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사고조사 및 분석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사고조사처’를 일부 직원들은 비아냥거리는 말로 ‘사고조작처’라고 부른다. 술자리에서나 나오는 우스개 소리지만 그 말의 근저에 깔려있는 의미는 수년간에 걸쳐 달라진 사고조사처의 위상이 포함돼 있다.

가스안전공사의 주요업무중 하나가 바로 사조조사업무다. 발생한 사고를 조사, 분석함으로써 동일사고 예방을 위한 단초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 가스안전관리의 역사는 사고의 역사라 해도 무방하다. 아무리 사소한 사고라 해도 그 속에는 우리가 배우고 경계해야할 교훈이 있기 때문에 사고는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의 단초를 제공한다.

90년대 중반 일련의 대형가스사고를 계기로 설립된 사고조사처가 해를 거듭할수록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은 안전을 담당하는 기자의 한사람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철저한 원인규명과 명확성이 요구되는 사고조사업무가 경영평가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거나 안전공사란 조직을 보호하는 수단으로만 이용되는 것도 잠시야 도움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바로 일부 직원들이 사고조사처를 사고조작처라 고쳐 부르게 된 근거가 있다.

한때 사고조사처는 솔선해 경미사고를 감추기도 했고 일을 벌일 수밖에 없는 처의 특성상 공사는 인원을 줄여 문제를 해결해 왔다. 덕분에 한해 50여건 이상 사고 현장을 누비던 본사의 사고조사처는 이미 사라졌고 공사 전체적인 사고조사 역량도 자연 예전만 못하게 됐다. 가스사고 현장을 독차지했던 안전공사가 이제 소방관이나 경찰에게 매스컴의 마이크를 넘기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 일각에서 공사의 사고조사 기능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사고조사가 공사업무 중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공통된 인식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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