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상 춘추전국 시대에 진(晉)나라에 있었던 일이다. 대신인 조천(趙穿)이 군주인 영공(靈公)을 시해했다. 당시 진나라 재상이었던 조순(趙盾)은 군주인 영공이 시해되기 며칠 전에 군주인 영공의 폭정을 피해 망명길에 올랐으나 국경을 넘기 직전에 이 소식을 듣고 도읍으로 돌아 왔다. 그러나 사관(史官)인 동호(董狐)가 공식 기록에 이렇게 적었다.

‘조순, 그 군주를 시해하다’ 조순이 이 기록을 보고 항의하자 동호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대감이 분명히 군주를 시해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감은 당시 국내에 있었고 또 도읍으로 돌아와서도 범인인 조천을 처벌하거나 처벌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감은 공식적으로 군주 시해자(弑害者)가 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조순은 그것이 도리라 생각하고 역사상 군주를 시해한 인물로 남게 되었다.

훗날 공자는 이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동호는 훌륭한 사관이었다. 법을 지켜 올곧게 역사를 기록했다. 조순도 훌륭한 대신이었다. 법을 바로잡기 위해 오명을 감수했다.”

춘추(春秋) 좌씨전에 나오는 동호지필(董狐之筆)이라는 말의 내용이다.

오늘날 언론인을 흔히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국가의 공식 역사 기록은 국가기관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각계각층의 수많은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의 일정부문을 언론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신문사는 그 중에서도 에너지와 관련된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취재와 기사 작성 그리고 보도 활동을 하고 있다.

진나라의 동호와 같이 올곧이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우리 신문사 전 임직원은 오늘도 내일도 권력과 금권에 타협하지 않고 정론직필의 자세를 견지할 것이다.

에너지는 오늘날 국가를 운영하는 원동력이다. 에너지 없이는 단 한시도 살아갈 수 없는 것이 현대 문명인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중요한 에너지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우리는 올바른 에너지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를 끊임없이 감시하는 한편 잘못된 정책에는 칼날 같은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한 건전한 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두운 곳은 빛을 비춰 밝게 조명할 것이고 굽은 것은 바로 잡도록 채찍을 가할 것이다.

아울러 에너지 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항시 깨어있는 자세로 주어진 소명을 다해 나갈 것이다.

정해년 새해를 맞아 ‘동호지필(董狐之筆)’의 뜻을 새롭게 새기는 의미는 그동안 혹시 소홀히 했던 언론과 언론인으로서의 자세와 행동이 있었는가를 뒤돌아보는 자성을 통해 금년도 시작을 다짐하고자 함이다.

올바른 에너지 정책과 건강한 에너지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언론과 국민 모두가 올곧은 마음과 힘을 모아 나가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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