간 경쟁을 강화하여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후생이 증대되는 바람직한 경제현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가스 산업 내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성격은 건전한 의미의 시장 경쟁이라기보다는 단순한 공급권역을 둘러싼 이권 다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결과적으로 지역 독과점이 더 강화되어 소비자에게 더 불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의 가스 산업 분쟁은 대안 모색을 통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 소비자나 사업자에게 도움이 된다. 더 이상의 분쟁은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불필요한 소모전일 따름이다.

정부 당국에서도 이러한 점을 직시하여 최근 가스사업의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 자문기구를 설치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사업자간 분쟁을 직접 조정할 수 있는 정부의 직접 개입 수단이 제한되어있는데다가 분쟁의 양상이 워낙 과열되어 조정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쟁은 가능한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분쟁해결을 위한 두 가지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먼저 소비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공급자간 분쟁조정결과가 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키거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 의견을 배제한 조정결과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경우에 따라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유념해야 한다.

다음으로 시장에서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직접 경쟁하는 일은 가능한 지양해야 한다. 물론 특수한 예외적 상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경우를 가능한 줄여야 한다. 이는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경쟁하는 자체가 불공정 경쟁일 수 있기 때문에 경쟁보다 양자간 적절한 보완적 역할 분담을 유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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