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경 서울도시가스 에너지사업본부장
지구의 인내에도 한계가 온 모양이다. 겨울 추위로 소문난 모스크바의 12월 초 기온이 기상관측 127년 만에 최고치인 영상 4.5도를 기록했고 러시아 곳곳에서 동면에 들어가야 할 곰들이 민가를 어슬렁거리며 노르웨이에서는 유례없이 개암나무가 꽃을 피워 꽃가루로 인한 천식환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여름철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와 수재민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상 난동으로 인한 생활패턴이 달라지고 있어 최근의 기후변화는 생업이 날씨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걱정과 혼란을 주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의 기온상승이 주원인이고 온실가스 중에서도 이산화탄소(CO₂)에 의한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한다. CO₂는 탄소와 산소의 결합으로 현재 우리가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물질이 탄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것이 연소할 때 발생한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1860년대부터 1990년대 까지 130 여 년간 대기온도가 0.3?C ~ 0.6 ?C 상승했는데 산업혁명 이전 1만년 동안 대기온도가 1?C 미만에서 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고 하겠다.

그래서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는 1990년 수준으로 CO₂배출량을 동결하려고 하는데 이렇게하면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때를 기준으로 CO₂농도(약 280 PPM)가 2배가 되는 시기를 2030년에서 2100년으로 연기시킬 수 있다고 한다. CO₂배출량 저감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에너지의 합리적 변환과 이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에너지의 여러 형태 중 열과 일 그리고 전기가 있다. 열은 온도가 높은 물체에서 온도가 낮은 물체로의 에너지흐름이라고 정의된다. 즉 아무리 온도가 높은 물체라 하여도 두 물체 사이에 온도차가 없으면 두 물체사이에 흐르는 열은 없으며 0 ?C 이하의 두 물체라 하여도 온도차가 있으면 열의 흐름이 있다. 예로서 천연가스를 이용한 실내 난방의 경우를 살펴보면 보일러 연소실에 투입된 연료와 인입공기가 연소과정을 거쳐 고온의 기체가 되고 고온의 기체는 난방수의 온도를 높이고 높아진 온도의 난방수가 실내의 온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고온의 물체에서 저온의 물체로 이동하는 것이 열이며 이것을 열전달이라 한다. 냉장고의 물을 냉동고에 넣었을 때 얼음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로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의 물에서 온도가 낮은 냉동고의 냉매로 열전달이 이루어져 물의 온도가 0?C 이하로 되었기 때문에 물이 얼음으로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의 또 다른 형태인 일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개념 등의 일과는 달리 자연과학에서는 어떤 물체(대상)에 힘을 가하였을 때 물체의 형태가 변하든가 이동 거리가 생기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자동차 엔진을 예로 들면 공기와 혼합된 연료가 실린더 안에서 연소를 하고 연소기체가 고온이 되고 이로 인해 생성된 높은 압력의 연소기체가 피스톤을 밀어 이와 연결된 바퀴가 굴러간다. 전기도 자동차와 비슷한 원리로 고압의 기체가 피스톤을 구동시키든가 터빈을 회전시켜 생산된다. 즉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기 생산의 경우 화석연료의 열에너지가 일에너지로, 일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에너지는 형태가 바뀔 수 있는데 바뀌는 과정에서 사용 가능한 에너지양은 줄어든다. 보일러의 경우처럼 열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에너지 형태의 변환이 없이 이용될 때는 에너지 이용효율이 최대 80~100% 까지 가능하나 열에너지가 일에너지로 바뀌고 이것이 다시 전기에너지로 바뀔 때 이용가능 에너지양이 30~50%로 감소한다. 우리는 이 이용 가능한 에너지를 exergy라고 부른다. 에너지는 다른 에너지 형태로 바뀔 수 있는 exergy와 더 이상 이용 불가능한 anergy의 합으로 구성되며(경우에 따라서 한쪽의 양이 없을 수 있음) 에너지가 변환될 때 변환 전후의 에너지총량은 변함이 없지만 그 과정에서 exergy는 감소하고 감소한 exergy양 만큼 anergy는 증가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에너지 중에서 ‘exergy가 얼마나 있는가’로 에너지의 질을 판단하기도 하는데 전기에너지는 거의 100% 다른 에너지로 변환이 가능한 고급에너지다.

이런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우리사회는 요즈음 열병합발전시스템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대개 화석에너지의 연소를 통한 열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고 배열을 주변의 수요자에게 공급하는데 에너지이용효율이 높고 규모에 따라 경제성도 갖고 있으며 환경적인 면에서도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만 따져서 필요이상의 규모로 설치될 경우 전력생산 후 이용 가능한 배열을 대기 중에 버려 에너지이용효율이 떨어지고 이로써 환경적인 면에서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반대로 열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고급에너지인 전기를 생산해야할 에너지를 난방용 에너지로 공급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시스템 설치 시 수요에 맞는 최적의 용량을 선정해 시스템이 친환경적이고 또한 규모에 무관하게 경제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연료 및 열과 전기가격의 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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